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비서 배우로…오종혁 "그날들서 멋보다 냉정함 좇아"

뮤지컬 '그날들'서 무영 역 열연 중 청와대 경호실 실종사건 다뤄 2013년부터 삼연까지 참여해 다른 모습 보이려 매번 고민 "'연기돌' 변신하는 가수 후배들 결과 연연 않고 도전했으면…"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는 데뷔 8년 차 배우 오종혁은 “TV브라운관은 아니지만 ‘우리 아들 멋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가는 게 좋다’고 말씀해주는 부모님의 응원 덕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전 연극이 선천성장애를 가진 역할이라 연습일정을 포함해 넉달여간 불편한 자세를 유지했다. 공연을 할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병원에 갔더니 골반이 틀어졌다고 하더라. 하하.”

이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넘기는 이는 배우 오종혁(33)이다. 2000년대 초 인기그룹이던 ‘클릭비’ 출신의 오종혁이 맞다. 2008년 뮤지컬 ‘온에어’로 출발해 연기데뷔 8년 차를 맞아 아이돌가수에서 실력파 연기자로 거듭나는 중이다.

고무줄 체중도 맥을 같이한다. 전작인 연극 ‘킬미나우’에서 12㎏가량 체중을 감량했다면 지금은 근육을 키우는 중이란다. 워낙 동선이 크고 움직임이 많은 역할을 맡아 6㎏을 찌웠다가 다시 2㎏이 빠진 상태라고 했다. 그가 출연해온 작품을 보면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2인극(‘쓰릴미’·2013)이거나 동성애를 다루는가 하면(‘프라이드’·2014) 혹은 순발력이 요구되는 코믹극(‘서툰사람들’·2016) 등 그의 도전의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번에는 뮤지컬 ‘그날들’(11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3년 초연부터 재연, 올해 삼연까지 경호원 ‘무영’ 역을 연달아 맡았다.

최근 공연장에서 만난 오종혁은 “배우라는 자각을 가지고 스스로 성장하게 이끌어준 작품이 뮤지컬 ‘그날들’”이라면서 “세 번째 오르는 무대인 만큼 부담도 컸다. 똑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봐 겁도 나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재연 때는 초연의 아쉬움이 크더라. 멋있는 모습만 좇았던 것도 같다. 삼연에선 냉정함을 갖고 진짜 무영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 믿어준 연출과 제작진에게 고맙다. 인복 덕분에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고 웃었다.

◇삼연 또 참여…나를 배우로 인정해준 ‘그날들’

오종혁에게 ‘그날들’이 가족과 같단다. 그는 “배우로 어렵게 재기한 뒤 2011년 해병대 입대하면서 곧 잊힐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군 제대 후 이틀 만에 연습에 들어간 작품이 바로 ‘그날들’”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열연 중인 배우 오종혁이 30일 오후 서울 퇴계로 충무아트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기자).
“아직 배우라는 인식이 없었던 만큼 군에 있을 당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란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다. 희망적이지 않았다. 전역을 앞두고 ‘그날들’ 대본을 받았다. 사실 어떤 작품인지 누구와 같이 출연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하고 싶었다. 배우라는 사회인으로서의 첫걸음을 떼게 해준 작품이다.”

‘그날들’은 가객 김광석의 노래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형식의 창작뮤지컬이다.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 간격으로 벌어진 실종사건을 다룬다. 2013년 초연부터 지난해 재연까지 객석점유율 96%를 기록한 ‘흥행 수작’이다. 이번 앙코르에서 냉정한 원칙주의자 ‘정학’ 역은 유준상·오만석·이건명·민영기가, 경호원 ‘무영’ 역은 오종혁 외에 지창욱·이홍기·손승원이 번갈아 연기 중이다.

공연계에선 이제 오종혁을 두고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를 달아준다. 연기수업을 따로 받았느냐고 묻자 “배우는 게 느린 편이다. 강요받는 것을 소화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현장에서 연기하는 선·후배를 통해 직접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상대가 주는 에너지를 받는 데 익숙하다. 남들보다 더디지만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믿음 같은 게 생겼다.”

아이돌에서 연기돌로 변신하는 후배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손사래를 친다. “없다. 각자 삶의 방식이 있다. 개개인마다 그릇이 다 다르다. 감히 조언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웃는다. “다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보였더라도 직접 경험했으면 한다. 진심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클릭비 와해 뒤 찜질방 전전…“뒷걸음 안쳤다”

뮤지컬 ‘그날들’의 한 장면(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아이돌에서 배우가 되기까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2005년 멤버 김상혁이 음주운전사고로 클릭비가 와해된 뒤 사기에다가 배신까지 당해봤지만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돈 한 푼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결혼식 축가 부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힘들면 포기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변한 것 같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고 독해졌다. 뒷걸음질 안 쳤다.”

오디션에서 퇴짜를 맞기도 했고 코피 흘려가며 악착같이 연습했다. “아이돌이란 선입견이 있었던 때이긴 했지만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준 곳이 무대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평가가 없었다면 노력하지 못했을 거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무영 역을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많이 배운다는 칭찬도 잊지 않는다. “모두 내게 없는 면을 가진 친구들이다. 창욱이는 2009년부터 봐 왔는데 정말 변치 않는 친구다. 홍기는 주관이 뚜렷하고 좋은 에너지를 가졌다. 승원은 깊이 고민하고 행동한다.”

클릭비의 재결합과 관련해서는 “공연계에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예능이나 드라마 제안이 많이 들어왔는데 아직 겁이 나더라. 더 단단해지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클릭비 역시 다같이 모이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서로 급하게 마음먹지 말자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최종목표는 배우 오종혁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란다. “예전보다 배우에 가까워진 것 같지만 아직 멀었다. 뒤늦게 배워가고 있지만 계속 노력한다. 50~60대쯤이면 그렇게 돼 있지 않을까. 하하.”

배우 오종혁이 뮤지컬 ‘그날들’ 무영 역의 경호원 복장을 하고 충무아트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배우 오종혁이 뮤지컬 ‘그날들’ 무영 역의 경호원 복장을 하고 충무아트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연극 ‘킬미나우’에서 선천성 장애를 가진 조이 역을 맡아 열연했던 오종혁의 모습(사진=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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