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정의 문화로 엿보는 세상] "음악이 지닌 위대한 힘"…‘페스트’와 ‘올슉업’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를 극복한 `페스트`와 `올슉업` 서태지에 엘비스 프레슬리까지…관객 반응 뜨겁네[이데일리 e뉴스 유수정 기자] 흔히 문화는 ‘사회를 투영하는 창’이라 표현하죠. 문화에는 그 시대의 현실은 물론 과거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매주 화요일 이 시간에는 전반적인 문화계 이슈는 물론 문화에 녹아내린 사회적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문화로 엿보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한 시대를 풍미함을 넘어서 막대한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가수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문화 대통령’서태지의 명곡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사진=스포트라이트, 스토리피 제공)
음악이 지닌 파워(Power)는 실로 위대하다. 음악은 그 어떠한 수단보다 강력한 전파력을 지녔음은 물론, 대중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다.

2002년 대한민국을 그토록 열광케 하고 전 국민을 하나로 모았던 한일월드컵의 주역은 다름 아닌 YB(윤도현밴드)의 ‘오 필승코리아’였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흘러나오는 멜로디 하나로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을 불태우고 자긍심을 심어주었던 것 역시 바로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였다.

이처럼 음악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뇌리와 가슴 속에 강한 무엇인가를 남기며, 이들에게 노래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음악이 지닌 이러한 힘 때문일까. 70년대 박정희정권은 흔히 ‘민중가요’로 일컬어지는 노래들을 금지곡으로 지정하고 탄압하고 나섰다.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가요에 국민들이 선동될까 노심초사하며, 정부가 직접 두 발 벗고 나서 음악통제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새마을 정신을 세뇌시켜 국민들의 사기를 증진시키는 방안으로 ‘새마을 노래’를 제작 및 배포해 큰 효과를 누렸으며, 건전가요를 만들어 국민들의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도 했다.

음악의 힘이 오죽했으면 백제의 서동 역시 자신이 사모하던 선화공주를 아내로 만들기 위해 ‘공주가 밤마다 남몰래 자신의 방을 찾는다’는 노래(서동요)를 지어 부르게 만들었을까.

이처럼 음악이 지닌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덕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의 가장 큰 전환점으로 자리한 ‘문화 대통령’ 서태지. 그리고 로큰롤(rock‘n’roll)의 탄생과 발전, 대중화에 앞장선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Aron Presley).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이들이 사회와 역사에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들의 음악이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해 2016년 여름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바로 뮤지컬 ‘페스트’(PESTE)와 ‘올슉업’(All Shook Up)이 그 주인공이다.

뮤지컬 ‘페스트’는 사회 비판적 요소가 곳곳에 녹아내린 서태지의 명곡이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진= 스포트라이트 제공)
뮤지컬 ‘페스트’와 ‘올슉업’은 서태지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바탕으로 제작된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기계에 동전을 넣어 노래를 재생하던 것에서 유래된 말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뮤지컬 넘버로 삼은 것을 특징으로 한다.

아바(ABBA)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맘마미아’의 성공을 시작으로 퀸(Queen)의 ‘위 윌 록유’(We Will Rock You),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의 ‘저지 보이스’(Jersey Boys) 등 주크박스 뮤지컬이 차례로 히트했는데, 이는 뮤지컬에 무지하거나 관심 없는 이들까지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익숙함’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작곡가 故이영훈의 이문세 노래로 제작한 ‘광화문 연가’나 김광석의 ‘그날들’ 역시 이 익숙함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티켓파워를 자랑하기도 했다.

서태지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지닌 힘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사람의 주옥같은 히트곡을 뮤지컬 넘버로 사용한 점은 공연 개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모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이에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무대가 지닌 음악적 매력과 익숙한 노래에 저절로 들썩이는 어깨와 흥을 주체하지 못해 안절부절 하기 일쑤였다. 결국 중간 중간 노래를 조용히 따라 흥얼거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극(페스트) 중 그랑의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 사용된 ‘너에게(Feat. 서태지)’에 관객들은 하나같이 탄성을 자아냈으며,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다고 외치는 코타르의 목소리에 매우 적절히 녹아든 ‘시대유감’은 관객들을 더욱 몰입시켰다.

또한 앙상블의 역할이 가장 도드라졌던 1막의 마지막 넘버인 ‘코마’(COMA)와 2막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마지막 축제’ 등은 웅장한 극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서태지의 음악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내뿜는 에너지 역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진 않았다.

정숙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커몬 에브리바디’(C‘mon Everybody)를 비롯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너무나도 익숙한 넘버인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자유의 상징인 ‘제일하우스 록’(Jailhouse Rock), 뮤지컬의 제목이자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올슉업’(All Shook Up) 등은 공연장의 모든 관객을 하나로 모으는 강력한 올드팝의 힘을 보여줬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결국 공연 시작 전 지나친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삼가달라는 주의까지 줄 정도였으니, 서태지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갖는 힘은 역시 대단했다.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컬 ‘올슉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으로 제작한 대표적인 주크박스 뮤지컬로, 공연 관람을 멀리해왔던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았다. (사진=스토리피 제공)
이처럼 주크박스 뮤지컬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강점을 지녔다. 그럼에도 분명 이가 갖는 한계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바로 관객들에게 한 편의 잘 짜인 뮤지컬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고 노래만을 추억하는 콘서트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페스트’와 ‘올슉업’은 신선한 스토리에 최고의 편곡과 연주를 더해 각각의 매력을 발산,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한 것은 물론이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주는 편견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와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를 각각 모티브로 삼아 제작한 두 공연은 스토리 뿐 아니라 음악에도 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페스트’는 한국 대중음악 사운드가 추천한 최고의 프로듀서 10인에 선정된 실력파 뮤지션 김성수를 원곡자인 서태지가 직접 음악감독으로 선택했으며, ‘올슉업’은 위키드, 에비뉴Q 등 특유의 감성으로 현재 브로드웨이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스테픈 오레무스(Stephen Oremus)를 음악감독으로 내세워 원곡을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페스트’의 경우 서태지의 원곡을 가사만 살린 채 모두 편곡하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해 다소 엉성한 스토리와 전개로 혹평을 받는 가운데서도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뽐내는 두 공연은 해외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창작 뮤지컬’과 ‘논 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한국 공연 연출의 자존심을 살렸다는 강점을 지녔다.

살인적인 폭염으로 유난히 힘든 올 여름, 당신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난 시절의 추억을 꿈틀거리게 만들 두 편의 공연으로 더위를 달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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