'내이름' 얻은 배우 남윤호 "끼 8할은 아버지 유인촌"

초연 40주년 연극 '에쿠우스' 앨런 역 '남윤호'로 연기한지 3년만…올해 3번째 작품 후광 싫어 가명으로 활동 "아버지 알려지니 오히려 편안 내공 쌓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터"
극단 여행자와 아버지 유인촌 품을 떠나 연극 ‘에쿠우스’에서 첫 주역을 맡은 배우 남윤호가 서울 동숭동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 유인촌과의 관계가 알려져 되레 편안하다. 내 연기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사진=방인권기자 bink7119@).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남윤호 유인촌’ ‘남윤호 서영주’ ‘남윤호 에쿠우스’. 인터넷 검색창에 ‘남윤호’(31·본명 유대식)를 입력하면 함께 따라오는 연관 검색어다. 올해에만 연극 ‘페리클레스’와 ‘정글북’, 개막을 앞둔 ‘에쿠우스’까지 총 3개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얻게 된 일종의 꼬리표인 셈이다. 그래서 연관 검색어를 두고 혹자는 ‘디지털 주홍글씨’라고도 부르는 것 아닌가.

배우 남윤호가 본명 대신 예명을 택한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배우 ‘유인촌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싫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늙은 페리클레스와 젊은 페리클레스를 부자가 연기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졌다. 아버지의 후광이 싫어 남윤호로 연기를 한 지 3년 만이다.

연극 ‘에쿠우스’에서 앨런 역을 맡은 배우 남윤호(사진=방인권 bink7119@).
최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남윤호는 “오히려 편해졌다”고 했다. “이제 더이상 평생 떠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작 아버지와의 관계가 알려지고 난 뒤 이제야 내 것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앨런’ 여러 색 보여주는 계기 됐으면

남윤호는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 ‘에쿠우스’(4일부터 11월 1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의 ‘앨런’ 역에 낙점됐다. 영화 ‘뫼비우스’에서 눈도장을 찍은 서영주(17)와 함께다. 앨런 역은 ‘에쿠우스’를 공연할 때마다 누가 맡을지가 관심사다. 그간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류덕환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거쳐갔다. 전라연기에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17세 소년 앨런의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항상 욕심을 내는 역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의미가 남다르다. 극단 실험극장이 국내 초연을 한 지 40년째 되는 해다.

“2009년 오디션을 보러 뉴욕 브로드웨이에 갔다가 대니얼 래드클리프(영화 ‘해리포터’ 주인공) 버전으로 ‘에쿠우스’를 처음 봤는데 욕심이 났다. 배우의 로망이라고 할까. 워낙 초연부터 쟁쟁한 선배들이 열연한 데다가 생각보다 역할이 빨리 찾아와 부담감이 크지만 떨쳐버리고 나만의 색깔로 연기하려고 한다.”

남윤호는 영국 로열할로웨이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다가 연기에 눈을 떴다. “연출공부를 하다 보면 수업용 카메라도 만지고 스태프·연기에 멀티 역을 맡게 되는데 연기를 할 때가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거였다. 졸업 후 군대를 가 2년간 고민한 끝에 연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안 하면 후회하겠다 싶었다.” 그 길로 바로 미국 UCLA대학원으로 진학, 연기를 전공했다. 2012년 귀국해선 연극 ‘로맨스티스 죽이기’로 데뷔했다. 연출가 양정웅과는 이때부터 인연이 돼 지난해 초 극단 여행자에 입단해 내공을 쌓는 중이다.

‘에쿠우스’는 극단과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 처음 주인공을 맡게 된 작품이다. “지금 내 나이와 14살 차이가 나는 어린 역할이다. 연기적 기술보다 자연스럽게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더블캐스팅된 서영주와 역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상대방 대사도 웬만하면 다 외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라연기는 수위를 낮췄다. 주인공 앨런과 같은 나이인 서영주가 캐스팅되면서 19금 연극은 엉덩이와 상반신이 드러나는 고교생 이상 관람가로 바뀐다.

남윤호는 “아버지 유인촌과의 관계가 알려져 되레 편안하다. 내 연기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사진=방인권기자 bink7119@).
△영화도 관심…연기 내공 쌓기가 먼저

“하길 참 잘했구나, 내 길을 찾았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길을 찾도록 의심 없이 응원해 준 아버지에게도 감사한다.”

청소년 시기 남윤호는 TV에 나오는 아버지를 보고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영화 연출에 관심이 있었지 연기는 생각도 안 해봤다. 그러다 연기를 알게 되고 내 끼는 8할이 아버지 영향이란 걸 새삼 느끼고 있다. 가끔 무대 위에서 대사를 할 때 아버지와 비슷한 톤의 목소리가 나와 깜짝 놀란다. 하하.”

남윤호란 이름은 작명소에서 지었다. ‘넓게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그때는 배우의 길을 가려면 성과 이름 모두를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부모님의 승낙도 받았다. 느낌상 괜찮은 거 같아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 이름으로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이 크다. “앨런 역을 잘 소화해서 남윤호라는 여러 색을 지닌 배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영화도 뜻을 갖고 전공한 만큼 관심이 많다. 기회가 온다면 잘 해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내 실력에 대한 입증이 먼저다. 무대에서 탄탄하게 내공을 쌓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거다. 기대해 달라.”

극단 여행자와 아버지 유인촌 품을 떠나 연극 ‘에쿠우스’에서 첫 주역을 맡은 남윤호가 서울 동숭동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 유인촌과의 관계가 알려져 되레 편안하다. 내 연기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사진=방인권기자 bink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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