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전설들 "연극판 주름 잡으러 돌아왔소"
작성일2016.05.26
조회수4,838
한국연극사 산증인들 무대로 귀환
- 배우 자택서 올리는 '한평극장'
김동수 등 노장배우 4명 1인극
- 韓대표 연출·작가 엄선 '원로연극제'
김정옥·오태석·하유상·천승세 희곡·연출작
- 별들의 잔치 연극 '햄릿'
유인촌·윤석화·정동환 등 총출동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40여년 전 작품이 오늘날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 궁금하다”(연출 오태석), “지난해 폐업과 두번의 교통사고 후 공연할 엄두를 못냈는데 큰 용기가 됐다. 자긍심을 얻었다”(배우 김동수), “70년 전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선보이겠다”(작가 겸 연출 김정옥).
연극계 백전노장들이 돌아왔다.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사를 이끈 연극판 전설들이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 관객과 만난다. 세 개의 각기 다른 무대에서다. 우선 4명의 원로배우가 자신의 자택을 개조한 1평 무대에서 매월 1회 이상 공연을 올린다. 이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중견·원로연극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옆집에 배우가 산다: 한평극장’ 2기 사업으로 오는 12월까지 이어가는 무대다. 이어 ‘원로연극제’가 힘을 보탠다. 6월 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현역 원로들의 건재함을 엿볼 수 있게 한 무대다. 바통은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햄릿’이 받는다. 유인촌(65)·윤석화(60)·손숙(72)·박정자(74)·전무송(75)·정동환(67)·김성녀(66) 등 연극계 ‘별’들이 총출동한다.
사실 출발은 이윤택(64)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올 초 중견연극인창작집단이 올린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으며 대학로 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40돌을 맞은 76단의 연출가 기국서(64)가 오랜 외도를 접고 신작 ‘리어의 역’을 올렸고, 여기에 신구(80)·백일섭(72)·임동진(72) 등이 다양한 작품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평극장 가보니…숨소리·표정 가까이 몰입
지난 23일 늦은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주택가. ‘옆집에 배우가 산다’(한평극장)란 입간판이 선 출입문에 들어서자 2평 남짓한 작은 방에 배우 김동수(69)가 맨발로 서 있었다. 반대편 세개 벽면에는 10여개 의자가 촘촘히 들어섰고 무대는 빛을 막는 긴 커튼과 양 벽면 가득 들어찬 책장이 전부였다. 이날 순수관객은 3명. 김동수 배우의 짧은 인사와 작품소개로 1인극 ‘인생’의 막이 올랐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배우 김동수입니다. 위화의 동명소설 원작에 김동수란 배우의 인생을 교차해 모노낭독극으로 구성해봤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김 배우는 1인다역은 물론, 막과 장을 알리는 신호와 음향까지 모든 스태프 역할을 해냈다. 뺨을 때리는 장면을 연기할 때에는 자신의 손바닥을 크게 두번 내리치기도 했다. 1m여 간격을 두고 마주하다 보니 배우의 눈빛·몸짓·숨소리까지 들려왔다. 동네 찻집에 비치한 팸플릿을 보고 찾아왔다는 한 관객은 “오랜만에 정화된 느낌이다. 집 근처서 연극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좋다”고 웃었다.
지난해 시작한 ‘한평극장’은 올해 기부금을 확보하지 못해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자비로 운영 중이다. 반응이 좋았던 만큼 매해 지속하는 게 목표다. 김지선 한국연극인복지재단 간사는 “작년 첫 시도로 홍보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단체관람이나 초청공연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배우 박정순·김동수·심철종과 함께 윤예인이 합류해 이어간다.
◇연극 인생 녹여낸 ‘원로연극제’
김정옥(85)·오태석(77)·하유상(89)·천승세(78) 등 한국연극사 산증인들의 대표작이 6월 한 달간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원로연극제’에서다. 원로연극인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들 원로 4인의 작품을 최종선정했다. 연출가 임영웅, 배우 권성덕, 안호상 국립극장장, 박계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장,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회장 등 총 7명의 운영위원이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원로 연극인을 추리고 나이순대로 3~4명의 작품을 먼저 무대화하기로 했다. 순서대로라면 임 연출도 포함되지만 운영위원인 만큼 첫 무대에서는 빠졌다.
덕분에 김정옥 작·연출이 1974년 초연한 ‘그 여자 억척 어멈’(6월 3~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오태석 작·연출의 ‘태’(6월 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9년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하유상 작·구태환 연출이 1957년 초연한 ‘딸들의 연인’(6월 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천승세 작·박찬빈 연출의 ‘신궁’(6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잇따라 공연한다. 조선시대(계유정난), 한국전쟁, 근현대 등 짧게는 50~60년, 길게는 500년 이상된 과거의 이야기들이다.
김 작가는 “한국전쟁과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의 이야기다. 7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 시대를 살아낸 인생과 환경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연출은 “쉽게 남에게 휩쓸리고 다수에 속해야만 견딜 수 있는 세상에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하 작가는 “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던 시기에 연애자유를 다룬 코믹극을 썼다. 어두운 역사지만 밝은 인간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극 햄릿…평균 68.2세 연극인 뭉치다
“배우의 존재감과 연기로 승부하는 햄릿을 만들겠다”(연출가 손진책). 평균연령 68.2세, 연기인생을 합치면 무려 422년이다. 국가대표급 중견·원로배우가 총출동한 연극 ‘햄릿’ 말이다.
