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막장드라마…伊 오페라 '토스카' 온다

국립오페라단 첫 시즌작 막 올라 네 번째 무대이자 12년만의 컴백 배경은 1800년대서 1930년 옮겨 “푸치니의 다양한 색채 활용할 것” 13~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오페라 ‘토스카’의 연습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랑과 질투, 배반과 살인, 선악의 대립까지. 줄거리만 보면 19세기 이탈리아판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세 남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격정의 하룻밤을 그린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가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은 이 작품으로 2016∼2017시즌의 막을 연다. 국립오페라단이 ‘토스카’를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 1994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공연은 푸치니 해석의 명장 카를로 몬타나로가 지휘봉을 잡고, 다니엘레 아바도가 연출을 맡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일 예정이다. 아바도는 전설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장남이다. 더욱 강렬한 극의 대립을 위해 배경은 원작의 1800년대에서 2차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30년대로 옮겼다. 파시즘시대인 무솔리니 독재정권이 한창이던 때다.

최근 기자와 만난 아바도 연출은 “푸치니의 생각을 무대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을 선행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파시즘이 지배하던 시기 이탈리아야말로 공권력과 혁명, 사랑과 예술의 이야기를 가장 강렬하게 그려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봤다. 여주인공 토스카의 뒤에 움직이는 멈출 수 없는 ‘거대한 기계’(운명)를 보여주려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무대에서 선과 악, 정치적인 부분과 종교적인 것 등 대립 요소를 잘 조합해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음악적 색채가 다양한 푸치니의 여러 장점과 특별한 요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적 요소를 도입한 것도 이번 무대의 특징이라고 했다. 주요 배경인 산 탄드레아 델라발레성당을 마치 영화세트장처럼 만들었고, 스카르피아가 고문을 당하는 파르네제궁은 긴 벙커처럼 꾸몄다. 의상도 1930년대 스타일의 제복과 드레스로 만들었다. 보리스 스테카 협력연출은 “전후 이탈리아의 비참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무대에 담기 위해 비디오 영상은 중요한 요소로 쓰인다. ‘네오리얼리즘’의 영화기법을 사용해 극적 효과를 높이려 했다”고 말했다.

토스카 역은 소프라노 알렉시아 불가리두와 사이요아 에르난데스가, 카바라도시 역은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와 김재형이, 스카르피아 역은 바리톤 고성현과 클라우디오 스구라가 각각 맡아 열연한다. ‘은밀한 조화’ ‘별은 빛나건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주옥같은 아리아는 물론 거대한 십자가가 등장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토스카’를 시작으로 이번 시즌 ‘로엔그린’ ‘로미오와 줄리엣’ ‘오를란도 핀토 파쵸’ ‘진주조개잡이’ ‘보리스 고두노프’ 등을 선보인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시즌 작품 선정은 실험성과 대중성을 겨냥한 국립오페라단 방향성의 연장선”이라며 “오랜 고민과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아직 예산결정이 안된 상황이라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창작오페라도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토스카’의 연출을 맡은 다니엘레 아바도가 배우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사진=국립오페라단).
오페라 ‘토스카’의 연습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
오페라 ‘토스카’의 연습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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