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 "12살 소녀 소아성애 전면에 다뤘다면 ‘블랙버드’ 안했다"

2인극 ‘블랙 버드’ 8년만에 무대 15년 만에 만난 50대男·20대女 ‘그날’의 엇갈린 기억 극의 축 2008년 '추상미·최정우' 주연 국내초연 내달 20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2016 연극 ‘블랙버드’의 한 장면. 레이 역의 조재현(오른쪽)과 우나 역의 옥자연(사진=수현재컴퍼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아성애자, 열두 살 소녀, 첫 남자…그리고 금지된 섹스. 연극 ‘블랙버드’는 15년 전 사건을 두고 엇갈린 기억을 쏟아내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파격적 실화가 바탕이긴 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뒤 두 사람의 팽팽한 대화와 감정의 충돌이 극의 큰 축이다.

최근 대학로 DFC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수현재컴퍼니 대표이자 배우 조재현은 “소아성애를 전면에 다뤘다면 이 연극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성년자 ‘우나’를 성적학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감 생활을 마친 뒤 이름을 바꾸고 새 삶을 살고 있는 50대 남성 ‘레이’를 연기한다. 우나는 배우 옥자연과 채수빈이 번갈아 출연한다.

연극 ‘블랙버드’에서 열연중인 조재현(사진=수현재컴퍼니).
조재현은 “내 자녀가 어렸을 때 영화 시나리오를 하나 받았는데 딸을 비닐봉투로 죽이는 장면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못하겠다고 했더랬다. ‘블랙버드’ 역시 마찬가지다. 소아성애를 정면에 다뤘다면 굳이 이걸 왜 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인간 대 인간의 부딪힘, 사회구성원으로서 그 이후에 일들에 대해 고민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우나 역의 두 배우 역시 대본을 처음 읽은 뒤 거부감이 없었다고 했다. 옥자연은 “우나한테 몰입할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냥 사랑의 개념으로 받아들인 게 아닌지, 너무 가볍게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다거나, 어릴 적 나이 많은 사람을 동경하던 걸 생각하면서 많이 찾아갔다”고 말했다.

채수빈도 “소아성애 얘기보다 그 이후의 15년 뒤 기억들이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했다”며 “정형화되지 않은 극이라 새롭게 느껴졌고 흥미로웠다”며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연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데이비드 해로우어가 신문의 박스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은 2005년 영국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 개막작으로 초연 뒤 영국 비평가상 베스트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제프 다니엘스·미셸 윌리엄스 등이 주연을 맡은 올해 브로드웨이 버전은 토니상에서 베스트 리바이벌 희곡상 부문, 남여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루리 마나 주연의 영화 ‘우나’로도 옮겨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추상미·최정우 주연으로 연극열전 무대에 오른 것이 처음이다.

옥자연과 채수빈은 신인만이 낼 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분출하며 조재현과 팽팽한 긴박감을 유지한다. 이에 조재현은 “투수와 포수, 스파이크와 토스 등 그간 연극에서는 던지거나 토스하는 센터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이번엔 우나가 던지고 내가 받는 쪽이다. 우나에 따라 레이도 변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작품은 ‘날 것’이 매력인 데 신인이라 더 도움이 되더라.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나 나름대로의 방식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두 여배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하하.”

2016 연극 ‘블랙버드’의 한 장면. 레이 역의 조재현(오른쪽)과 우나 역의 채수빈(사진=수현재컴퍼니).
2016 연극 ‘블랙버드’의 한 장면. 우나 역의 옥자연(사진=수현재컴퍼니).
2016 연극 ‘블랙버드’의 한 장면. 레이 역의 조재현(오른쪽)과 우나 역의 옥자연(사진=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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