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대와 파격이 만나는 지점, 뮤지컬 ‘아마데우스’

뮤지컬이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 있다. 이런 작품은 음악은 물론 극 본연의 드라마의 힘, 거기에 무대와 조명, 군무까지 구석구석에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조화로운가, 반드시 거기에 그렇게 존재해야만 하는가의 문제는 두 번째다. 우선 주어진 드라마와 무대 위에서 얼마나 다양한 실험과 변형을 가미해 각각의 볼거리를 높은 완성도로 피로할 수 있느냐 하는 것. 그것이 종합예술로서의 뮤지컬을 평가하는 하나의 평가 기준이자, 뮤지컬만이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드라마를 무대화한프랑스식 종합예술의 향연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그런 의미에서 마치 입체적으로 잘 세공된 육면각체의 프랑스식 예술품을 보는 것 같다. 작품을 이루는 모든 면면의 요소가 하나의 곡면처럼 부드럽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면씩만 들여다본다면 그 완성도와 파격, 이색적인 매력이 제각각 빛을 발한다. 관객의 호불호 반응이 큰 온도차로 나뉘는 것도 부분과 전체 드라마에 대한 다른 평가에서 오는 듯하다. 모차르트의 생애는 워낙 잘 알려진 콘텐츠이므로 이것을 감격할만한 드라마로 재구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원제인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 주는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 라이브 연주가 아닌 MR로 대신한 이번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에 보내는 특별한 관심과 호응은 비단 매력적인 두 주역 배우의 인기에서 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뮤지컬 본연의 매력이 음악, 연기, 안무, 무대미술이 주는 다채로움이라면 그 색색의 향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해외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한다.

 

 

조명과 의상, 로코코미술이 현대적 색감을 덧입다

 

우선 가장 눈에 띈 점은 무대의 색감이다. 모차르트의 운명이 어긋나기 시작한 첫 장면은 새로 부임하는 대주교의 권력과 위엄을 상징하는 듯한 강렬한 붉은 색감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마치 붉은 장막을 온몸에 뒤집어쓰는 것 같은 짙은 음영의 붉은 조명이 무대를 일순 빠짐없이 뒤덮는 순간 관객은 극의 시작부터 압도당한다.

 

독특한 ‘아마데우스’의 색감은 중세 로코코미술의 현대적 해석이 돋보이는 의상 곳곳에서도 눈에 띈다. 그간의 중세를 다룬 뮤지컬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파스텔이나 형광색 색감의 드레스부터 알로이지아의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속성 코르셋이나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는 과장된 머리장식, 드레스의 변형된 리본장식 등은 중세 특유의 시대적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과감한 현대미술의 손길이 느껴져 이채롭다.

 

군무를 추는 댄서들의 의상 또한 매우 파격적이며 흥미롭다. 속이 비치는 와이어 페티코트 차림의 발레리나나 스트립댄서를 연상시키는 과감한 노출의 유혹적인 군무는 록 음악과 함께 이 작품에 현대적인 색감를 더하는 세련된 파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에 띄게 화려한 무대전환은 없었지만 감성을 자극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미장센들이 작품 곳곳에서 눈에 띄어 프랑스적 예술 감각을 느끼게 했다.

 

한 편, 몇몇 장면을 동화적인 판타지로 느끼게 하는 조명과 무대 연출의 면면도 흥미롭다. 공연 전체에서 조명 사용은 꽤 입체적이다. 의도적으로 객석을 비추거나 다양한 색감의 핀조명을 활용해 무대의 분위기를 다채롭게 변화시킨다. 특히 순수한 모차르트가 알로이지아와 사랑에 빠지는 대목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낭만적인 조명과 인형의 집과 같은 독특한 무대연출은 마치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환상을 안겨주었다.

 

 

언어를 뛰어넘어, 충분한 위력 발휘하는 넘버와 배우들

 

드라마의 연결과 몰입이 아쉬운 반면, 탄성을 터뜨리게 하는 감동의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음악이다. 클래식 오페라부터 록은 물론, 다시 왈츠와 탱고, 때로는 디스코와 팝의 느낌으로 오가는 다양한 장르의 흐름은 그야말로 고전과 현대음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놀라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어떤 곡하나 어색하거나 거슬리는 것 없이 무대에 녹아들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마치 곡 하나하나를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안무와 조명, 무대연출의 힘이다. 특히 1막의 ‘불가능을 생각해’나 ‘빔밤붐’, ‘장미밭 위에서 잠들리오’와 2막의 ‘즐거움이 고통을 주네’, ‘악의 교향곡’ 등은 무대의 향연이라 할 만큼 곡과 함께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몰입도 높은 장면을 연출했다.

 

국내에 다수의 팬을 보유한 두 주역 배우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모차르트를 연기한 미켈란젤로는 배우라기보다는 뮤지션에 가까운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힘이 실린 다른 배역의 배우들의 목소리에 비해 유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매력과 캐릭터의 조화를 확실히 깨닫게 되는데, 살리에르와의 한 무대에 설 때 특히 그의 개성이 더욱 돋보였다. 그의 가늘고 섬세한 미성이 권위적이거나 고지식한 배역들 사이에서 모차르트의 목소리를 더욱 천진무구하고 즉흥적인 예술가의 그것으로 느껴지게 했다.

 

극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살리에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으로 잘 알려진 로랑 방이 맡아 힘 있는 목소리와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모차르트에 비해 절제된 남성미와 고뇌하는 내면을 표현한 그의 넘버들은 드라마 속에서는 조연에 해당하는 그를 단연 돋보이게 할 정도로 호소력과 흡입력이 있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기대와 정형성, 파격과 독창성이 만나는 지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처럼 문화도 정형성을 기반으로 파격을 시도하며 성장한다. 대중예술에서 성공을 거두는 새로움이란 기존의 정형성을 기틀째 바꾸고 새로 쓰는 방식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틀 안에서 얼마나 수용 가능한 변주와 해석을 보여주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프랑스 뮤지컬은 우리에게 아직 여전히 낯설고 신선한 장르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것을 기대한다면 대중예술인 뮤지컬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없고, 기존의 정형성을 고집한다면 파격과 독창성에 대한 포용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모차르트라는 정형성과 대중성을 기반으로 음악과 무대미술의 파격을 더한 재창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늘 보던 것을 기대하지 않고, 조금만 새롭더라도 혹은 꽤 낯설더라도 기꺼이 그 파격을 즐길 마음이 있다면 뮤지컬 ‘아마데우스’를 추천할 만하다. 관객의 예상과 파격을 적절히 넘나들며 즐겁고 유쾌한 파동을 만들어낸다.

 

프렌치 오리지널이 최초 내한한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4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출처_마스트ENT 



박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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