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칠순 잔치에 온 것 같아” 박희순·손병호 <백마강 달밤에> 연습현장
작성일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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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명품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성지루, 박희순, 손병호, 유해진, 정은표의 공통점은? 바로 극단 목화 출신의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서울예술대학교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극단 목화는 배우사관학교라 불리며 그동안 많은 연기파 배우들을 배출해냈다.
1984년 연극 <아프리카>로 창단한 극단 목화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자전거><템페스트>에 이어 오는 20일부터 <백마강 달밤에>를 무대에 올린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현 단원들 외에도 목화 출신 배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맹활약 중인 박희순, 손병호, 성지루가 함께 참여한다.
지난 15일 <백마강 달밤에>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대학로 예술마당을 찾았다. 1993년 초연된 <백마강 달밤에>는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게 몰살당한 백제인의 원혼을 위로하는 굿판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 선조들의 혼이 담긴 백중놀이, 민담, 씻김굿 등이 어우러지는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이날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가발에 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자 무당 영덕 역의 박희순과 노란 한복을 입은 백제 의자왕 역을 맡은 손병호가 연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영덕을 데려와 굿을 청하는 장면과, 한창 굿판이 벌어지던 중 나이 든 무당의 수양딸 순단이에게 의자왕을 찌른 금화의 혼이 내리는 장면이 한창 진행중이다. 반복적인 연습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박희순과 손병호는 힘든 내색없이 오히려 싱글벙글이다.
“아버지 칠순 잔치하는 기분도 들고,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하는 박희순은,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어렵다”고 말한다.
“어린 친구들의 힘과 성량이 너무 좋아서, 그들을 따라가려면 힘에 부쳐요. 그래서 한달 전부터 연습에 참여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박희순)
최근 <내 심장의 전성기> 등 계속해서 무대에 계속 서 오고 있는 손병호 또한 “친정 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기분이 좋다. 잔칫집 가서 솥 단지에 부침개를 한 장 구워도 여럿이 같이 한다는 것. 그 점이 참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 “오태석 선생님을 만나 그 밑에서 공부하고 같은 꿈을 꿔왔다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제일 큰 꿈, 환상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다시 선생님과 작업하고 있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겠냐."고 반문하며, "오태석 선생님은 소년 같다. 그 소년은 아직도 꿈을 꾼다. 연극, 한 가지 밖에 모른다.”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목화 출신 배우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박희순은 “목화는 나의 뿌리, 근본이다.”라고 무한 애정을 드러냈으며, 손병호도 “어디 나가서 목화 출신이라고 하면 누구나 인정해준다. (웃음) 목화는 기본 코스를 이수한 것처럼, 하나의 통과의례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많이 인정받지만 그럴수록 긴장된다. 나 하나가 잘못해도 목화 전체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잘 하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태석 연출
이날 오태석 연출은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시범을 보이며, 제대로 될 때까지 같은 장면의 연습을 계속 시켰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나이와는 무색하게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연극은 우리 육신을 가지고 오로지 숨쉬기로만 관객과 만나는 것인데, 우리의 숨쉬기라는 것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대로부터 내려온 힘이며 그것이 바로 소리, 춤, 우리말이다. 나는 연극을 통해서 우리말의 고운 태, 무늬, 향기를 살리려고 우리말을 끄집어 내어 빨고, 꼬매고, 덧대고, 햇빛에 말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연극을 많이 보러와서 우리말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극단 목화를 30년간 이끌어온 오태석 연출은 “연극은 수학, 과학과 마찬가지로 기초예술이다. 기초예술이 오랫동안 견디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변방에서라도 뭔가를 이루는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단원들에게 고맙다.”고 3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 공연은 6월 20일부터 7월 6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1984년 연극 <아프리카>로 창단한 극단 목화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자전거><템페스트>에 이어 오는 20일부터 <백마강 달밤에>를 무대에 올린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현 단원들 외에도 목화 출신 배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맹활약 중인 박희순, 손병호, 성지루가 함께 참여한다.
지난 15일 <백마강 달밤에>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대학로 예술마당을 찾았다. 1993년 초연된 <백마강 달밤에>는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게 몰살당한 백제인의 원혼을 위로하는 굿판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 선조들의 혼이 담긴 백중놀이, 민담, 씻김굿 등이 어우러지는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이날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가발에 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자 무당 영덕 역의 박희순과 노란 한복을 입은 백제 의자왕 역을 맡은 손병호가 연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영덕을 데려와 굿을 청하는 장면과, 한창 굿판이 벌어지던 중 나이 든 무당의 수양딸 순단이에게 의자왕을 찌른 금화의 혼이 내리는 장면이 한창 진행중이다. 반복적인 연습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박희순과 손병호는 힘든 내색없이 오히려 싱글벙글이다.
“아버지 칠순 잔치하는 기분도 들고,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하는 박희순은,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어렵다”고 말한다.
“어린 친구들의 힘과 성량이 너무 좋아서, 그들을 따라가려면 힘에 부쳐요. 그래서 한달 전부터 연습에 참여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박희순)
최근 <내 심장의 전성기> 등 계속해서 무대에 계속 서 오고 있는 손병호 또한 “친정 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기분이 좋다. 잔칫집 가서 솥 단지에 부침개를 한 장 구워도 여럿이 같이 한다는 것. 그 점이 참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 “오태석 선생님을 만나 그 밑에서 공부하고 같은 꿈을 꿔왔다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제일 큰 꿈, 환상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다시 선생님과 작업하고 있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겠냐."고 반문하며, "오태석 선생님은 소년 같다. 그 소년은 아직도 꿈을 꾼다. 연극, 한 가지 밖에 모른다.”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목화 출신 배우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박희순은 “목화는 나의 뿌리, 근본이다.”라고 무한 애정을 드러냈으며, 손병호도 “어디 나가서 목화 출신이라고 하면 누구나 인정해준다. (웃음) 목화는 기본 코스를 이수한 것처럼, 하나의 통과의례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많이 인정받지만 그럴수록 긴장된다. 나 하나가 잘못해도 목화 전체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잘 하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태석 연출
이날 오태석 연출은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시범을 보이며, 제대로 될 때까지 같은 장면의 연습을 계속 시켰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나이와는 무색하게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연극은 우리 육신을 가지고 오로지 숨쉬기로만 관객과 만나는 것인데, 우리의 숨쉬기라는 것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대로부터 내려온 힘이며 그것이 바로 소리, 춤, 우리말이다. 나는 연극을 통해서 우리말의 고운 태, 무늬, 향기를 살리려고 우리말을 끄집어 내어 빨고, 꼬매고, 덧대고, 햇빛에 말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연극을 많이 보러와서 우리말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극단 목화를 30년간 이끌어온 오태석 연출은 “연극은 수학, 과학과 마찬가지로 기초예술이다. 기초예술이 오랫동안 견디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변방에서라도 뭔가를 이루는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단원들에게 고맙다.”고 3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 공연은 6월 20일부터 7월 6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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