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프로그램 인기에 더불어 여성 래퍼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 때문이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net ‘쇼미더머니’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여성 버전이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올해 초 성공적인 론칭에 지난 달 시즌 2가 시작됐다. 전 시즌에서 걸그룹 AOA 지민이 재발견 된 탓인지 유난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많다. 시즌 2는 시즌 1의 성공과 걸그룹 멤버의 대거 합류 등으로 전 시즌보다 더 많은 관심과 화제 속에 전파를 타고 있다. 더불어 출연진, 여성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여성 래퍼들에 대한 관심은, 힙합의 유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황정문 골드문 대표는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프로그램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일조를 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힙합 음악, 힙합문화가 세계적으로 유행을 되고 있는 현상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봤다.

국내에서 힙합은 국내에서 1990년대 초반 댄스음악과 함께 성장했지만 1990년대 후반 댄스음악의 쇠퇴와 발라드 음악의 강세로 주류 밖에 밀려 있었다. 2000년대 아이돌을 중심으로 댄스 음악이 다시 부상하고 2000년대 후반 사랑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래하는 말랑한 힙합이 등장, 다시 대중적인 음악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 안에서 힙합과 미디어의 결합물인 ‘쇼미더머니’는 힙합과 래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고 ‘언프리티랩스타’는 여성 래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힙합이 트렌디해진 것도 여성 래퍼가 늘어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힙합은, ‘저항’ ‘언더’ 특성 때문인지 한때는 어둡고 거칠고 남성적인 음악으로 여겨졌다. 그러다가 힙합이 연성화되면서 힙합음악에 접근하고 힙합문화를 수용하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실제 ‘언프리티 랩스타’의 주요 팬은 여성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스코리아의 분석 결과 즌 1과 2(6회까지) 모두 남성보다 많이 봤다. 시즌 1은 여성 10대가 전체의 22%로 가장 많이 봤고, 시즌 2 역시 여성 20대가 15%로 가장 많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시즌 1의 스타 제시, 치타는 남성 팬보다 여성 팬이 더 많은 ‘걸 크러쉬’의 대표주자로 꼽힌다.실력 있는 여성 래퍼가 많아진 사실도 여성 래퍼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 힙합가수 A는 “여성 래퍼들 중에도 자신의 가사에 분명한 사상, 콘셉트를 가지고 줄기차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실력 있는 여성 래퍼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여성 래퍼만이 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성 래퍼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달라진 사회적 지위도 여성 래퍼가 주목받는 배경의 하나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작곡가 김형석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동양의 문화권에서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남아 있다”면서 “여성은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라는 암묵적인 요구가 있는데 할 소리 다하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래퍼들이 각광을 받고 그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아이돌(우상)처럼 여기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여성 래퍼들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반기면서도 아쉬움의 목소리도 낸다. 여전히 여성 래퍼들이 설 무대나 기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과 여성 래퍼들은 실력이 부족할 거라는 편견, 무엇보다 여성 래퍼들을 래퍼가 아닌 여성으로 상품화하는 시선이다. A는 “실력 있는 여성 래퍼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그녀가 섹시한지 안 한지, 어떤 옷을 하고 어떤 스타일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의 가사나 메시지, 애티튜드를 보기보다는 외모나 시각적인 부분으로 소비하는 시선들이 여전히 있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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