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곡 꺼내든 손열음 "이번 연주 나를 찾는 과정"

17일 3년만에 독주회 앞두고 기자회견 라벨·스트라빈스키 등 20세기초 곡 구성 베를린서 녹음한 첫 음반도 이날 발매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
오는 27일 3년만의 독주회를 앞두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크레디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왜 1910년대냐고? 사실 굉장히 하고 싶었던 작업이다. 이 시대에 대한 동경이 있다. 강제적 세계화랄까. 100년 전 딱 이 시기에 세상을 지배하던 패러다임이 다 바뀌지 않았나. 이때 음악은 어떤 역할을 했고 또 어떻게 쓰였는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이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꺼내들었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라 발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중 3개의 악장, 거슈윈의 ‘스와니’ 등 1900년대 초반에 쓰인 곡을 중심으로 독주회를 연다. 독주회로는 두 번째 무대로 2013년 이후 3년만이다. 오는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열 독주회를 앞두고 손열음은 17일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독주회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서양의 고전음악을 연주하는 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손열음은 “동양인이지만 서양음악을 하는 음악가로서 평소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누구인지, 왜 음악을 하는지 또 서양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이 됐는지 등이 화두”라고 말했다.

주제는 ‘모던타임스’(Modern Times)다. ‘전쟁과 평화’를 부제로 잡았다.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자신이 진정성을 느끼는 곡을 추려 꾸몄다. 손열음은 “1910년 즈음 서양문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당시 한양에도 베토벤이나 브람스를 듣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스트라빈스키나 거쉰 등 1910년대 활동한 작곡가는 세계를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코스모폴리탄의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들이 세계를 떠도는 자신의 모습과 겹치고 삶의 궤적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교종이 땡땡땡’ ‘나비야’ 등 서양음악부터 배운다.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클래식은 서양의 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음악이 됐다고 생각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자전적 기록서 ‘어제의 세계’를 통해 이번 연주하는 레퍼토리의 영감을 받았다는 손열음은 “내 인생에 책이 많다. 그중 이 책은 내가 연주로 말하고자 하는 시기를 아우른다”며 시간이 되면 읽어보길 권한다고도 했다. 또 칼럼 등 글을 계속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성취감이 큰 거 같다. 연주는 현장성, 즉흥성 때문에 상황에 압도당할 수 있지만 글은 마지막까지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차게 말했다.

예리하면서도 강렬한 타건, 화려한 테크닉을 가진 연주자로 평가받은 손열음은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큰맘 먹고 실험적인 곡을 골랐고, 같은 콘셉트의 음반도 내게 됐다.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기대해 달라. 나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이라면 내게 진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음악만 고집하고 있다는 거다. 계속해서 이런 점을 발전시키고 싶다. 하하.”

오는 27일 독주회를 앞두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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