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레트 버틀러, 스칼렛 오하라는 누구?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공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도도한 매력의 스칼렛 오하라와 그녀의 허리를 격정적으로 안고 입맞춤하는 레트 버틀러의 모습으로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뮤지컬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소설가 마가릿 미첼이 1936년 발표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스칼렛 오하라를 비롯한 네 남녀의 사랑 뿐 아니라 강인하게 한 시대를 살아내는 모습이 담겨진 대서사시다. 소설이 퓰리쳐상을 수상한 것에 더해 1939년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으로 나선 동명 영화는 큰 흥행과 함께 작품의 대표 이미지이자 상징성을 담은 창작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무대로, 원작은 <로미오 앤 줄리엣>의 제르라 프레스귀르빅 작사/작곡, <십계> <로미오 앤 줄리엣> <태양왕> <클레오파트라> 등의 안무 등을 맡은 카멜 우알리가 연출 겸 안무를 맡았다.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을 만든 흥행 프로듀서 도브 아띠, 알베르 코헨의 두 번째 콤비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내년 1월 국내 개막을 앞두고 지난 10일 열린 제작발표회장에서, (주)쇼미디어그룹의 대표 박영석 프로듀서는 "4, 5년 전부터 작품을 접해왔다."며 오랜 시간 한국 공연 성사를 위해 노력해왔음을 이야기했다.


뮤지컬 데뷔에 나서는 레트 버틀러 역의 주진모, 스칼렛 오하라 역의 바다


레트 버틀러 역의 김법래와 스칼렛 오하라 역의 서현

"소설의 이야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으면서도 프랑스 뮤지컬 음악의 감성이 더해져서 좋았다. 스펙타클한 느낌 역시 컸는데, 반드시 한국에 작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캐스팅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하는 그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얼마나 잘 맞는가, 음악의 톤과 잘 맞는가가 중요한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자유, 평등, 박애라, 극 중 흑인 캐릭터의 비중이 크다. 그런데 흑인 역할은 '검정 칠 분장'이 아닌 반드시 흑인이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배우 뽑기가 무척 어려웠다.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다가 결국 한국 배우가 태닝하기로 합의를 봤다."

무엇보다 큰 관심이 쏠린 주역 배우 캐스팅이 이날 함께 공개되었는데 스칼렛 오하라 역에는 바다와 소녀시대 서현이, 레트 버틀러 역에는 주진모와 김법래가 주인공으로 낙점되었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바다와 김법래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로 출연해서 프랑스 제작진들도 이미 인지를 하고 있었고, 주진모는 '가장 레트 버틀러다운' 이미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서현은 원작 속 스칼렛 오하라가 10대인데 그런 모습과 함께 이미지, 목소리 톤 등을 고려해 주역으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미스 사이공> 이후 다시 호흡 맞춘다!
애슐리 역의 마이클 리와 멜라니 역의 김보경


선한 남자의 표본, 애슐리 역의 정상윤과 멜라니 역의 유리아

이번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될 주진모는 "장편 드라마인 <기황후>를 마치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진되어 있었고 새로운 것을 찾고 있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접하게 되었다."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시나리오를 제쳐두고 '이거다' 싶었는데, 영화에 대한 깊은 여운도 있었고 남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레트 버틀러 역이라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풀어놓았다.

무대 위에서 "세상에 저런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겉과 속은 다르지만 그 안에 굳은 심지를 가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레트 버틀러로 변신할 주진모의 각오다.

또 한 명의 김법래 역시 "그간 '나쁜 놈' 역만 맡았는데 오랜만에 '나쁜 남자' 역을 맡아 행복하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도도하지만 엇갈린 사랑 속에 가슴앓이를 하는 여자,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여자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바다는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배역"이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조심스레 펼쳐보였다.


마마(박준면, 정영주) 사이에 선 노예장 역의 한동근

"SES 시절 설문조사에서 가장 스칼렛 오하라와 어울린다고 뽑혔었는데 아마도 외모보다 강인한 모습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다부지게 할 예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장르로든 스칼렛 오하라 역을 해보고 싶었고, 한국에서 공연이 안 된다면 직접 만들어서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여배우로서 이번 작품으로 뭔가 다음 단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얼마나 내가 광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지를 안다."고 말한 서현 역시 단단한 각오를 내비쳤다.
"한 여자의 삶을 거침없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소설과 영화를 수 십 번 볼 정도로 많은 준비를 해왔고 오랫동안 성악 레슨을 받아 다양하게 소리를 내는 것도 익혀 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간 보여드리지 못했던 서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나 역시 기대 중이다."

이밖에 오랜 시간 스칼렛 오하라의 짝사랑 대상이 되는 애슐리 윌크스 역에는 마이클 리와 정상윤이, 스칼렛 오하라의 친구이자 애슐리의 아내 멜라니 해밀튼 역에는 김보경과 유리아가 나설 예정이다. 마마 역으로 변신할 정영주, 박준면 역시 기대를 걸어도 좋을 배우들로 꼽혔으며 작품에서 강렬한 넘버를 통해 남다른 존재감을 나타낼 노예장 역에는 박송권과 MBC <위대한 탄생> 시즌 3의 우승자 한동근이 등장한다.


이날 함께 자리한 변희석 음악감독은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프랑스 뮤지컬과 같이 파퓰러하면서도 굵은 선을 가졌다."고 작품 음악에 대해 설명하며 "50인조 오케스트레이션에 30여 명의 앙상블이 부르는 10곡 이상의 합창곡이 펼쳐지는데, 원작 공연과는 또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 공연만의 특징을 언급했다. 뮤지컬 넘버로 등장하진 않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의 메인 테마곡 '타라의 테마'(Tara's Theme)는 프랑스 원작자들과 논의 끝에 작품 오프닝과 엔딩 때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와 안무가 분리되어 진행되는 특징을 가진 프랑스 뮤지컬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안무가 무대 전반에서 펼쳐질 예정이라는 것이 서병구 안무가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비보잉, 왈츠, 발레, 현대무용, 흑인들의 아프리카 토속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이 등장할 것을 예고하며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춤, 고난이도의 춤이 많아 앙상블과 댄서를 분리해서 오디션을 진행했고 국내 최고의 댄서들을 선발했다."고 덧붙였다. 대본과 음악은 원작 그대로를 따르지만 영상, 안무, 무대 등을 통해 한국 공연만의 독특한 점을 보여주려 노력할 것이라는 유희성 연출의 계획도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내년 1월 9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오는 11월 13일부터 온라인으로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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