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 나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연극 ‘엘리펀트 송’
연극 ‘엘리펀트 송’은 병원장 그린버그 박사가 갑자기 사라진 로렌스 박사의 행방을 알고 있는 마이클에게 대화를 시도하면서 시작된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이클은 쉽게 대답을 해주지 않고 오히려 거래를 제안한다. 누가 먼저 목적을 달성하고,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 90분 동안 쉬지 않는 대화를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연극 '엘리펀트 송'은 옅은 파란색과 기울어진 각도의 사용으로 밝고 세련된 무대가 눈에 띈다. 또한 두 사람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알쏭달쏭한 대화 속 조심스런 긴장감이 흥미롭고,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서글픔, 치밀함을 넘나드는 마이클의 연기가 재미있다. 그린버그에게 제시하는 조건이 초연과 달라져 마이클에 대한 포커스가 줄어든 점이 아쉽다. 하지만 그만큼 마이클-인물들의 관계와 대화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사실적인 질감의 무대디자인’
하얀 옷을 입은 소년이 회색무대 앞에 기대어 코끼리를 보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그 코끼리는 소년에게 몸집보다 커다란 의미가 되었다. 거대한 무대는 기억 속 충격의 코끼리가 되어, 피부 하나하나로 작은 마이클을 집어삼킨다. 짙은 회색과 흰색, 거대함과 작음의 대비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무대의 존재가 더욱 커진다.
‘외로움 ; 어린 아이에겐 한 없이 억울하고 버거운.’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사랑이 절실하고, 고독 속 마이클의 갈망과 울분은 자신의 사랑을 쏟아 부을 대상과 자유에 대한 집착을 만든다. 마이클은 코끼리의 긴 임신기간을 부러워하고, 간호사의 품에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또한 그린버그 박사에게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울면서 소리친다. 진료 기록으로만 환자를 평가하는 의사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봐달라는 그 동안의 서러움을 토해낸 것이다. 마이클의 천진난만한 본성과 외로움이 만들어낸 차갑고 처절한 이성의 외침들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극하고, 극의 감정과 긴장을 조절하여 흐름을 이어간다.
‘장난스럽지만 치밀한 계획’
마이클은 엉뚱한 코끼리 얘기를 하거나 벽장 속에 로렌스 박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장난을 치다가, 그린버그 박사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며 대화에 두 가지 조건을 걸어온다. 박사는 어쩔 수 없이 어린 환자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춰준다. 그러나 환자의 장난스런 말들은 모두 진실에 대한 힌트의 조각이고, 두 사람의 팽팽한 숨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울 때 완성된다. 퍼즐 전체를 이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마지막 한 조각이 연극 ‘엘리펀트 송’의 가장 큰 매력이자 흥행이유다.
사진출처_나인스토리 제공
김승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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