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에 의해 빚어지고 완성되는 32역, <벽속의 요정> 10주년 공연 개막

다섯 살 꼬마 아이에서부터 사춘기 소녀, 엄마, 남편, 나이 든 할아버지까지 50여 년의 세월 속 32명의 인물들이 단 한 사람에게서 태어난다. 김성녀에 의해 빚어지고 완성되는 연극 <벽속의 요정>이 공연 10년을 맞아 올해 다시 한 번 관객들과 마주한다.

지난 3일, 개막을 하루 앞두고 명동예술극장에서 <벽속의 요정>의 일부를 공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객석 가장 뒷자리에서 "안녕하세요, 추운 날에 멀리들 오셨네요"라는 친근한 인사와 함께 등장하는 김성녀의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2005년 초연한 <벽속의 요정>은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가 스페인 내전 당시 30년 동안 벽 속에 몸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을 작가 배삼식이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한 모노극이다. 한국 근대사의 절절한 순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딸의 따뜻한 가족애가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려 왔다.

막이 오르며 객석에서 등장한 김성녀는 관객들에게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를 조금씩 예고하며 작품의 해설자이자 극중 등장인물로 노련하게 변신한다. 극중극인 그림자 인형극 '열 두 달 이야기'를 비롯 작품 곳곳에 포크송, 팝 발라드, 전통 소리 등 다양한 노래들이 김성녀의 소리로 펼쳐지며 작품에 신명과 처연함을 더한다.


초연 당시부터 '모노드라마의 진수'라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그해 '올해의 예술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에 선정되었으며 김성녀 역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안는 결과를 낳았다. 2009년 6월에는 일본연출가협회 초청으로 일본에서 공연해, 원작자로부터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폭발적인 관객 반응에 힘입어 '10년 공연'을 악속했던 김성녀는 올해 무대로 그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김성녀의 남편이자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인 손진책 연출을 비롯, 안무가 안은미,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등 믿을 수 있는 관록의 제작진들이 함께하는 연극 <벽속의 요정>은 2월 4일부터 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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