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경계에 선 그들, 첫 무대 오른 <글루미데이>

어둡고 매혹적인 분위기로 신선한 인상을 던진 창작뮤지컬 <글루미데이>가 첫 무대에 올라 공연 중이다. <글루미데이> 제작진은 서울공연을 1주 남겨둔 지난 18일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주요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글루미데이>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 현해탄을 건너던 배에서 뛰어내려 동반자살한 극작가 김우진과 당대의 유명 성악가 윤심덕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이 함께 몸을 던진 1926년 8월 4일을 기점으로 그들의 첫만남과 이후의 갈등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윤심덕의 노래제목이기도 한 '사의 찬미'를 주요 테마로 한 이 작품은 시종일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로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인물들을 보여준다. 김우진·윤심덕의 만남을 주선하고 김우진에게 비극적인 결말의 희곡을 쓰도록 종용하는 '사내'라는 존재가 그 중심에 서서 두 남녀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어간다.


이번 작품은 얼마 전까지 연극 <환상동화>에서 예술광대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성종완이 작/연출을 맡았다. 이미 <사슴의 발><내 인생의 특종> 등에서 연출을 맡은 바 있는 성종완은 "내가 배우 출신이다 보니 배우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데 신경 썼다"며 "일단 재미있게 보시고, 배우들의 에너지와 연주자의 음악 등 감각적인 부분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루미데이>의 결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쪽으로 생각하시든 결국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변화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정해진 결말 안에서 살고 있는데, 그것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 생각해보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배우들도 출연 소감을 밝혔다. 안유진은 자신이 맡은 윤심덕에 대해 "굉장히 똑똑하고 자신감 많은 인물이다. 당시 그런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불행했을 텐데도 진취적으로 살아간 것을 보면 거침없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며 "내 안에서 그녀와 비슷한 점을 최대한 끌어내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역을 맡은 곽선영은 "윤심덕은 자유연애주의자였지만, 진실한 사랑은 하나뿐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으로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윤희석은 <글루미데이>를 가리켜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브텍스트가 워낙 많아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공부할 것도 많았다"며 "조금 더 시간이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존인물인지의 여부마저 불분명한 '사내'를 연기한 정민과 이규형은 연습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민은 "처음엔 막막했다. 연출님과 이야기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는데, 매일매일 달라졌다. 자기와의 싸움이었다"고 전했고, 이규형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루미데이>는 오는 23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공연되며, 화성공연은 28일부터 30일까지 반석아트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