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자, 찰흙 굴리며 마음 보따리 풀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마음의 기하학' 전 설치미술가 김수자 신작으로 개인전 '마음의 기하학'몸의 기하학' 등 9점 내년 2월 5일까지
김수자의 ‘마음의 기하학’(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흙을 만지는 손의 움직임은 결국 보따리나 이불보를 싸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따리와 이불보 등 한국의 전통소재를 활용한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김수자(59)가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내년 2월 5일까지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마음의 기하학’ 전이다. 과거보다 김 작가가 앞으로 지향할 예술세계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최근 기자와 만난 김 작가는 “물질성과 비물질성, 안과 밖, 삶과 죽음, 남성과 여성 등 이중성에 항상 의문이 있었다”며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차의 도움으로 이런 의문에 보따리를 풀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수자 작가가 설치작품 ‘연역적 오브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름이 19m에 이르는 대형 목제 타원형테이블로 만든 설치작품 ‘마음의 기하학’을 비롯해 ‘몸의 기하학’ ‘연역적 오브제’ 등 9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작 중 가장 규모가 큰 ‘마음의 기하학’은 관람객이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비치해 놓은 찰흙을 손으로 굴려 둥그런 뭉치로 만드는 행동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김 작가는 “찰흙을 감싸고 굴리는 행위는 관람객이 자신의 마음상태를 물질로, 다시 물질에서 무(無)로 전환하게 한다”며 “흙을 만지는 손의 움직임은 결국 보따리나 이불보를 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관람객이 ‘마음의 기하학’에 앉아 찰흙을 빚는 동안 테이블 아래 설치한 16개의 스피커에선 32가지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소리 또한 ‘구의 궤적’이란 사운드작품이다.

‘몸의 기하학’은 2006년부터 김 작가가 사용해온 요가매트로, 신체의 움직임과 중력을 비가시적인 차원으로 담아 일종의 회화처럼 변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작가는 “요가매트는 이불보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프레임”이라며 “그 프레임 안에서 하는 움직임에는 기하학적인 포인트가 많다. 우리 몸이 가진 중력이 어떻게 표현되는지가 매트 위에 흔적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전시마당에 전시한 ‘연역적 오브제’는 가로·세로 10m의 대형거울을 깔고 그 중심에 오방색 띠를 두른 타원체를 세워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나눈 설치작품. 전시를 준비한 박영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김수자의 작품은 만들지 않고 행위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질성과 비물질성, 이동성과 부동성을 탐구한다”며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대구 출신인 김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1992년부터 천을 이용한 보따리 작업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선 한국관 대표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과 프랑스 메츠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김수자 ‘몸의 기하학’(사진=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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