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 父' 꼬리표 떼고…13년만에 배우 주호성으로
작성일2016.03.29
조회수1,826
주호성 1인극 '빨간 피터'로 국내무대 복귀
2003년 연극 '투란도트' 이후 처음
늙은 원숭이 분장에만 1시간30분
"원작 지루할 수 있겠다 고민…
휠체어 타고 에드리브 넣어 각색"
장나라도 SNS 통해 응원 나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무려 13년 만이다. 연극배우 주호성(본명 장연교·66)이 고국 무대로 돌아왔다. 가수 겸 배우인 장나라(35)의 아버지란 수식어를 벗고서다. 14년 전 딸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으로 함께 건너간 주호성은 한동안 국내 무대를 떠나 있었다. 종종 기획이나 연출 작업에 참여한 적은 있으나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은 2003년 아들 장성원(40)과 출연한 연극 ‘투란도트’ 이후 처음이다.
복귀작은 일인극 ‘빨간 피터’(4월 3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가 원작으로 세계 각국의 많은 배우가 소화한 모노드라마다. 인간에게 포획돼 ‘인간화 훈련’을 받은 원숭이 ‘피터’의 눈에 비친 인간사회를 그린 작품. 출구를 찾아 탈출을 꿈꾸는 그가 ‘당신은 출구를 찾았느냐’고 예리하게 묻는다. ‘빨간 피터’에는 배우 추송웅을 포함해 김상경·장두이·이원숭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거쳐 갔다.
최근 기자와 만난 주호성은 “원래 3년 정도 쉰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딸의 연예활동을 기획하다 보니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한국관객과도 멀어지게 됐다”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고국의 관객을 만나는 자리라 매번 벅차고 설렌다”고 말했다.
딸 장나라 얘기를 꺼내자 밝게 웃었다. “수목극을 막 마친 터라 정신이 없는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응원을 해주겠다고 하더라. 대부분 부녀지간이 그렇듯 딸이 가장 미워하는 남자도, 좋아하는 남자도 나란다. 하하.”
◇중국어로 연기한 ‘빨간 피터’
‘빨간 피터’와 주호성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딸 장나라와 중국에 머물렀던 그는 중국어로도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딸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중국어로 연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딸과 싸워 냉전 중이던 상태였다. 때마침 딸아이의 베이징 음반발표회가 있었고 다른 언어로도 연기가 가능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기 위해 무작정 6개월 후 중국말로 ‘빨간 피터’를 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그러곤 바로 후회했다고 했다. “중국말 공부만 해도 빠듯했다. 달달 외우고 금세 잊어버리길 반복했다. 내 발음을 알아듣는지도 의문이었다”면서 “동네서 마작 두는 노인들을 모아 놓고 연습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 동네 사람들의 조언을 받으며 극을 만들어갔다”고 귀띔했다.
그해 중국어로 초연한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현지 문화예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베이징에서 첫선을 보인 후 산둥성 지난에서 열린 ‘제3회 세계소극장연극제’에 참가해 연출상과 작품상, 연기상 3개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기까지 했다. 한국 공연을 결심한 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던진 말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서도 한번 해보라’는 권유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적기인 듯 싶었다. 나이가 더 들면 1인극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지금 꼭 한국에서 공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철학적 고민 웃음으로 승화, 애드리브도 넣어
그간 ‘빨간 피터’들이 원작에 충실했다면 주호성의 피터는 철학적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한 편이라고 했다. “추송웅 선배는 관객을 끌고 가는 흡인력이 있었지만 나는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애드리브를 넣었다. 원래 90분 공연인데 관객과 교류가 많아지다 보니 100~110분까지 극을 이끌어가게 되더라.” 이어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관객과 소통하면서 피터처럼 오늘날 우리의 출구를 찾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시간적·공간적 구성도 기존의 공연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무대를 왔다 갔다 하는 방식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늙은 원숭이라는 점에 착안, 전동휠체어를 무대 위로 올렸다. 특히 다른 점은 원숭이 분장이다.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사실적이다.
“중국은 원숭이와 친숙한 나라다. 경극·드라마 등 손오공 천지다. 원숭이에게 익숙한 관객에게 먹힐 만한 분장이 필요했다. 손등에 털도 붙이고 분장만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석유로 닦아야 지워질 정도다. 하하.”
극작가 김태수가 각색을 맡아 맡아 유려하면서도 날카로운 대사를 재탄생시켰다. 반인반수가 된 피터가 경계인으로서 방황하고 그러면서도 실존해야 하는 고민을 잘 드러난다.
◇“연극은 내가 사는 이유”
1969년 연극 ‘분신’으로 데뷔한 배우 주호성에게 ‘빨간 피터’는 ‘판타지卍’(1969), ‘술’(1987)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1인극이다. “판타지卍에서 1인17역을 맡았던 당시엔 무서운 것이 없었다”고 회상하던 그는 “지금은 기운도 빠지고, 원숭이처럼 세상도 꽤 알게 됐다. 다만 체력관리가 걱정”이라고 웃었다.
