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골목 스토리 > 윤범준

뒷골목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뒷골목 스토리 프로듀서 윤범준 요즘 세상에 뒷골목이라는 것이 어떤 향수를 불러 일으킬지는 몰라도 불과 20-30년 전만해도 뒷골목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내 자신도 어렸을 때 뒷골목에서 아이들과 놀았던 이야기부터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묻어나는 뒷골목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살았던 뒷골목에는 망까기, 구슬치기, 말뚝박기, 고무줄 놀이에 정신 없는 아이들과 달고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아저씨, 골목길을 열심히 청소하시는 앞집 아저씨나 함께 이 집 저 집 품앗이로 김장 담그시는 아주머니 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 뒷골목 스토리 >라는 제목을 들으면서 생각났던 아련한 기억들이 내 눈에 아른거렸다. 그런 내용들이 무대에서 펼쳐지면 어떤 재미와 추억을 불러 일으켜 줄 것인가? 에 대한 기대와 의심이 가득하게 되었다. 윤범준. 그는 배우였다. 아니 지금도 그는 배우이다. 배우에서 프로듀서로 바뀐 1년 반 동안 무슨 일이 그에게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 뒷골목 스토리 >에 프로듀서 겸 제작자라는 인물로 바뀌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가 1년 반 동안의 투자가 과연 그 무엇으로 나타났는지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1억원 쇼케이스 공연입니다. 쇼케이스에 1억원이 들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무작정 창작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매달리기 시작했어요. 배우이다 보니까 프로듀서라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안았을 것 같아요.” 그가 처음 말한 첫 마디이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4-5년 사이에 부쩍 성장했다. < 오페라의 유령 >을 시작으로 뮤지컬은 한국사람들에게 주요 공연 코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외국의 수많은 좋은 작품들이 우리나라를 내한 또는 라이센스 공연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웃기고 있으며 영화 못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외국 뮤지컬이어서 그런지 무대에서 샘, 브라운 등의 이름이 불려지고 우리 정서에 맞지 않은 춤이나 대사들이 툭툭 나오기도 하지만 한국 뮤지컬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하다. 윤범준이 이런 글로벌 시대 속에서 창작뮤지컬을 1억원의 쇼케이스 공연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외국 뮤지컬이 너무 많이 나와 있고, 이제는 한국에서 창작된 뮤지컬을 만나보고 싶은 배우의 갈망에서 시작된 것 같다. 그 아쉬움에서 시작된 뮤지컬 제작이 스텝의 부제에서 먼저 부딪쳤다고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해도 좋은 작가가 없고, 작곡가도 없다. 인지도로 인해 제작비만 늘어나게 되고 작품성에 기여도가 높지 않은 퍼센트로 작용하고 이만한 것들을 만들기 위한 프로듀서도 많이 없는 상태다 보니 배우의 입장에서 프로듀서의 입장으로 서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창작 뮤지컬 제작이란 아직까지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신문사나 투자사 등에서 간혹 극본 공모나 쇼케이스로 공모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작품으로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스텝들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보는 시각이 배우나 스텝, 프로듀서, 투자사 등이 통일되지 않아서도 있다. 대본으로 검증할 수 있는 그 어떤 잣대도 없거니와 창작을 할 수 있는 연출자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품으로 투자를 받아 공연을 제작한다는 것은 굉장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으로 투자를 받거나 하는 것을 포기하고 쇼케이스 공연으로 < 뒷골목 스토리 >를 올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순수 창작물에 대한 욕구입니다. 제가 배우라서 그런지 몰라도 배우는 근성이 있거든요. ‘이 작품으로 인해 배우로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 좋은 작품을 만나 공연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근성으로 < 뒷골목 스토리 >를 준비했습니다.” 원작에 황호현, 연출에 오세준이 배우들과 함께 각색을 하면서 연습했다고 한다. 음악은 모닝본드의 프로듀서 이진한이 맡았고, 모두 새로 작곡이 된 노래들이다. 무대디자인은 청강산업대학교 교수님을 통해 공모를 받아 학생들의 디자인이 채택되어 함께 작업하고 있다. 뻔한 뒷골목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아기자기하고 재미가 그득하여 공연장을 직접 찾아서 눈으로 귀로 확인하시라는 말을 거듭 전한다. 윤범준 그의 나이 19살 때 남경주 콘서트에서 ‘어린 남경주’ 역할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들어섰던 그가 많은 뮤지컬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목말랐던 샘을 찾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창작뮤지컬이 아닌 배우의 근성으로 프로듀서가 되어 만들어 가는 창작 뮤지컬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작품에 맞는 배우와 스텝들에게 잘 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 주고 싶었어요.” 그의 말대로 < 뒷골목 스토리 >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게 되길 바라게 된다. 주인공은 ‘골목’이다.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 때로는 흰 눈이, 때로는 하염없는 별빛이 내리는 그 골목에서 40가지의 에피소드를 만나보자. 윤범준 그가 이 작품에 목숨을 거는 이유를 무대를 통해 만나보도록 하자. 1인 7역에서 10역을 맡아 연기하는 뮤지컬이지만 윤범준 그가 1인 30가지의 역할을 했던 뮤지컬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에게는 소중한 작품일 것이다. 1년이 넘게 준비한 뮤지컬이 이제 세상에 나오기 위해 한참 준비 중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꿈들이 단 번에 이루어 질 수는 없겠지만 이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그 꿈 버리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그대로 그 꿈을 하나 하나씩 이루어 나가길 언제나 바랄 뿐이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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