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연극 '가까스로 우리' 첫선

美 극작가 손톤 와일더 원작 국립극단 '2016 젊은연출가전' 열두번째 수천 년 살아온 앤트러버스 가족 이야기 박지혜 연출 "인류 생존의 비밀은 '관계'의 지속" 6월 26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연극 ‘가까스로 우리’(사진=국립극단).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매 순간이 위기인 우리들의 삶, 가까스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국내서는 거의 공연하지 않았던 손톤 와일더 원작, 박지혜 연출의 연극 ‘가까스로 우리’가 오는 26일까지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초연한다. 20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극작가 와일더에게 세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국립극단이 열두 번째로 선보이는 ‘2016 젊은연출가전’ 시리즈다. 9일 소극장 판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윤철 예술감독은 “앤트러버스는 희랍어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인류가 겪어왔던 이정표를 보여주는 초역사적인 이야기”라며 “올해 ‘젊은연출가전’의 주제가 ‘도전’인데 위기를 극복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결국은 도전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가까스로 우리’는 하루도 무사한 날 없이 ‘가까스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수천 년을 살아온 앤트러버스 가족을 통해 인류 생존의 비밀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지진·가뭄·홍수 등 대자연의 위협과 끝없는 전쟁, 체제 전복 등 구조적 위기 속에서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온 관계들이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앤트러버스 부인은 가정부 사비나에게 불을 꺼뜨리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남편을 두고 서로 견제하고, 7년간의 지난한 전쟁이 끝난 뒤 돌아온 아들 헨리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을 해치려고 한다.

박지혜 연출.
전 인류사에 대한 풍부한 비유와 상징이 담긴 원작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박 연출은 “작품은 위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위기 안에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한다”며 “관계를 지속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말하려 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좌절하는 부모의 모습 등은 지금의 가족관계와 비슷하다. 아주 오래된 빙하시대 이야기가 아닌 지금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때로는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무의미한 일이 되기도 한다. 관객과 함께 이런 가치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박 연출은 장르를 불문하고 열린 해석과 파격적인 연출로 ‘폭스파인더’ ‘판소리단편선1-추물·살인’ 등 인상깊은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소속극단인 양손프로젝트의 작품 외에도 이자람, 여신동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진행했다. 윤리와 인권에 대해 다룬 연극 ‘죽음과 소녀’로 2014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번역과 구성을 직접 맡았다. 원작의 미국적 요소를 배제하고 실제 공연장인 소극장 판을 배경으로 설정, 관객이 극 속의 위기상황에 더 공감할 수 있게끔 새로 구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리듬감이 가득한 120분 동안 박장대소와 쓴 웃음을 동시에 짓게 만들며,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또 다른 모습과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연극 ‘가까스로 우리’(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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