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인생 合 93년 손숙·고인배…평범해 더 뭉클한 사랑
작성일2016.09.01
조회수1,607
연극 '사랑별곡'서 노부부 연기
두 배우인생 합치면 무려 93년
잘 익은 젓갈 맛 축적된 '내공'
손숙, 장터서 나물파는 '순자' 역
고인배, 툭하면 화내는 가장 '박씨'
"노부부 일상 편하게 그릴 것"<...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처음엔 부담감이 컸어요. 지금은 존경하는 선배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하죠. 여전히 배우는 게 많습니다. 허허허”(고인배), “구태환 연출이 계속 러브콜을 해왔는데 그때마다 일정이 안 맞아 고사했어요. 이제야 기회가 닿았죠”(손숙).
둘이 합해 연기인생 93년이다. 올해로 연극데뷔 각각 53년, 40년을 맞은 배우 손숙(73)과 고인배(62)가 연극 ‘사랑별곡’에서 부부로 만난다. 영화 ‘귀향’(2016)에서 손숙은 주연으로, 고인배는 카메오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인배에 따르면 13년 선배이자 당시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손숙과는 좀처럼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최근 서울 은평구 구산동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연기하지만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것처럼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손숙은 “그간 작품으로 만나지 못했다”며 “워낙 베테랑이라 호흡이 안 맞으려야 안 맞을 수가 없다. 정서가 가는 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배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여배우이자 선배다. 197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하는데 연극 ‘라인강의 감시’에서 선배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손숙을 치켜세웠다.
◇애잔한 사연 가진 노부부 연기
연극 ‘사랑별곡’(9월 4일~10월 1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은 강화도의 한 시골장터가 배경이다. 장터 골목에서 나물을 파는 순자와 그의 남편 박씨, 또 순자가 한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옛사랑 김씨 이야기를 통해 우리네 삶의 진솔한 면을 애틋하게 빚어낸 작품이다. 2010년 ‘마누래 꽃동산’이란 제목으로 초연한 뒤 2014년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초연에 참여한 이후 6년 만에 이 연극에 돌아오는 고인배는 이순재(81)와 번갈아 가며 박씨를 연기한다. 초연 당시 노년의 애잔한 사랑, 그리움 등을 잔잔하게 그려 호평받았다. 고인배는 “6년 전에는 50대였다. 지금은 60대인 만큼 본래 70대 설정 배역에 더 가깝게 다가선 느낌이다. 처음에는 구 연출과 많은 분석을 통해 감정의 흐름대로 텍스트에 맞춰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절제해서 담백한 박씨를 보여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박씨는 다혈질이다. 예전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좋아한다는 표현도,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상”이라고 소개했다.
손숙이 “박씨는 전형적인 한국남자다. 표현에 서툴다”고 말하자 고인배는 “툭 하면 화를 내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따스함이 있다”고 거들었다. 반면 순자는 젊은 시절 다른 남자를 가슴에 품고 결혼한 뒤 한평생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다. 손숙은 “순자는 참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며 우리 시대의 정서를 가지고 가족을 위해 사는 어머니”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20년여간 강화도에 살고 있는 희곡작가 장윤진이 대본을 써 독특한 억양의 강화도 사투리가 제대로 묻어나는 것이 특징. 구 연출을 비롯해 배우들은 작품의 배경인 강화도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기도 했다. 고인배는 “처음에는 강화도 사투리인 줄 몰랐다. 다소 생소한데 자세히 들어보면 북한과 경상·충청도 등 다양한 지역의 말이 섞여 있다. 배들이 오간 지역이라 그렇다더라. 입에 붙기 전에는 대사가 막히기도 했는데 억양이나 단어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사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손숙은 “대본이 워낙 좋아 어렵지 않다. 또 사투리가 중점이 아니다. 뉘앙스만 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돌스케줄’이지만…우리네 이야기 애틋
관록의 두 배우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1964년 연극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로 데뷔한 손숙은 최근에 ‘연극계 아이돌’이란 별칭이 생겼다. 최근 막을 내린 ‘햄릿’에서 왕비 거트루드 역으로 열연한 뒤 모노드라마 ‘그 여자’로 지방을 돌고 이젠 ‘사랑별곡’으로 관객과 만난다. 올 연말인 12월께는 이순재의 연기 인생 60주년 기념 공연에 오를 예정이다.
고인배는 지난해 9월부터 ‘바냐 아저씨’ ‘수상한궁녀’ ‘그놈을 잡아라’ 등에 출연하며 연기인생 40년 중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76년 국립극장에서 졸업작품으로 올린 ‘갈매기’를 데뷔작으로 1980∼1990년대 대학로 연극계를 이끈 주역이다. 현재 호서예전 교수이자 영화 ‘이끼’ ‘공동경비구역 JSA’ ‘YMCA야구단’ 등에도 출연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하루를 못 쉬었다. 연습실과 무대를 오가며 계절을 잊고 살았다”(고인배).
아이돌스타급처럼 바쁜 비결을 묻자 손숙은 “딴 거 할 게 없어 버틴 것”이라고 농을 던지며 “배우는 뽑히는 직업이다. 평생 애환이다.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후배에게도 한마디 전한다. “월 100만원, 10만원도 못 버는 친구들이 많다. 선배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돈을 벌고 스타가 되려면 떠나라고 말한다. 버틸 수 있는 친구만 남으라고 한다.” 고인배도 거든다. “그럼에도 버티다 보니 기회가 오더라. 하지만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 어떻게 견디냐에 달렸다.”
