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을 꿈꾸는 게이들의 사랑, <두결한장> 개막

2012년 개봉돼 참신한 스토리로 화제에 올랐던 독립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올랐다. <두결한장> 제작진은 개막 일주일째를 맞은 지난 2일 언론을 대상으로 이 작품의 주요장면을 공개했다.

<두결한장>은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서로 합의 하에 위장결혼을 한 게이 민석과 레즈비언 효진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이번 연극에서는 원작영화를 연출했던 김조광수가 총감독으로 참여했고, 추민주가 극작 및 각색을, <아가사><연애시대>의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다.


이날 배우들은 효진과의 결혼식을 끝내고 게이친구들을 만나러 온 민수가 티나를 만나는 장면부터 약 한 시간에 걸쳐 작품의 주요장면을 선보였다. 커밍아웃을 원치 않는 종합병원 의사 민수는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유쾌한 야채가게 사장 티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민수와 위장결혼을 한 효진은 대학시절부터 사랑했던 사진작가 서영과 여전히 달콤한 연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민석과 효진의 위장결혼은 주위 사람들이 이들의 비밀을 눈치채게 되면서 위기에 빠진다.

티나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게이로서 당당히 남자와 연애하는 것을 꺼리는 민수는 <비스티 보이즈>의 정동화와 <유도소년>의 박성훈이 번갈아 연기했고, 평소 활달하면서도 민석 앞에서는 유독 수줍음을 타는 티나는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오의식과 <공동경비구역JSA>의 강정우가 연기했다. 이와 함께 <클로저>의 차수연과 <수탉들의 싸움>의 손지윤이 효진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김조광수 감독도 참석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처음 영화가 개봉될 때 이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관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희정 작가가 영화를 만화로 만들어줘서 고마웠는데, 이제 이렇게 공연으로도 만들어져서 여한이 없다. 흥겹고 감동적인 공연이어서 관객들이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10년 전 어머니에게 처음 커밍아웃을 했을 때 어머니가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사회적 인식이 나아졌고, 앞으로도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를 것 같다. 인권운동도 중요하지만, 이런 문화컨텐츠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며 <두결한장>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영화에서 공연으로 바뀌면서 <두결한장>의 일부 스토리도 무대형식에 맞게 달라졌다. 영화에서 민수와 커플을 이뤘던 석이라는 인물이 없어졌고, 석이 갖고 있던 캐릭터의 특징이 각각 티나와 서영에게 더해졌다. 이에 대해 극작/각색을 맡은 추민주는 “영화와 다르게 써보고 싶다는 작가적 욕심에 일부분을 다르게 설정했다. 작품을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작영화가 갖고 있던 웃음과 눈물, 흥겨움, 삶에 대한 질문들을 극장언어로 바꿔 재미있게 펼쳐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조광수, 김태형, 추민주

특히 이번 <두결한장>은 음악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무대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태형 연출은 “개인적으로 음악극이라는 장르는 비겁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붙인 타이틀일 뿐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티나와 민석이 서로 특별한 정서를 쌓아가는 과정과 게이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 속에서 기쁨과 눈물을 나누는 과정을 음악으로 풀어내려고 했다.”고 작품의 특징을 설명했다.

“'연인, 가족간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작품 속에 녹여 내려고 했다.”는 김태형 연출은 “관객들이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들도 출연소감을 밝혔다. 민수 역의 정동화는 “민수는 까칠하지만 유약하고 비겁한 면도 있는 인물이라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고, 오의식과 함께 티나 역을 맡은 강정우는 “나는 티나처럼 좋아하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성격을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갖고 있는 여성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은 즐거웠다.”고 전했다.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소수자들의 삶과 눈물, 사랑을 그린 음악극 <두결한장>은 오는 11월 30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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