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심청'을 '죽음'에서 바라보다

신작 연극 '심청' '심청전' 모티브로 선주·간난 관계 판소리·시조창 등이 극 이끌어 "삶의 소중함 다시 생각하게 될 것" 5월22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
연극 ‘심청’의 한 장면(사진=K아트플래닛).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온 선주는 해마다 어린 처녀를 바다에 제물로 바쳤다. 어느덧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나이가 된 선주. 마지막 제물이 될 간난을 겉보리 스무가마에 사왔지만 그녀는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설상가상으로 세 아들은 간난을 설득하는 사람에게 선주자리를 물려주라고 아버지를 압박한다. 간난이 가엾어진 선주는 결국 그녀를 도망시킬 궁리를 하게 된다.

만경창파. 너울대는 바다 앞에 선 심청의 심정은 어땠을까. 효를 주제로 하는 ‘심청전’을 죽음의 관점에서 바라본 연극 ‘심청’이 내달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나온씨어터에 오른다. 대한민국 대표 극작가 이강백의 신작이다. 이강백은 동아연극상, 대한민국 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했고, 그의 희곡 ‘파수꾼’과 ‘결혼’ ‘들판에서’ 등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연극 ‘심청’의 한 장면(사진=K아트플래닛).
이번 작품은 작가의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심청이를 공양미 삼백석에 사서 인당수에 빠뜨렸던 선주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러한 질문은 인당수의 제물로 팔려왔을 또 다른 심청인 간난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졌다. 이 작가는 “‘심청전’을 읽으면 읽을수록 선주가 쓴 것 같더라”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심청전을 널리 퍼뜨린 장본인은 선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제물을 바쳤다고 영원히 살 수는 없다”며 “제물과 제물을 바치는 자에게 죽음은 공평하게 찾아온다. 관객에게 바로 그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절제되고 함축적인 언어, 차분하고 성찰적인 방식으로 삶의 날카로운 경계를 짚어낸다. 다소 무거운 작품을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낸 이는 연출가 이수인이다. 연극 ‘신시야화’ ‘해피투게더’ 등을 연출한 바 있는 그는 작가의 날카로운 성찰을 고스란히 짚어내면서도 여백을 파고들어 극의 밀도를 높였다. 이 연출은 “두 인물의 죽음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가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심청’은 선주와 간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선주는 무수한 심청이의 죽음과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죽음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간난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욕망과 의지를 새롭게 발견하기 시작한다. 간난 역시 마찬가지다. 제물로 팔려온 간난은 가난과 아버지의 학대로 가득했던 자신의 삶과 처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심청가’를 모티브로 한 까닭에 극의 전개에 국악이 적잖은 부분을 차지한다. 판소리와 시조창 등이 극을 이끌어가며 고수가 등장해 인물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코러스와 악기연주, 구음 등으로 희곡의 음악적인 요소를 세련되게 살려내면서도 극의 재미를 고조시킨다. 배우 송홍진이 선주 역을, 정새별·박인지가 간난 역을 맡아 열연한다.

연극 ‘심청’의 등장인물(사진=K아트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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