손숙은 또 “요즘 자극적인 작품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사랑별곡’은 그냥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참아라. 세상사는 게 닳고 닳으면 뭉툭해진다’는 대사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고 했다.
“역사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얘기다. 그때는 이렇게 사랑을 했구나, 딸들이 보면 엄마 왜 저러고 살았을까 하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거다. 너무 슬프지도 않고 담담하면서 잔잔한 감동이 있다. 곧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찾을 수 있는 착한 작품이다”(손숙).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처음엔 부담감이 컸어요. 지금은 존경하는 선배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하죠. 여전히 배우는 게 많습니다. 허허허”(고인배), “구태환 연출이 계속 러브콜을 해왔는데 그때마다 일정이 안 맞아 고사했어요. 이제야 기회가 닿았죠”(손숙).
둘이 합해 연기인생 93년이다. 올해로 연극데뷔 각각 53년, 40년을 맞은 배우 손숙(73)과 고인배(62)가 연극 ‘사랑별곡’에서 부부로 만난다. 영화 ‘귀향’(2016)에서 손숙은 주연으로, 고인배는 카메오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인배에 따르면 13년 선배이자 당시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손숙과는 좀처럼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최근 서울 은평구 구산동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연기하지만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것처럼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손숙은 “그간 작품으로 만나지 못했다”며 “워낙 베테랑이라 호흡이 안 맞으려야 안 맞을 수가 없다. 정서가 가는 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배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여배우이자 선배다. 197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하는데 연극 ‘라인강의 감시’에서 선배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손숙을 치켜세웠다.
◇애잔한 사연 가진 노부부 연기
|
초연에 참여한 이후 6년 만에 이 연극에 돌아오는 고인배는 이순재(81)와 번갈아 가며 박씨를 연기한다. 초연 당시 노년의 애잔한 사랑, 그리움 등을 잔잔하게 그려 호평받았다. 고인배는 “6년 전에는 50대였다. 지금은 60대인 만큼 본래 70대 설정 배역에 더 가깝게 다가선 느낌이다. 처음에는 구 연출과 많은 분석을 통해 감정의 흐름대로 텍스트에 맞춰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절제해서 담백한 박씨를 보여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박씨는 다혈질이다. 예전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좋아한다는 표현도,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상”이라고 소개했다.
손숙이 “박씨는 전형적인 한국남자다. 표현에 서툴다”고 말하자 고인배는 “툭 하면 화를 내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따스함이 있다”고 거들었다. 반면 순자는 젊은 시절 다른 남자를 가슴에 품고 결혼한 뒤 한평생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다. 손숙은 “순자는 참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며 우리 시대의 정서를 가지고 가족을 위해 사는 어머니”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20년여간 강화도에 살고 있는 희곡작가 장윤진이 대본을 써 독특한 억양의 강화도 사투리가 제대로 묻어나는 것이 특징. 구 연출을 비롯해 배우들은 작품의 배경인 강화도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기도 했다. 고인배는 “처음에는 강화도 사투리인 줄 몰랐다. 다소 생소한데 자세히 들어보면 북한과 경상·충청도 등 다양한 지역의 말이 섞여 있다. 배들이 오간 지역이라 그렇다더라. 입에 붙기 전에는 대사가 막히기도 했는데 억양이나 단어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사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손숙은 “대본이 워낙 좋아 어렵지 않다. 또 사투리가 중점이 아니다. 뉘앙스만 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돌스케줄’이지만…우리네 이야기 애틋
|
고인배는 지난해 9월부터 ‘바냐 아저씨’ ‘수상한궁녀’ ‘그놈을 잡아라’ 등에 출연하며 연기인생 40년 중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76년 국립극장에서 졸업작품으로 올린 ‘갈매기’를 데뷔작으로 1980∼1990년대 대학로 연극계를 이끈 주역이다. 현재 호서예전 교수이자 영화 ‘이끼’ ‘공동경비구역 JSA’ ‘YMCA야구단’ 등에도 출연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하루를 못 쉬었다. 연습실과 무대를 오가며 계절을 잊고 살았다”(고인배).
아이돌스타급처럼 바쁜 비결을 묻자 손숙은 “딴 거 할 게 없어 버틴 것”이라고 농을 던지며 “배우는 뽑히는 직업이다. 평생 애환이다.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후배에게도 한마디 전한다. “월 100만원, 10만원도 못 버는 친구들이 많다. 선배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돈을 벌고 스타가 되려면 떠나라고 말한다. 버틸 수 있는 친구만 남으라고 한다.” 고인배도 거든다. “그럼에도 버티다 보니 기회가 오더라. 하지만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 어떻게 견디냐에 달렸다.”
손숙은 또 “요즘 자극적인 작품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사랑별곡’은 그냥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참아라. 세상사는 게 닳고 닳으면 뭉툭해진다’는 대사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고 했다.
“역사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얘기다. 그때는 이렇게 사랑을 했구나, 딸들이 보면 엄마 왜 저러고 살았을까 하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거다. 너무 슬프지도 않고 담담하면서 잔잔한 감동이 있다. 곧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찾을 수 있는 착한 작품이다”(손숙).
|
|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