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할아버지의 그녀를 찾아서 <나와 할아버지> 연습현장

가는 귀가 먹은 할머니의 쉼 없는 잔소리,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역시 쉬지 않고 받아 치는 할아버지. 그 사이에서 정신 없이 오고 가는 손자까지, 정신 차리지 않으면 금방 갈 곳을 잃게 될 것만 같이 리얼한 대사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흘러가는 이곳은 연극 <나와 할아버지> 연습실.

현재 공연 중인 <거울 공주 평강 이야기> 뿐 아니라,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등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아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신작 <나와 할아버지>는 특유의 매력인 리얼리티가 대사 안에 가득 살아 있다.

“대사량이 많아서 배우들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즐거워하기도 한다. 요즘 이런 식의 작품이 드물어서 오히려 <나와 할아버지>가 신선할 수도 있고 배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민준호 연출)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은 희곡 작가 손자가 자신의 외조부모의 이야기를 관찰하며 신작을 쓰려는데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진 후 할아버지의 이야기만을 따라 기억을 더듬는다. 과거의 한 사람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는 할아버지와 손자, 이 둘이 찾는 그 사람은 누구이며 어떠한 사정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5년 전에 작품을 써 두었다는 민준호 연출은 이 작품의 특징을 “속이지 않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올 초 남산예술센터에서 독회를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감동적이라고 하고, 또 눈물을 흘렸다고도하셨다. 내용이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이게 진짜라고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울어라,하는 코드도 없고, 오히려 어떤 노림수들을 걷어 냈다. 솔직한 글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들도 리허설 전 계속 울더라.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안 괜찮은 할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그와 얽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올해 2월 남산희곡 페스티벌에서 낭독 무대로 섰을 당시 은은한 감동으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정소보극장 공연 예정인 만큼 좀 더 작아진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만날 참이다.
“무대를 채우기 보다는 연기에 집중해 초심을 알리려 하고 있다. 수레가 우리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대신 조명은 최대한 예쁘게, 잘 구현해 보려고 한다.”

지난 3, 4년간 극단 신작이 없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간다 소속 배우들이 대부분 외부 러브콜을 받고 작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연기력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젊지만 탄탄한 배우군단이 바로 간다의 힘이자 매력. 이번 작품에서도 할아버지 역에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 초대 야생 소년이자 <거기> <칠수와 만수> <리걸리 블론드> 등의 공연과 브라운관에서 활약 중인 진선규와 할머니 역에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너와 함께라면> 등에서 남다른 인상을 심어준 정선아 등 간다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극단 차이무 소속의 오용을 비롯, 홍우진, 오의식, 손지윤과 <거울 공주 평강 이야기>에 출연 중인 이석, 양경원도 <나와 할아버지>를 함께 이끌고 있다.


“욕심 없이 만드는 게 대본에 대한 보답일 것 같다. 일단 스스로의 힐링을 원해서 쓴 이기적인 작품이기도 하다.(웃음)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대본을 읽으면 깨달음이 있다”는 민준호 연출이 가장 마지막까지 강조한 것은 ‘솔직함’ 이었다. 자극적으로 순간 입맛을 앗아가는 조미료나 향신료가 없는 작품을 예고하는 <나와 할아버지>는 7월 11일부터 8월 4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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