연출가 이해랑(1916~1989)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대작이다. 9명 출연배우들은 모두 역대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로 유인촌(10회 수상자)이 햄릿으로, 윤석화(8회)가 오필리아로 등장한다.
정동환(19회), 손숙(7회), 박정자(6회), 전무송(15회), 김성녀(20회), 권성덕(12회), 손봉숙(18회)도 나서 국내 유례없는 별들의 잔치가 될 전망이다.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각색을 맡은 배삼식 작가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해 4시간 정도의 원작 분량을 2시간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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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40여년 전 작품이 오늘날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 궁금하다”(연출 오태석), “지난해 폐업과 두번의 교통사고 후 공연할 엄두를 못냈는데 큰 용기가 됐다. 자긍심을 얻었다”(배우 김동수), “70년 전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선보이겠다”(작가 겸 연출 김정옥).
연극계 백전노장들이 돌아왔다.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사를 이끈 연극판 전설들이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 관객과 만난다. 세 개의 각기 다른 무대에서다. 우선 4명의 원로배우가 자신의 자택을 개조한 1평 무대에서 매월 1회 이상 공연을 올린다. 이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중견·원로연극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옆집에 배우가 산다: 한평극장’ 2기 사업으로 오는 12월까지 이어가는 무대다. 이어 ‘원로연극제’가 힘을 보탠다. 6월 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현역 원로들의 건재함을 엿볼 수 있게 한 무대다. 바통은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햄릿’이 받는다. 유인촌(65)·윤석화(60)·손숙(72)·박정자(74)·전무송(75)·정동환(67)·김성녀(66) 등 연극계 ‘별’들이 총출동한다.
사실 출발은 이윤택(64)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올 초 중견연극인창작집단이 올린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으며 대학로 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40돌을 맞은 76단의 연출가 기국서(64)가 오랜 외도를 접고 신작 ‘리어의 역’을 올렸고, 여기에 신구(80)·백일섭(72)·임동진(72) 등이 다양한 작품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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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늦은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주택가. ‘옆집에 배우가 산다’(한평극장)란 입간판이 선 출입문에 들어서자 2평 남짓한 작은 방에 배우 김동수(69)가 맨발로 서 있었다. 반대편 세개 벽면에는 10여개 의자가 촘촘히 들어섰고 무대는 빛을 막는 긴 커튼과 양 벽면 가득 들어찬 책장이 전부였다. 이날 순수관객은 3명. 김동수 배우의 짧은 인사와 작품소개로 1인극 ‘인생’의 막이 올랐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배우 김동수입니다. 위화의 동명소설 원작에 김동수란 배우의 인생을 교차해 모노낭독극으로 구성해봤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김 배우는 1인다역은 물론, 막과 장을 알리는 신호와 음향까지 모든 스태프 역할을 해냈다. 뺨을 때리는 장면을 연기할 때에는 자신의 손바닥을 크게 두번 내리치기도 했다. 1m여 간격을 두고 마주하다 보니 배우의 눈빛·몸짓·숨소리까지 들려왔다. 동네 찻집에 비치한 팸플릿을 보고 찾아왔다는 한 관객은 “오랜만에 정화된 느낌이다. 집 근처서 연극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좋다”고 웃었다.
지난해 시작한 ‘한평극장’은 올해 기부금을 확보하지 못해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자비로 운영 중이다. 반응이 좋았던 만큼 매해 지속하는 게 목표다. 김지선 한국연극인복지재단 간사는 “작년 첫 시도로 홍보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단체관람이나 초청공연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배우 박정순·김동수·심철종과 함께 윤예인이 합류해 이어간다.
◇연극 인생 녹여낸 ‘원로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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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김정옥 작·연출이 1974년 초연한 ‘그 여자 억척 어멈’(6월 3~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오태석 작·연출의 ‘태’(6월 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9년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하유상 작·구태환 연출이 1957년 초연한 ‘딸들의 연인’(6월 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천승세 작·박찬빈 연출의 ‘신궁’(6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잇따라 공연한다. 조선시대(계유정난), 한국전쟁, 근현대 등 짧게는 50~60년, 길게는 500년 이상된 과거의 이야기들이다.
김 작가는 “한국전쟁과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의 이야기다. 7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 시대를 살아낸 인생과 환경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연출은 “쉽게 남에게 휩쓸리고 다수에 속해야만 견딜 수 있는 세상에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하 작가는 “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던 시기에 연애자유를 다룬 코믹극을 썼다. 어두운 역사지만 밝은 인간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배우의 존재감과 연기로 승부하는 햄릿을 만들겠다”(연출가 손진책). 평균연령 68.2세, 연기인생을 합치면 무려 422년이다. 국가대표급 중견·원로배우가 총출동한 연극 ‘햄릿’ 말이다.
연출가 이해랑(1916~1989)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대작이다. 9명 출연배우들은 모두 역대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로 유인촌(10회 수상자)이 햄릿으로, 윤석화(8회)가 오필리아로 등장한다.
정동환(19회), 손숙(7회), 박정자(6회), 전무송(15회), 김성녀(20회), 권성덕(12회), 손봉숙(18회)도 나서 국내 유례없는 별들의 잔치가 될 전망이다.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각색을 맡은 배삼식 작가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해 4시간 정도의 원작 분량을 2시간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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