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햄릿과 오필리어…'햄릿' 연습현장에선 어떤일이
작성일2016.07.05
조회수5,251
평균나이 66세…열기 뜨거운 연극 '햄릿' 연습현장
'연기인생 30년' 평균나이 66세'
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
윤석화·손봉숙·한명구 등 배우 9명 한무대
나이 잊고 매일 8시간씩 맹연습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개막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손숙이 “왜들 이렇게 많이 왔어요”라고 말하자 유인촌은 “어휴, 부담스러워. 연습이니까 틀려도 이해해주세요”라며 엄살을 부렸다. 한명구는 “20대 시절 연극판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배와 함께 무대 서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운명”이라면서 “연출 디렉션을 받으니까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평균 나이 66.1세, 연극인생 최소 30년 이상. 전무송(75), 박정자(74), 손숙(72), 정동환(67), 김성녀(66), 유인촌(65), 윤석화·손봉숙(60), 여기에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권성덕(76) 배우 대신 합류한 한명구(56)까지. 연극계 거목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3층 연극 ‘햄릿’ 연습실. 햄릿 5막 중 1막 시연이 시작되자 현장은 순식간에 광기에 휩싸였다. 1인1역만이 아니라 성별·나이 초월은 물론 앙상블(대사 없이 주인공 뒤에서 보조하며 다역을 소화하는 역할)을 직접 해내야 하는 노장배우 9명의 얼굴은 금세 붉게 상기돼 어느 현장보다 실전 같았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69)은 턱을 괸 채 오랫동안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더니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라 처음엔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매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공식연습은 밤 10시가 훌쩍 넘어야 끝난다고 했다.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해 뭉쳐
올여름 공연계의 어벤저스급으로 떠오른 연극 ‘햄릿’은 한국연극사의 대표 연출가 이해랑(1916~1989) 선생 탄생 100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대형 연극이다. 1951년 연출가 이해랑에 의해 국내서 처음으로 전막공연을 올렸던 ‘햄릿’은 이해랑 생전에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박정자(6회), 손숙(7회), 윤석화(8회), 유인촌(10회), 전무송(15회), 손봉숙(18회), 정동환(19회), 김성녀(20회), 한명구(21회) 등 출연 배우 9명 모두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다. 연습 도중 식도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은 권성덕을 대신해 지난달 19일께 뒤늦게 한명구가 투입됐다. 손 연출은 “권 배우는 현재 수술을 마치고 입원 중에 있다”며 “대사가 없더라도 무대에 잠깐이라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앙상블은 처음…성별·나이 초월 하모니
이날 9명의 노장들은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말을 몸소 증명해냈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배역이 등장하지 않을 때는 검은 망토를 걸친 채 무대 배경이 되거나 다 같이 효과음을 내기도 했는데 역할에 상관없이 각각의 존재감을 표출했다. 모두 “앙상블을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품 속 20대 역할을 60대 배우들이 연기했지만 간극도 느낄 수 없었다. 내뿜는 대사에선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고 삶의 고뇌까지 제대로 묻어났다.
햄릿 역의 유인촌은 “여섯번째 햄릿 연기인데, 이번 ‘햄릿’은 스토리 자체가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온다. ‘저게 혹시 내 일인가’ 하고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오필리어 역의 윤석화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깡총깡총 뛰며 발랄하게 등장할 때는 좌중에서 잠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자기 연기를 펼쳐 보였다. 폴로니어스 역 박정자에게선 완고한 인물의 깊은 감정선이 드러났다. 햄릿의 숙부와 햄릿의 아버지 혼령 역을 동시에 맡은 정동환은 한 사람이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완벽하게 교차해 소화해냈다.
남자 역을 맡은 김성녀는 “호레이쇼가 남자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김성녀가 하는 호레이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면서 “해외에선 여배우가 하는 ‘햄릿’도 있다. 성별이나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얘기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생에 이런 기회 다시 없을 것”
30분간 시연을 마친 배우들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숙은 “공연의 결과는 모르겠지만 연습 분위기는 최고”라며 “우리가 이렇게 모였다는 게 눈물겹고 결과와 상관없이 너무 행복하다. 일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습은 지난 5월 26일 첫 리딩작업을 시작으로 본 공연까지 20여일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이뤄진 클라이맥스 격. 손진책 연출은 “이 멤버로 안 되면 한국연극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했다. 배우들이 말을 잘 듣느냐는 질문에는 “얘기하기 전에 다 알아서들 한다. 서로 이렇게 배려를 잘할 수 없다. 편안하게 잘 맞춰줘서 분위기가 좋다”고 웃었다.
