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를 찌르는 피조물의 절규, 연극 <프랑켄슈타인> 개막

상반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라 큰 반향을 낳은 데 이어 이번에는 연극 <프랑켄슈타인>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일 개막한 연극 <프랑켄슈타인>의 제작진은 개막 당일 공연에 앞서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가 1818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국 극작가 닉 디어가 극본을 썼다. 2011년 영국에서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해 첫 무대에 오른 이 연극은 당시 관객들의 큰 호평을 이끌어냈고, 국내에서도 개막 전부터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이번 공연은 <서편제>의 조광화가 연출을 맡고 <맥베스>의 박해수가 피조물을, <아가씨와 건달들>의 이율이 피조물을 창조해낸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맡았다. 이와 함께 <고스트>의 정영주가 피조물에게 글과 말을 가르치는 드 라쎄와 프랑켄슈타인의 어머니 마담 프랑켄슈타인 등 1인 2역을 소화한다.


공연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오랜 실험 끝에 피조물을 창조해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피조물의 흉측한 형상에 놀란 프랑켄슈타인은 피조물을 버려둔 채 가버리고, 혼자 남은 피조물은 사람들에게 온갖 박대와 괴롭힘을 당하며 낯선 세상을 헤맨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내뱉은 욕설을 더듬더듬 따라 하던 프랑켄슈타인은 앞을 못 보는 노인 드 라쎄를 만나 조금씩 글과 언어를 배워나간다. 글을 익힌 다음에는 책을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나가고, 밀턴의 <실낙원>을 외워서 낭송할 만큼 뛰어난 감성과 암기력을 발휘한다. 갓 태어난 천둥벌거숭이에서 이성과 감성을 모두 지닌 한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피조물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둔하고 뻣뻣한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지고 어눌한 발음이 정확해지는 과정 등 피조물이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박해수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지 다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드 라쎄의 아들이 자신을 보자마자 괴물이라 부르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분노한 피조물은 결국 그곳을 떠나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간다.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그는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외로움을 절절히 부르짖으며 함께 살아갈 여자를 창조해달라고 말한다. “왜 날 만들었냐”는 피조물의 절규는 신을 향한 인간의 물음과 닮아있고, “완벽한 인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의 대답은 인간 혹은 신의 불완전함을 곱씹어보게 한다.

무대는 랩으로 둘러 쌓여 있고, 그 위로 해독할 수 없는 각종 기호와 문자가 사방에 쓰여있다. <레베카>의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가 만든 이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와 어울려 서늘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프랑켄슈타인의 약혼녀 엘리자베스로 분한 전경수와 프랑켄슈타인의 여동생 아가사 및 여성 피조물로 분한 황선화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무대를 탄탄히 뒷받침한다. 공연은 11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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