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테스트공연 해보니 "아직 글쎄"

8월18일 개관 앞두고 KBS교향악단 사전공연 공연 참여한 타악·관현악 연주자들 "넒은 무대 아름다운 외관 '합격점' 음향부분 섬세함 떨어져 '아직'" 롯데, 사회공헌 차원 운영 방침에 적자 메우기 다목적홀 변경 우려도
오는 8월 18일 개관을 앞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이 지난달 24일 첫 테스트 연주를 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전까지 13회의 테스트공연을 열고 음향 조정 및 티켓 시스템 등 사전 점검을 해나갈 예정이다. 왼쪽 사진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사들인 피아노를 재점검하는 모습(사진=롯데문화재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직 조정할 게 많아 보인다.” 무대를 감싸는 연주홀 외관이 무척 아름다웠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잔향 등 음향부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대체로 고음은 잘 들리는 반면 저음이 뭉개져 섬세하게 들리지 않아 좀더 시간을 두고 보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콘서트홀. 오는 8월 18일 개관을 앞두고 첫 테스트공연이 일반 관객 없이 35개 롯데그룹사 대표이사와 임직원 등 총 2000여명을 초대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롯데콘서트홀은 서울서 28년 만에 들어서는 클래식전용홀로 롯데그룹이 1500억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 지은 2036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세계적 음향설계가 도요타 야스히사가 감수하고, 몸값이 2억원대가 넘는 최고급 피아노만 네 대를 들였다. 개관일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클래식계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날 테스트공연은 철저한 사전점검을 거쳐 수준 높은 공연장을 선보이겠다는 롯데그룹 측의 의지를 반영한 자리다.

이날 공연에는 상임지휘자 요엘 레비의 지휘 아래 KBS교향악단이 나섰다. 바로 다음날인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예정이던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과 함께 작곡가 임준희의 세계 초연작 교향시 ‘평화’를 타악기 연주자 에벌린 글레니의 협연으로 연주했다.

최근 이데일리가 첫 테스트공연에 참여한 연주자 5인을 한자리에 모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체 단원 중 바이올린수석 전용우 악장을 비롯해 첼로수석 김우진, 플루트수석 안명주, 비올라부수석 진덕, 팀파니수석 이영완 등 타악과 관현악 대표주자들이 모여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롯데콘서트홀이 구입한 4대의 피아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그중 한대를 연주하고 있다. 손열음은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 스테인웨이사에 가서 피아노들을 직접 골랐다. 벽면에 4958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이 보인다(사진=롯데문화재단).
◇연주자 5인이 직접 경험한 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을 경험해 보니 어떠십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던진 질문에 김우진 수석이 우스갯소리를 먼저 꺼냈다. “예술의전당도 개관 당시 ‘예술탕’으로 불렸다”는 것. 이에 나머지 연주자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소리는 그날 연주의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리가 풍성하면서도 깨끗이 들리는 것이 좋은 공연장이라는 게 클래식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보통 음질을 말할 때는 충분한 적막(소음)과 적절한 잔향감(오케스트라 협연 2~2.2초), 저음이 잘 들리는 공간감(무대길이·깊이감·천장 높이 등) 등 3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명기를 제대로 울려 작은 소리라도 잘 뻗어 나가게 하는 게 미덕이란 얘기다.

안명주 수석은 울림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은 “높은 천장과 4958개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나무 건축자재 외관이 한데 어우러져 정말 웅장하다”면서도 “다만 소리가 예민하게 나지 않고 울림이 너무 컸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아직 조정할 게 많아 보였다”고 귀띔했다.

이영완 수석도 “예쁜 홀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소리가 섬세하게 나지 않는 게 아쉽더라. 연주 뒤 한 박자 뒤에 떨어지는 잔향이 방해가 됐다. 타악기는 음향판에 굉장히 예민하고 30㎝ 변화에도 민감하다. 타악기라 더욱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덕 부수석도 의견이 같았다. 진 부수석은 “잔향이 긴 홀을 좋아하는데 다른 악기 소리가 흐릿하게 들리더라. 내 소리는 물론 다른 연주자의 소리도 잘 안 들렸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수석은 “전날의 여파인지 다음날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할 때 너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건조한 편인 예술의전당보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주가 좋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전용우 악장은 “첫 연주라 공연장이 익숙지 않았을 터”라며 “반사음은 현대기술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당장은 섬세한 소리가 덜 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가 영글면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1~2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빌딩의 8~10층에 위치해 (지하철) 진동도 없고, 무대와 객석거리가 짧은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전 악장은 “지하철 소음은 일단 제대로 차단한 듯 싶다. 2000여석도 적당하다. 예술의전당과 비교할 때 무대가 굉장히 넓고 면적도 크다. 객석과 가까워 청중과의 호흡도 좋았다. 관객의 의견이 궁금하다”고 웃었다.

◇테스트공연 13번…비싼 대관료 등 개관까지 숙제 산적

롯데콘서트홀에 따르면 음향감수를 맡은 도요타는 첫 테스트공연 뒤 음향수준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지난달 KBS교향악단과 가수 10㎝, 피터팬콤플렉스의 테스트공연을 진행했다. 5월부터 11개 테스트공연을 예정하고 있다”면서 “설문조사를 통해 연주자의 의견을 수렴 중인 만큼 보강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롯데콘서트홀은 2번의 사전 공연을 거친 후 다시 내달부터 티켓 예매 등 사전 점검을 다시 벌인다. 5월 이후께는 언론에 사전 공연을 공개할 예정인 방침이다(자료=롯데문화재단).
음향 외에 연주자 대기실, 입·출구 통로 확보 등 편의시설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안 수석은 “연주자 대기실이 홀 한층 아래에 위치해 악기를 들고 왔다갔다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대기실에 화장실도 따로 없다. 지금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연주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연주가 끝난 뒤 관객 2000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병목현상을 줄이는 것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2년 가까이 개관 준비를 이끌던 김의준 전 롯데콘서트홀 대표가 최근 사임하면서 콘서트홀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사회공헌을 위해 운영하겠다는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대관벌이에 나섰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아서다. 클래식계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와 경영진이 운영방향을 놓고 갈등을 겪어왔던 게 사실”이라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관료가 600만원(이하 부대비용 제외)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롯데콘서트홀은 1000만원으로 턱없이 비싸다. 게다가 이후 적자 충당을 위해 가수 콘서트나 뮤지컬 등 다목적홀로 사용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연식 롯데문회재단 팀장은 “가수 콘서트 등의 테스트공연은 재즈가수와의 협연을 위해 마련한 것뿐”이라면서 클래식전용홀의 목적은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인터뷰에 나선 KBS교향악단 연주자들은 “어쨌든 새로운 클래식전용홀이 생겨 반갑다”면서 “기업에서 운영하는 전용홀이 그랬듯이 연극·뮤지컬에 치우치지 않고 일본 도쿄 산토리홀처럼 운영을 잘해줬으면 한다. 수정보완을 거쳐 좋은 공연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콘서트홀 연주일정
롯데콘서트홀 전경. 무대와 객석 끝 사이의 거리가 30m에 불과해 관객과의 교감이 장점일 뿐 아니라, 무대가 천장과 가장 멀다 보니 연주 소리의 공간감을 확보해 풍성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롯데홀의 특징이다(사진=롯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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