장나라도 아버지 주호성 연극 홍보를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공연 첫날 직접 대학로에 나가 ‘빨간피터’ 홍보문구가 담긴 사탕을 나눠주기도 했다. 자주 자신의 공연을 찾아 주던 관객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한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는 그는 “그래도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는 ‘살아 있으니까’다. 그래서 연극을 한다. 한국관객과 잘 만나고 싶어서 대사는 다시 잊지 않고 완전히 외웠다. 현재를 잘 소화해서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오늘을 해석해 보여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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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무려 13년 만이다. 연극배우 주호성(본명 장연교·66)이 고국 무대로 돌아왔다. 가수 겸 배우인 장나라(35)의 아버지란 수식어를 벗고서다. 14년 전 딸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으로 함께 건너간 주호성은 한동안 국내 무대를 떠나 있었다. 종종 기획이나 연출 작업에 참여한 적은 있으나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은 2003년 아들 장성원(40)과 출연한 연극 ‘투란도트’ 이후 처음이다.
복귀작은 일인극 ‘빨간 피터’(4월 3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가 원작으로 세계 각국의 많은 배우가 소화한 모노드라마다. 인간에게 포획돼 ‘인간화 훈련’을 받은 원숭이 ‘피터’의 눈에 비친 인간사회를 그린 작품. 출구를 찾아 탈출을 꿈꾸는 그가 ‘당신은 출구를 찾았느냐’고 예리하게 묻는다. ‘빨간 피터’에는 배우 추송웅을 포함해 김상경·장두이·이원숭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거쳐 갔다.
최근 기자와 만난 주호성은 “원래 3년 정도 쉰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딸의 연예활동을 기획하다 보니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한국관객과도 멀어지게 됐다”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고국의 관객을 만나는 자리라 매번 벅차고 설렌다”고 말했다.
딸 장나라 얘기를 꺼내자 밝게 웃었다. “수목극을 막 마친 터라 정신이 없는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응원을 해주겠다고 하더라. 대부분 부녀지간이 그렇듯 딸이 가장 미워하는 남자도, 좋아하는 남자도 나란다. 하하.”
◇중국어로 연기한 ‘빨간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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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연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딸과 싸워 냉전 중이던 상태였다. 때마침 딸아이의 베이징 음반발표회가 있었고 다른 언어로도 연기가 가능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기 위해 무작정 6개월 후 중국말로 ‘빨간 피터’를 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그러곤 바로 후회했다고 했다. “중국말 공부만 해도 빠듯했다. 달달 외우고 금세 잊어버리길 반복했다. 내 발음을 알아듣는지도 의문이었다”면서 “동네서 마작 두는 노인들을 모아 놓고 연습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 동네 사람들의 조언을 받으며 극을 만들어갔다”고 귀띔했다.
그해 중국어로 초연한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현지 문화예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베이징에서 첫선을 보인 후 산둥성 지난에서 열린 ‘제3회 세계소극장연극제’에 참가해 연출상과 작품상, 연기상 3개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기까지 했다. 한국 공연을 결심한 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던진 말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서도 한번 해보라’는 권유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적기인 듯 싶었다. 나이가 더 들면 1인극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지금 꼭 한국에서 공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철학적 고민 웃음으로 승화, 애드리브도 넣어
그간 ‘빨간 피터’들이 원작에 충실했다면 주호성의 피터는 철학적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한 편이라고 했다. “추송웅 선배는 관객을 끌고 가는 흡인력이 있었지만 나는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애드리브를 넣었다. 원래 90분 공연인데 관객과 교류가 많아지다 보니 100~110분까지 극을 이끌어가게 되더라.” 이어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관객과 소통하면서 피터처럼 오늘날 우리의 출구를 찾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시간적·공간적 구성도 기존의 공연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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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원숭이와 친숙한 나라다. 경극·드라마 등 손오공 천지다. 원숭이에게 익숙한 관객에게 먹힐 만한 분장이 필요했다. 손등에 털도 붙이고 분장만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석유로 닦아야 지워질 정도다. 하하.”
극작가 김태수가 각색을 맡아 맡아 유려하면서도 날카로운 대사를 재탄생시켰다. 반인반수가 된 피터가 경계인으로서 방황하고 그러면서도 실존해야 하는 고민을 잘 드러난다.
◇“연극은 내가 사는 이유”
1969년 연극 ‘분신’으로 데뷔한 배우 주호성에게 ‘빨간 피터’는 ‘판타지卍’(1969), ‘술’(1987)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1인극이다. “판타지卍에서 1인17역을 맡았던 당시엔 무서운 것이 없었다”고 회상하던 그는 “지금은 기운도 빠지고, 원숭이처럼 세상도 꽤 알게 됐다. 다만 체력관리가 걱정”이라고 웃었다.
장나라도 아버지 주호성 연극 홍보를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공연 첫날 직접 대학로에 나가 ‘빨간피터’ 홍보문구가 담긴 사탕을 나눠주기도 했다. 자주 자신의 공연을 찾아 주던 관객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한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는 그는 “그래도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는 ‘살아 있으니까’다. 그래서 연극을 한다. 한국관객과 잘 만나고 싶어서 대사는 다시 잊지 않고 완전히 외웠다. 현재를 잘 소화해서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오늘을 해석해 보여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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