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음악·영상 어우러진 또 한편의 가무극 <푸른 눈 박연>

조선 최초의 귀화 서양인 박연의 이야기를 담은 <푸른 눈 박연>이 지난 10일 무대에 올랐다. <잃어버린 얼굴 1895><윤동주, 달을 쏘다>등을 무대에 올려온 서울예술단은 또 다른 가무극 <푸른 눈 박연>의 주요 장면을 12일 언론에 공개했다.

<푸른 눈 박연>은 조선에 13년간 억류됐던 하멜이 남긴 짧은 기록을 바탕으로 그보다 20여 년 먼저 조선 땅을 밟았던 네덜란드인 박연의 삶을 상상 속에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정혜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왜 박연이 조선을 떠나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춰 그가 우정·사랑을 통해 조선인과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춤과 노래로 표현해 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야기는 1627년, 일본 나가사키를 향해 항해하던 박연 일행이 태풍을 맞아 조선에 표류하면서 시작된다. 푸른 눈의 외국인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조정은 박연 일행을 훈련도감에 가두고, 박연이 대포를 완성해야만 풀어주겠다고 한다. 박연은 할 수 없이 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대포를 만들기 시작한다. <영웅>의 김수용과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이시후가 박연을 맡아 낯선 땅에서 '도깨비'라 불리며 혼란스러워하는 외국인을 연기했다.

당시는 병자호란을 10여 년 앞둔 혼란의 시대였다. 1627년은 훗날 청나라로 이름을 바꾼 후금이 조선을 처음으로 침략한 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정세 속에서 청나라의 압력을 받은 조정은 대포 만들기를 중단하고, 박연에게 조선을 떠나도 된다고 허락한다. 하지만 박연은 자신이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에 깊은 정을 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연이 조선을 사랑하게 된 것은 연리·덕구 등 가난하지만 정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다. 박연이 머물던 객주 주모의 딸 연리는 박연에게 조선말을 하나씩 가르쳐 주며 그에게 연정을 품고, '동네 바보'라 불리는 덕구는 정 많고 순수한 조선 민초들을 대표해 박연의 마음에 온기를 전한다. 연리는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김혜원이, 덕구는 현재 <요셉 어메이징>에도 출연하고 있는 박영수가 각각 맡았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연리·덕구를 통해 '감자' '곱다' 등의 조선말을 하나씩 익혀가는 박연의 모습과 박연·연리의 흥겨운 결혼식 장면 등이 펼쳐졌다.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펼치는 군무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고, 무대 뒤편 영상으로 펼쳐지는 조선 산천의 아름다운 풍광이 서정성을 더했다.


<푸른 눈 박연>의 연출은 <쌍화별곡><헤이, 자나!>의 이란영이 맡았다. 연극 <연애시대>와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등의 대본을 써온 김효진이 이야기를 탄생시켰고,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경육이 음악을 만들었다. <모범생들><히스토리보이즈>의 김태형이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클래식과 국악, 역동적인 인무가 어우러진 <푸른 눈 박연>은 오는 1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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