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 여행을 통한 통렬한 자기반성, <단테의 신곡> 개막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지은 대서사시 ‘신곡’이 무대에 펼쳐지고 있다. 국립극장이 국가브랜드공연으로 제작한 한태숙 연출의 <단테의 신곡>이 지난 2일 막을 올렸다.

삶의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단테가 숲 속에서 만난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평생을 그리워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죽은 자만 갈 수 있는 지옥, 연옥, 천국을 산 자로 단테가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00여 편의 시로 구성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바라는 구원, 사랑의 실천, 정의 구현, 윤리와 평화 등 인류가 가진 불변의 화두를 건네는 것이 특징이다.


기독교적 사고를 바탕에 둔 원작에서 종교적 색채를 덜어내고 더욱 보편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는 이번 무대에서는 단테에게 인간적인 측면을 더욱 부여했으며,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여정 속에서 본질을 향한 시선의 차이, 감정의 골을 중심으로 지옥과 연옥의 순례기를 더욱 담아 내었다는 것이 한태숙 연출의 변이다.

특히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나 현대성이 느껴지도록 음악, 미술, 안무에 균형을 이루고자 했으며,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등 주인공을 제외한 주요 배역은 창극 배우가 맡은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창의 소리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바리톤 가수의 구음을 더해 전체적인 음악의 조화를 이루도록 의도하기도 했다.

주인공 단테 역은 뮤지컬 <모비딕>,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연극 <댄스레슨> 등에 출연해 온 지현준이 맡았으며, 그를 내세로 이끄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연극 <고곤의 선물> <레이디 맥베스> 등의 작품에서 묵직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정동환이 분한다.

올 5월 서재형 연출작 <메디아>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정은혜가 이번 무대에서는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로 나서며, 욕망의 노예가 되어 고통스러운 지옥을 헤매는 프란체스카 역에 박정자, 지옥의 판관 미노스 역에 국립창극단 김금미, 죄를 죄로 벌하는 두려움에 대해 사람을 뜯어먹는 모습으로 말하는 군주 우골리노 역은 오페라 가수 오승용이 맡아 열연한다.


한태숙 연출이 지옥, 연옥, 천국 중 특히 지옥 속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우리 안의 야만성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관객들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단테의 신곡>은 오는 11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며 이미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을 기록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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