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집착·욕망…소극장서 만나는 인간본성 셋

기대 '업' 올여름 소극장 연극 3편 '코펜하겐'…과학자 양심갈등 고백 서울공대 출신 극단 국내 첫 소개 '데블 인사이드'…세기말 惡순환성 그려 김태훈·박호산 등 웃음·긴장 동시에 '까사발렌티나'…하이힐 신은 남자 성소수자 편견 유쾌하게 풀어
해외에서 호평받은 소극장 연극 ‘데블 인사이드’(위부터 시계방향) ‘까사발렌티나’ ‘코펜하겐’이 올여름 관객을 찾아왔다. 하이힐을 신은 남자 배우를 비롯해 스릴러와 코미디를 오가는 배우의 열연 등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사진=극단 맨씨어터·아시아브릿지컨텐츠·극단 청맥).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화려한 무대장치도 스타급 배우도 없지만 강한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소극장 공연들이 있다. 6년째 흥행신화를 이어온 ‘마마 돈 크라이’(8월 28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는 2010년 초연에서 입소문만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마성의 뮤지컬’이란 별칭을 얻었다. 두 형제의 끝나지 않은 한판 승부를 다룬 연극 ‘트루웨스트 리턴즈’(8월 28일까지 예그린씨어터) 역시 1994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앙코르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외에도 독특한 매력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소극장 연극 세 작품이 관객을 찾아왔다. 20세기 천재 물리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코펜하겐’(7월 14~31일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과 극단 맨씨어터의 스릴러 코미디 연극 ‘데블 인사이드’(7월 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 김수로프로젝트 18탄으로 선보이는 ‘까사발렌티나’(9월 11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다. 연기파 배우들이 창조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 허를 찌르는 연기, 지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작품들이다.

△서울대 공대생이 처음 소개…‘코펜하겐’

‘코펜하겐’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1998년 영국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30여개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과학자의 양심’을 두고 미국과 독일 과학자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실제 사건을 다룬다. 원자탄의 제조과정과 불확정성 원리, 상보성의 원리 등 널리 알려진 물리학의 개념을 주요 소재로 과학자가 갖는 철학적인 갈등과 고뇌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코펜하겐’을 국내에 소개한 곳이 서울대 공대 연극반 출신이 만든 극단 실극이란 것이다. 그때 그 단원들은 현재 대부분 기업의 CEO, 대학교수로 변신한 상태다. 극단 실극이 공연을 올릴 당시 객원연출을 맡은 인연으로 이번 공연에서도 지휘봉을 잡은 윤우영 연출은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미래를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불확실한 삶에 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데블 인사이드’의 한 장면(사진=극단 맨씨어터).


△“누구나 마음 속에 악마 하나쯤은”…‘데블 인사이드’

1997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데블 인사이드’는 퓰리처상(2007), 뉴욕드라마비평가상(2011)을 수상한 미국 작가 데이비드 레인지-어바이어의 데뷔작이다. 산행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알고 있던 아버지의 죽음이 사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란 비밀을 알게 되면서 시작하는 악의 순환성을 그린다.

침수한 도시, 넘쳐나는 쓰레기, 사람을 물어뜯는 굶주린 개 등 도덕과 질서가 무너진 혼란스러운 세기말을 배경으로 여섯 명의 등장인물은 오로지 자신들의 욕망에만 집착한다. 그렇게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배우들은 일방적 대화, 우연과 필연이 얽힌 설정 등으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폭소가 터지게 한다. 오싹한 긴장감을 웃음과 함께 선사하는 이들은 연기파 배우 김태훈·박호산·우현주 등이다. 배우들은 과장된 상황과 캐릭터로 스릴러와 코미디의 간극을 오가며 색다른 연극적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데블 인사이드’의 한 장면(사진=극단 맨씨어터).


△하이힐·스커트 입은 여장남자…‘까사발렌티나’

1962년 뉴욕 캐츠킬산맥에 있는 한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모인 일곱 남자가 심상치 않다. 좀더 완벽한 여장을 하기 위해 이들은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으며 하이힐을 신는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크로스 드레서’(Cross-Dresser)라는 은밀한 취미를 갖고 있다.

‘까사발렌티나’는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크로스 드레서를 소재로 한다. 1960년대 미국의 화려한 의상, 매력적인 배우들의 파격적인 여장 모습이 더해져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뉴시즈’ 등을 집필한 미국 최고의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이 극본을 썼다. 크로스 드레서와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오해를 유쾌하고 도발적으로 풀어냈다. 2014년 토니어워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한 것을 비롯해 드라마데스크어워드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성종완 연출은 “우리는 크로스 드레서, 동성애자는 물론이고 사실 모든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며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까사발렌티나’의 한 장면(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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