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 미소짓는 성모상 "예술과 종교는 하나"
작성일2015.09.08
조회수2,58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최종태' 전
한국 종교조각 대가의 60년 화업 정리
'한국적 미' 원형 살린 소녀상·여인상 눈길
조각·스케치·파스텔화·판화 등 200여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는 법정스님(1932~2010)이 생전에 중창한 사찰로 유명하다. 시인 백석의 연인이던 김영한 여사는 자신이 운영하던 요정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했고 법정스님은 1997년 이를 사찰로 만들었다. 이런 사연과 함께 길상사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절 마당에 있는 관세음보살상 덕분이다. 관세음보살은 ‘모든 곳을 살피는 분’ 혹은 ‘세상의 주인’이라는 뜻을 지녔다. 법정스님은 길상사의 상징적인 성상이 될 관세음보살상 조각을 일흔의 노 작가에게 맡겼다. 그러곤 2000년 4월. 화강암으로 만든 관세음보살상이 봉안됐다. 그런데 놀라웠다. 기존과는 달리 가녀리고 여린 형상에 단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관세음보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수녀 같기도 하고 성모마리아 같기도 한 길상사 관세음보살상은 최종태(83) 작가의 작품이다. 최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 가톨릭 신자가 왜 불상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최 작가는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고 답했다.
여러 수식어가 필요 없다. 작가의 이름 자체가 전시의 제목이다.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오는 11월 29일까지 관람할 수 있는 ‘최종태’ 전은 한국 현대미술사를 정립하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추진하는 ‘한국 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다. 최 작가의 화업 60여년을 총망라하기 위해 작가의 시기별 주요 작품, 비공개 초기 작품과 수채, 파스텔, 판화, 소묘 등 평면작품을 포함 총 200여점을 엄선했다.
최 작가는 1960~1970년대 추상미술이 유행하던 시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작업으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가톨릭교회의 예수상과 마리아상, 십자가의 길 등을 조각하는 작업을 통해 교회미술의 토착화를 고민해왔다. 이런 이유로 최 작가는 미술 애호가들에게 종교조각에 심취한 작가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전시를 둘러보면 최 작가가 종교적인 조각 이전에 한국미의 원형을 숙고하고 서구의 예술사조에 휩쓸리지 않는 독자적인 조형예술을 발전시킨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물이 주로 가톨릭이란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발현됐지만 종교라는 형식을 걷어내고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반가사유상과 석굴암 등 한국의 고대 불교미술에서 볼 수 있던 우리 민족 고유의 미적 감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을 차지한 100여점이 넘는 조각의 재료는 브론즈와 화강암, 나무 등 다양하다. 1960년에 석고와 시멘트로 만든 ‘서 있는 사람’부터 나무에 채색을 한 신작 ‘기도하는 사람’까지 세월에 따라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는 조각상에 표정이 스민다. 김형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그 무렵부터 조각에 서사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종교적 영성의 기운이 배어나왔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조각의 주인공이 대부분이 소녀라는 것. 최 작가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린다”는 괴테 ‘파우스트’의 마지막 문구처럼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여성성을 구현하는 데 헌신했다. 최 작가가 보여주는 여성상은 관능적인 미보다 관념적인 미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녀리고 무구한 표정과 단순하고 고요한 자태로써 비폭력적인 인간의 원형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침묵과 평온이 함께 따라온다.
조각 외에 평면작품에도 눈이 간다. ‘해넘이’ 연작과 ‘구름이 있는 바다’ ‘섬이 있는 바다’는 최 작가 1990년대 이후 파스텔로 그린 채색화들이다. 손자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다가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각품을 감상하다가 종교적인 분위기에 눌려 있던 기운을 이들 채색화가 한껏 풀어낸다. 미술 외에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던 최 작가는 여러 권의 수상집도 내놨다. 전시장에서 읽어볼 수 있다.
|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는 법정스님(1932~2010)이 생전에 중창한 사찰로 유명하다. 시인 백석의 연인이던 김영한 여사는 자신이 운영하던 요정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했고 법정스님은 1997년 이를 사찰로 만들었다. 이런 사연과 함께 길상사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절 마당에 있는 관세음보살상 덕분이다. 관세음보살은 ‘모든 곳을 살피는 분’ 혹은 ‘세상의 주인’이라는 뜻을 지녔다. 법정스님은 길상사의 상징적인 성상이 될 관세음보살상 조각을 일흔의 노 작가에게 맡겼다. 그러곤 2000년 4월. 화강암으로 만든 관세음보살상이 봉안됐다. 그런데 놀라웠다. 기존과는 달리 가녀리고 여린 형상에 단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관세음보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수녀 같기도 하고 성모마리아 같기도 한 길상사 관세음보살상은 최종태(83) 작가의 작품이다. 최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 가톨릭 신자가 왜 불상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최 작가는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고 답했다.
여러 수식어가 필요 없다. 작가의 이름 자체가 전시의 제목이다.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오는 11월 29일까지 관람할 수 있는 ‘최종태’ 전은 한국 현대미술사를 정립하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추진하는 ‘한국 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다. 최 작가의 화업 60여년을 총망라하기 위해 작가의 시기별 주요 작품, 비공개 초기 작품과 수채, 파스텔, 판화, 소묘 등 평면작품을 포함 총 200여점을 엄선했다.
최 작가는 1960~1970년대 추상미술이 유행하던 시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작업으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가톨릭교회의 예수상과 마리아상, 십자가의 길 등을 조각하는 작업을 통해 교회미술의 토착화를 고민해왔다. 이런 이유로 최 작가는 미술 애호가들에게 종교조각에 심취한 작가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전시를 둘러보면 최 작가가 종교적인 조각 이전에 한국미의 원형을 숙고하고 서구의 예술사조에 휩쓸리지 않는 독자적인 조형예술을 발전시킨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물이 주로 가톨릭이란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발현됐지만 종교라는 형식을 걷어내고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반가사유상과 석굴암 등 한국의 고대 불교미술에서 볼 수 있던 우리 민족 고유의 미적 감성을 발견할 수 있다.
|
전시장을 차지한 100여점이 넘는 조각의 재료는 브론즈와 화강암, 나무 등 다양하다. 1960년에 석고와 시멘트로 만든 ‘서 있는 사람’부터 나무에 채색을 한 신작 ‘기도하는 사람’까지 세월에 따라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는 조각상에 표정이 스민다. 김형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그 무렵부터 조각에 서사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종교적 영성의 기운이 배어나왔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조각의 주인공이 대부분이 소녀라는 것. 최 작가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린다”는 괴테 ‘파우스트’의 마지막 문구처럼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여성성을 구현하는 데 헌신했다. 최 작가가 보여주는 여성상은 관능적인 미보다 관념적인 미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녀리고 무구한 표정과 단순하고 고요한 자태로써 비폭력적인 인간의 원형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침묵과 평온이 함께 따라온다.
조각 외에 평면작품에도 눈이 간다. ‘해넘이’ 연작과 ‘구름이 있는 바다’ ‘섬이 있는 바다’는 최 작가 1990년대 이후 파스텔로 그린 채색화들이다. 손자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다가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각품을 감상하다가 종교적인 분위기에 눌려 있던 기운을 이들 채색화가 한껏 풀어낸다. 미술 외에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던 최 작가는 여러 권의 수상집도 내놨다. 전시장에서 읽어볼 수 있다.
|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