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심청' 한무대에…문훈숙·한상이 "발레리나로 영광"

유니버설발레단 창작발레 '심청' 30돌 맞아 10~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역대 심청 9명 중 5명 카메오 출연 문훈숙 단장 "'심청' 역사가 발레단 역사" 전막발레 첫 주역 한상이 "꿈만 같다"
모녀처럼 꼭 닮은 문훈숙(왼쪽) 유니버설발레단장과 주역무용수 한상이가 창작발레 ‘심청’의 30주년 기념 무대에 선다. 문 단장이 “진정한 발레리나는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한상이는 “카멜레온처럼 클래식과 모던 발레를 자유롭게 오가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사진=유니버설발레단).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30주년이니까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역대 심청이 다 모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원조 심청’인 나도 참여하게 됐다”(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제일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맡게 돼 너무 기쁘다. 심청으로 무대에 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렇게 기회가 오다니 꿈만 같다”(주역무용수 한상이).

1986년 탄생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창작발레 ‘심청’이 올해로 30돌을 맞았다. 초연 이후 ‘유니버설발레단 월드투어’의 메인 레퍼토리로 자리잡았고, 국내 창작발레로는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15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발레한류’를 이끌었다.

오는 10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는 문훈숙(53) 단장을 비롯해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유니버설발레단 전 수석무용수 강예나·박선희·전은선 등 역대 심청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이들은 1막에서 중년의 심청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과 3막 심청과 심봉사의 상봉 장면에 등장할 예정이다. 문 단장은 “심청을 맡았던 발레리나는 총 9명인데 그중 5명이 이번 무대에 오른다”며 “30주년을 맞아 관객을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고 말했다.

△원조와 새내기의 만남…“심청은 지젤보다 매력적”

유니버설발레단의 주역무용수 한상이(왼쪽)와 문훈숙 단장(사진=유니버설발레단).
문 단장은 초연 무대서 심청 역을 맡은 이후 2001년 현역무용수로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15년간 심청으로 활약했다. 십수년간 같은 역을 맡아온데다 ‘심청’ 공연을 마지막으로 토슈즈를 벗은 터라 그만큼 애정이 깊다. 문 단장은 “2010년 ‘심청’ 공연에서 왕비 역으로 잠깐 출연했다”며 “9년 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서울서 공연하기 전 지난달 13일과 14일 양일간 대전에서 먼저 공연을 마쳤다. “이번 무대에서는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해설하는 것보다 훨씬 좋더라(웃음). 몸짓과 음악이 하나가 돼서 스토리를 표현하는 게 짜릿했다. 긴장보다 잊고 살았던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충분히 만끽했다.”

‘심청’을 통해 전막 발레로는 처음으로 주역에 데뷔하는 솔리스트 한상이(31)도 한껏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상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후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다 2011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한상이는 “‘심청 하면 문훈숙’할 정도인데 내가 그 명성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며 “호흡과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법 등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다. 단순히 안무만 따라 해선 안 된다는 말을 이해하고 나니 춤추기가 너무 편해졌다”고 고마워했다. 문 단장은 “후배들의 연기를 보며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짚어주곤 한다”며 “같은 작품을 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레 ‘심청’ 리허설중인 발레리나 한상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심청’은 발레작품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효’를 바탕으로 한다. 그만큼 테크닉은 기본으로 하되 스토리텔링을 잘 표현하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문 단장은 “상이의 ‘라 바야데르’ 무대를 보니 역할에 빠져들어서 자연스럽게 하더라”며 “아름다운 선과 탄탄한 연기력이 ‘심청’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상이는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내가 심청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며 “음악과 무용이 절묘하게 맞닿아 있는 작품이라 감정이 극대화된다. ‘지젤’ 등 유명한 배역보다 꼭 ‘심청’을 해보고 싶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30년 이어온 유일무이 창작발레

‘심청’은 역대 한국 창작발레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발레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당시로는 과감한 시도를 단행했고, 초대 안무가였던 에드리언 댈러스를 비롯해 로이 토비아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유병헌 등의 손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문 단장은 성장과 발전을 함께해왔다며 “‘심청’의 역사가 곧 발레단의 역사”라고 의미를 뒀다.

“작품의 스토리와 음악 등 기본구조가 워낙 탄탄하다. 원래 1막 심청의 꿈에 어머니가 나왔는데 외국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더라. 하하. 그래서 아버지로 바꿨다. 아버지를 찾은 후에 튀튀로 갈아입고 그랑파드되를 하는 장면도 어색해서 삭제했다. 이런 부분을 빼고 4분의 3은 그대로다.”

하이라이트는 1막 폭풍우가 몰아치는 인당수에서 선보이는 선원들의 역동적인 선상 군무. 심청의 인당수 낙하 장면, 영상으로 투사하는 바닷속 심청의 모습 등도 해외서 극찬받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한상이는 “심청이 집에서 문을 열고 처음 등장할 때면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라며 “특히 아버지와 이별하는 장면에선 늘 울컥한다. 심청의 감정에 이입돼 춤을 추면서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작품의 매력을 꼽았다. 문 단장은 “‘효’라는 주제는 한국적이면서 굉장히 보편적인 정서”라며 “사실 한국에선 ‘호두까기 인형’보다 발레입문에 최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창작발레 ‘심청’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창작발레 ‘심청’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창작발레 ‘심청’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창작발레 ‘심청’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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