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담은 비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개막

대학로에 새로운 흥행 돌풍을 일으킨 연극 <유도소년>에 이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네 번째 작품으로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가 지난 9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본공연의 막을 올렸다.

2008년 초연 이후 7년 만에 새로운 출연진들과 함께 돌아온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노래방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제각기 속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그려낸 작품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소통의 문제로 서로 한없이 멀기만 한 관계들을 현실감 있게 보여 주고 있다. 

지난 13일 진선규, 홍우진, 정선아 등 간다의 대표배우들을 비롯 전체 출연배우들과 제작진이 참여한 가운데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극은 살면서 아들과 대화가 거의 없던 아버지가 노래방을 찾고, 아들과 거리를 좁혀보고자 노력하지만 그동안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던 부자의 대화가 단절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지만 솔직하게 보여준다. 이윽고 등장하는 아들과 여자친구, 여자친구와 친구들, 새로운 사랑을 찾은 아버지와 아줌마 에피소드도 대화가 서툴고 타인과의 소통이 익숙지 않는 사람들로, 그들은 타인의 시선이 없는 노래방에서 그동안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건넨다.

민준호 연출은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가 요즘 취향에 맞는 공연은 아니지만 이런 공연이 대학로에 하나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용기 내어 7년 전 작품을 꺼내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덧붙여 “처음 이 작품을 만들었을 당시에 나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웃음) 배우들이 다음에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하고 어필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들이 무대에서 말을 실컷 할 수 있지만, 말을 해도 소통이 안 되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은 노래방 같이 밀폐된 곳에 올 것 같아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이 작품을 쓰게 됐다.”며 작품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준호 연출

진선규, 김민재와 더불어 재혼을 앞두고 아들에게 허락을 구하려는 아버지 역에 캐스팅된 김용준은 “이 작품이 이 시대의 연극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여기 있는 단원들이 서로 거침없이, 가감없이 자기들이 겪었던 일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그것을 내놓는 방법까지도 연극으로 이용하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진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간다 노래방 주인이자 작품의 해설자로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노래방 주인 역은 <유도소년>의 홍우진, 오의식이 맡았다. 여자친구와 소통에 문제가 있는 아들 역에 <아가사> <블랙메리포핀스>등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나무를 비롯 <내 마음의 슈퍼맨> 김호진과 <트레이스 유>의 김대현이 번갈아 연기한다. 정선아와 15년간의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이지해가 콤비를 이뤄 소녀 1&2를 연기하며, 이석과 차용학 콤비도 같은 역에 캐스팅됐다.

민준호 연출은 “별 준비 없이 보러 올 때가 가장 감동적일 것 같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며 작품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십 주년 퍼레이드 때문에 모두 오랜만에 만나서 눈물 나도록 반갑고 행복하지만 속 마음은 ‘빨리 끝나라. 나는 쉴 거야’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웃음) 퍼레이드의 마지막 작품으로 창작 극단답게 새로운 작품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현재 <뜨거운 여름>을 준비중이다. 이 작품을 쓰면서 다시 십 년 전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기대해 달라.”며 간다의 차기작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노래방 기계 세트와 시소, 구름다리, 그네의 단출한 놀이터 무대 구성이지만, 연극은 무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해야 한다는 민준호 연출의 지론답게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연극만이 가진 말의 묘미와 배우들 사이의 끈끈한 힘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공연은 오는 10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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