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영웅' 스칼렛 핌퍼넬이 국내 첫 무대에 올랐다.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독일·스웨덴·일본 등 18개국을 거쳐 드디어 국내 상륙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제작진이 지난 9일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박건형·바다·김선영·박광현·한지상 등이 함께 한 이날의 공연은 화려한 무대와 인상적인 음악으로 지난 16년간 사랑 받은 작품의 명성을 입증했다.

영국의 인기 소설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스칼렛 핌퍼넬>은 낮에는 한가한 귀족으로, 밤에는 공포정권에 대항하는 비밀결사대장으로 변신하는 영웅 스칼렛 핌퍼넬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비밀결사대의 활약상과 함께 스칼렛과 인기여가수 마그리트, 혁명가 쇼블랑 등의 러브스토리를 엮었다.

이 뮤지컬은 <지킬 앤 하이드><몬테크리스토>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만든 음악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올해 국내 공연의 연출은 <지킬 앤 하이드><스팸어랏>의 데이빗 스완이 맡았다.


이날 프레스콜 첫 장면에서는 여주인공 마그리트 역의 바다가 커다란 새장 모양의 화려한 무대장치 속에서 'Story book'을 부르며 등장했다. 프랑스의 유명가수인 마그리트는 영국 귀족 퍼시와 사랑에 빠져 그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프랑스 국립극장인 '코미디 프랑세즈'를 본떠 만든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퍼시 역의 한지상과 마그리트 역의 김선영은 함께 'You are at my home'을 불렀다. 극중 퍼시와 마그리트의 결혼식장면에서 사용된 이 곡은 90년대 미국 대중음악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혼식 축가로도 널리 불러졌다고 한다. 퍼시 역의 박건형이 열창한 'Into the fire' 역시 해병대의 홍보가로 애용됐다.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을 다짐하는 여덟 남자의 결의가 너비9m, 높이 3m의 웅장한 뱃머리 위에서 펼쳐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칼렛 핌퍼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은 마그리트의 옛 연인이자 퍼시와 대립하는 혁명가 쇼블랑이다. 쇼블랑 역을 맡은 양준모와 에녹은 각각 'Madame Guillotine'과 'Falcon in the dive'를 부르며 카리스마 넘치는 냉철한 악한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박광현·김선영이 함께 한 가면무도회 장면에서는 특히 화려한 의상이 돋보였다. 500여벌에 달하는 <스칼렛 핌퍼넬> 의상에는 2억 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자됐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주연 배우들이 출연소감을 밝혔다.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 이어 또 한번 초연 무대에 오르게 된 김선영은 "아직 소개되지 않은 첫 작품, 첫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한동안의 공백기를 거친 후 무대에 오른 바다는 "쉬는 동안 앞으로 제가 배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가능성과 지속성, 열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다시 무대에 올라 동료들과 함께 연습을 하며 열정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촬영과 공연을 병행 중인 박건형은 체력관리 방법을 묻는 질문에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양쪽 작업을 다 즐기고 있어서 고통스럽다기 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고 답했다. 극중 여러 인물로 변신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많이 바꿔야 해서 쉽지는 않지만, 관객들을 잘 속였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어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박광현과 번갈아 퍼시를 연기하는 한지상은 퍼시에 대해 "평소엔 진중하게 행동하다가 변신하면 한심하게 굴어야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박광현은 "처음에는 웃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핌퍼넬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한심하게 행동했더니 반응이 더 좋았다. 그래서 평소에도 한심하게 굴고 있다"며 웃음을 던졌다.

<스칼렛 핌퍼넬>은 오는 9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