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룩거리는 모든 인생에게 전하는 위로, <달빛요정과 소녀> 연습현장

“아무리 쓰레기 같은 노래지만 무겁고 안 예쁘니까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어.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반찬 먹게 해줘. 도토리 싫어, 라면도 싫어, 다람쥐 반찬 싫어” 정당한 음원 사용료를 받지 못하는 인디 뮤지션의 억울한 심경을 담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 이하 달빛요정)의 노래가 연습실에 울려 퍼진다. 때로는 통쾌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던 그의 노래가 소녀의 입에서, 전화상담원의 입에서, 라디오 DJ의 입에서 흘러나오며 색다른 울림을 전한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의 연습실 풍경이다.

<달빛요정과 소녀>는 지난 2010년 사망한 달빛요정의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 등의 노래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대변했던 달빛요정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37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아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후 잊혀져 가던 그의 노래를 <슬픈연극><바람난 삼대>의 민복기 연출이 뮤지컬로 되살려냈다.


“우연히 달빛요정의 노래를 들었는데 참 좋았다. 노래 하나하나에 다 사연이 있어서 언젠가 이 노래들로 이야기를 꼭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민복기 연출은 달빛요정의 음악과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었던 한 소녀의 실화를 엮어 뮤지컬을 만들었다. 등장인물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소녀와 그녀의 전화를 받은 상담원, 달빛요정의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DJ, 달빛요정 등 네 사람이다.

이야기는 한 소녀가 아파트 옥상에 서 있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소녀는 마지막으로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고, 상담원 은주가 소녀의 전화를 받는다. 마침 두 사람은 달빛요정의 생애를 소개하는 DJ 캐준의 라디오를 듣고 있고, 끝내 생을 마감하려던 소녀의 눈 앞에 달빛요정이 나타난다. 그리고 절망을 노래하는 달빛요정의 노래는 역설적으로 소녀에게 진실한 희망과 위안을 전한다.


지난 2일 방문한 <달빛요정과 소녀> 연습실에서는 배우들이 코러스, 밴드와 함께 대본 및 음악연습을 하고 있었다. 영화 <화이>에 이어 최근 <미생>의 천과장 역으로 주목받은 박해준이 DJ 캐준으로, <유도소년>을 통해 인기배우로 부상한 박훈이 달빛요정으로, <프라이드>에서 섬세하고 치밀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소진이 상담원 은주로, 신예 김소정이 소녀로 분해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난 무겁고 안 예쁘니까 뭘 해도 마찬가지”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 이제는 더 참을 수 없다” 등의 가사가 잔잔한 울림으로 본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연습을 이끈 민복기 연출은 “지금은 서민들이 위로를 받을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각기 외롭고 힘들게 분투해야 하는 세상에서 관객들이 이 뮤지컬을 보고 희망과 위로를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명한 사람만 기억되는 세상에서 달빛요정처럼 잊혀져 가는 사람도 기억하고 싶었다.”는 바람도 많은 관객들에게 전해질 듯 하다. 이날 연습실을 잠시 엿본 기자도 달빛요정의 노래와 가사를 한참 되새겨보았으니 말이다. 공연은 오는 20일부터 2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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