오는 12일 개막해 8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들의 호흡을 목격할 수 있다. 20대 햄릿, 18세 오필리어를 60대 노장배우들이 연기하는가 하면 한국연극계를 이끄는 대배우 9명의 조합만으로도 ‘햄릿’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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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손숙이 “왜들 이렇게 많이 왔어요”라고 말하자 유인촌은 “어휴, 부담스러워. 연습이니까 틀려도 이해해주세요”라며 엄살을 부렸다. 한명구는 “20대 시절 연극판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배와 함께 무대 서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운명”이라면서 “연출 디렉션을 받으니까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평균 나이 66.1세, 연극인생 최소 30년 이상. 전무송(75), 박정자(74), 손숙(72), 정동환(67), 김성녀(66), 유인촌(65), 윤석화·손봉숙(60), 여기에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권성덕(76) 배우 대신 합류한 한명구(56)까지. 연극계 거목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3층 연극 ‘햄릿’ 연습실. 햄릿 5막 중 1막 시연이 시작되자 현장은 순식간에 광기에 휩싸였다. 1인1역만이 아니라 성별·나이 초월은 물론 앙상블(대사 없이 주인공 뒤에서 보조하며 다역을 소화하는 역할)을 직접 해내야 하는 노장배우 9명의 얼굴은 금세 붉게 상기돼 어느 현장보다 실전 같았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69)은 턱을 괸 채 오랫동안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더니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라 처음엔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매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공식연습은 밤 10시가 훌쩍 넘어야 끝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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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해 뭉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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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6회), 손숙(7회), 윤석화(8회), 유인촌(10회), 전무송(15회), 손봉숙(18회), 정동환(19회), 김성녀(20회), 한명구(21회) 등 출연 배우 9명 모두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다. 연습 도중 식도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은 권성덕을 대신해 지난달 19일께 뒤늦게 한명구가 투입됐다. 손 연출은 “권 배우는 현재 수술을 마치고 입원 중에 있다”며 “대사가 없더라도 무대에 잠깐이라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앙상블은 처음…성별·나이 초월 하모니
이날 9명의 노장들은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말을 몸소 증명해냈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배역이 등장하지 않을 때는 검은 망토를 걸친 채 무대 배경이 되거나 다 같이 효과음을 내기도 했는데 역할에 상관없이 각각의 존재감을 표출했다. 모두 “앙상블을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품 속 20대 역할을 60대 배우들이 연기했지만 간극도 느낄 수 없었다. 내뿜는 대사에선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고 삶의 고뇌까지 제대로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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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역을 맡은 김성녀는 “호레이쇼가 남자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김성녀가 하는 호레이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면서 “해외에선 여배우가 하는 ‘햄릿’도 있다. 성별이나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얘기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생에 이런 기회 다시 없을 것”
30분간 시연을 마친 배우들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숙은 “공연의 결과는 모르겠지만 연습 분위기는 최고”라며 “우리가 이렇게 모였다는 게 눈물겹고 결과와 상관없이 너무 행복하다. 일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습은 지난 5월 26일 첫 리딩작업을 시작으로 본 공연까지 20여일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이뤄진 클라이맥스 격. 손진책 연출은 “이 멤버로 안 되면 한국연극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했다. 배우들이 말을 잘 듣느냐는 질문에는 “얘기하기 전에 다 알아서들 한다. 서로 이렇게 배려를 잘할 수 없다. 편안하게 잘 맞춰줘서 분위기가 좋다”고 웃었다.
오는 12일 개막해 8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들의 호흡을 목격할 수 있다. 20대 햄릿, 18세 오필리어를 60대 노장배우들이 연기하는가 하면 한국연극계를 이끄는 대배우 9명의 조합만으로도 ‘햄릿’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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