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를 둘러싼 미스터리 살인사건 <뿌리 깊은 나무> 개막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의 마음, 그것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세종 역을 맡은 서범석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10월 9일 568돌 한글날에 개막하는 서울예술단의 <뿌리 깊은 나무>가 개막 이틀을 앞둔 7일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며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뮤지컬 <영웅> <윤동주, 달을 쏘다>등을 함께 만든 한아름 작가와 오상준 작곡가가 참여한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는 작가 이정명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픽션과 논픽션이 어울려 긴박하게 진행되는 작품으로, 2011년에는 SBS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창작가무극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되 한글 반포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의 대립구조를 더욱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다. <뿌리 깊은 나무>로 자신의 첫 뮤지컬 연출에 도전하고 있는 오경택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세종으로 대표되는 리더의 고통을 그려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작품의 2막 일부를 만날 수 있었다. 집현전 학자를 시작으로 연쇄살인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조정의 모습과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 조선시대 임금 근접경호무사인 겸사복 채윤의 범인 추적 과정이 펼쳐졌다. 다음 희생자를 막아야 하는 채윤이 금서 고군통서를 비롯해 여러가지 단서를 찾아내 사건의 기승전결을 추리해 가는 과정이 역동적인 안무와 회전 무대, 무대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영상과 함께 어우러졌다.

"원작 소설과 드라마를 통해 접했던 터라 이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다."는 세종 역의 서범석은 "픽션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이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작품이 가진 설득력에 대해 힘을 싣기도 했다. 특히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의 마음이 날 흔들었다."는 그는 <벚꽃동산> <더 러버> <레드> 등의 탄탄한 연극 무대를 선보여온 연출가 오경택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의의를 두는 모습이었다.


<공동경비구역 JSA>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에서 활약해 온 임철수의 첫 대극장 주연 데뷔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예술단 단원 김도빈과 함께 검사복 채윤 역을 맡은 임철수는 전작들에서 군인들로 출연한 것에 이어 "이번엔 조선시대 군인"이라 웃음을 지으면서 개막을 앞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예술단 단원이자 <더 데빌> <쓰릴 미>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박영수는 조선 제일의 검이라 불리는 세종의 호위무사 무휼로 등장한다. 무휼이 과묵한 인물인지라 무대 위에서 대사가 많진 않지만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 한 곡에 무휼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봐도 좋다."면서 묵직하고 강렬하게 대미를 장식하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1986년 출범한 서울예술단은 그간 <로미오와 줄리엣>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을 창작, 소개해 왔다. 올해 <소서노>에 이어 두 번째 창작극으로 선보이는 <뿌리 깊은 나무>를 두고 정혜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위해 의상, 영상, 춤 등 풍성한 볼거리를 준비했다."면서 가족극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 강조했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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