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디팬미팅] <해롤드 & 모드> 강하늘, 박정자와 함께한 낭독이라는 연극의 새로운 발견

“80이요? 80년 산 사람은 처음 만나봐요. 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
이번 토요일이면 80살 생일을 맞이한다는 모드의 이야기에 해롤드가 놀란 토끼 눈이 된다.

지난 1월 20일, 강하늘·박정자와 함께한 <해롤드&모드> 낭독회에 참가한 관객들은 숨죽여 해롤드와 모드의 대화에 빠져 들었다.  낭독회는 오로지 배우들의 목소리만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색다른 시간이다.

오늘의 주인공 박정자는 시작에 앞서 드레스서클로 입장하며 꽉 찬 객석을 향해 “다 강하늘 팬들이지, 오늘 하늘이 혼자 있으면 되잖아.”라며 관객들에게 농을 친다. 물론 그의 오래된 팬들도 객석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 “젊은 친구들이나 오는 덴데, 어떻게 이런 데를 알고 왔냐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꽃이 만발하다.

또 다른 주인공인 강하늘도 드라마 <미생>이 끝나고 밀려드는 인터뷰와 공연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특유의 밝은 미소로 씩씩하게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연습 들어가기 전 리딩할 때부터 감동이 밀려왔다.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 되면 좋겠다."


극 중 80세 할머니 모드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박정자는 “강하늘과 라이벌 관계인 모드 역이다(웃음). 연극에서 해롤드가 썬사인과 키스할 때는 그렇게 아우성을 치더니 나하고 키스할 때는 왜 그렇게 조용한 거지.”라고 서두를 떼며 인사를 대신한다.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른 후, 곧바로 19세 청년 해롤드와 80세 할머니 모드가 되어 별다른 동작과 이동 없이도 인물과 장면을 실감나게 재현해냈다. 바다 표범을 풀어주러 바다로 간 해롤드와 모드가 되었다가, 모드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해롤드, 해롤드에게 나무 위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하는 모드가 되기도 했다. 관객들에게는 작품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 되었다. 

준비한 세 장면의 낭독을 마친 후 강하늘은 “무대와는 또 다른 자리이기 때문에 느낌이 색다르다. 오늘 공연이 아주 좋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극 <해롤드&모드>는 콜린 히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장례식장 가는 것이 취미로 늘 죽음을 꿈꾸는 해롤드가 유쾌한 할머니 모드를 만나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해롤드 역으로 출연하는 강하늘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박정자 선생님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이번 공연이 2003년부터 시작해서 여섯 번째 공연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해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알고 싶어서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흔히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산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 ‘우리’라는 것에 대해 알려주는 아주 고마운 공연이다. 해롤드와 모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큰 깨달음이 있다. 해롤드 역을 맡고 있는 건 강하늘이지만, 객석에 있는 모두가 해롤드가 되는 것 같다.”고 작품이 주는 감동에 대해 전했다.


관객들이 강하늘을 보기 위해서 왔지만, 강하늘 팬들을 자신의 팬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큰 야심을 밝히기도 한 박정자는 “개인적으로 멋진 총각을 내 파트너로 삼을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말하며, (강)하늘이는 내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분장실 밖 어두운 복도에서 하늘이를 기다라는 팬들을 위해 극장에 조명을 달아달라고 이야기했다.”는 일화를 전해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에 강하늘은 “정말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조명이 생겼다.”며 극중 파트너이자 대선배인 박정자에게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또한 덧붙여 “지인들이 저를 보러 공연을 보러 왔다가 선생님께 반하고 갔다고 이야기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작품 속 해롤드와 모드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았다.

“모드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데 왜 80이란 나이를 정했냐.”라는 질문에 대해 박정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참 고맙다고 서두를 떼며 “팔십이란 숫자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콜린 하긴스 작가가 정하긴 했지만 80살이란 숫자는 인생에서 볼 때 꽉 찬 나이라고 생각한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가장 성숙한 나이다. 2003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 80살까지 더 가야한다. 80살에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삶의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는 바람을 밝혀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강하늘은 “대본을 보고 해롤드가 모드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해롤드의 나이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풋풋한 연애 이야기를 예로 들려주며 “19세는 조그만 호의에 대해서도 굉장히 마음이 끌리고 이것저것 재지 않는 시기다. 모드가 해롤드한테 인간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해롤드는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된다. 그 이후에 사랑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보시기에 그 사이가 어떻게 보면 점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9세니까 가능한 것이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모드의 마지막 선택이 죽음이 아니었다면 해롤드가 반지를 들고와 프로포즈를 했을텐데 모드는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는 관객의 재치 어린 질문에 박정자는 “아마 해롤드를 설득시켜서 더 넓은 세상으로 보냈겠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박정자는 "연극은 아름다움은 배우의 휴머니티와 관객의 휴머니티가 만나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연극의 진정한 힘은 그 안에서 나온다. 배우들끼리 '오늘 공연 참 좋았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 관객 참 좋았지'라는 말과 같다."며 "관객은 연극을 완성시켜주는 절대요소이다. 관객으로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유쾌한 모드 할머니의 에너지가 이곳에도 전달된 것일까? 드레스서클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배우와 관객 모두 <해롤드 & 모드>로 하나가 된 미니 낭독회는 긴 여운을 남기며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공연은 오는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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