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괴물이 아니야"…性·장애·죽음 대범히 푼 연극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저 최신작 '킬 미 나우' "동시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야기" 이석준·배수빈·윤나무·오종혁 등 열연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연극 ‘킬 미 나우’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잘 펴지지 않는 손가락으로 물건을 잡고 휠체어를 능숙하게 움직여 거실의 의자를 정리한다. 비록 어눌한 말투지만 열일곱 살의 조이는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에게 “난 괴물이 아니에요”라고 분명하게 외친다. 아빠 제이크는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백조는 못 되더라도 난 오리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며 아들에 대한 무한사랑을 내비친다.

캐나다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저가 2014년 발표한 최신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가 국내서 첫선을 보였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포문을 연 ‘연극열전 6’의 두 번째 작품으로 오는 7월 3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연극 ‘모범생들’ ‘프라이드’ 등을 작업한 지이선 작가가 각색자로 참여했고, 오경택이 연출을 맡았다. 오 연출은 “소재의 민감성과 영상적인 시점을 쓴 원작 때문에 표현에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동시대에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은 성(性)과 장애, 죽음 등 쉽지 않은 주제를 솔직하고 대범하게 풀어놨다. 선천성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성인이 되고 싶은 아들 조이, 그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헌신했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는 아버지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그린다. 조이는 자신을 보살피는 제이크의 방식이 불만이고, 제이크 역시 아들이 보이는 신체적 변화와 돌발행동에 당혹감을 느낀다. 장애인 가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개인의 희생과 반대급부로 욕구 등을 통해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연극 ‘킬 미 나우’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작품에선 장애로 인한 신체적 제약과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는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윤나무와 오종혁은 눈빛과 몸짓 하나까지 장애인으로 변신했다. 오종혁은 “초반에는 ‘어떻게 하면 공연을 보는 장애인 관객이 불편하지 않을까’에 대한 것을 많이 생각했다”며 “장애를 표현하면서 감정을 그 안에 녹여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윤나무는 “사실 처음 대본을 받고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외형적인 것보다는 ‘조이는 어떤 마음일까’를 더 많이 고민하면서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제이크 역은 연극계 베테랑 배우 이석준과 배수빈이 번갈아 연기한다. 배수빈은 “대본을 보고 나서 일주일을 망설였을 만큼 강렬했다”며 “결혼해서 아들을 낳고 극에서처럼 욕조에서 목욕도 시켜봤기 때문에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더라”고 말했다. 이석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국한한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며 “작품이 주는 의미가 사람들이 겪는 아픔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연극 ‘킬 미 나우’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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