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김건덕 두 천재 야구인의 엇갈린 인생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작성일2015.01.26
조회수10,958
한 상자 가득 쌓여 있는 야구 방망이와 또 다른 한 상자를 가득 채우고 넘치는 야구 헬멧. 한 편에서 글러브를 끼고 와인드업을 하는 배우와 그를 예의 주시하며 방망이로 공을 조준하고 있는 다른 배우의 모습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곳 저곳에서 몸을 푸는 나머지 배우들의 모습까지 보자니 영락없는 야구부 합숙소 같기도 한 이곳은 오는 31일 막이 오를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연습실이다.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열 아홉 살 천재 야구소년 이승엽, 김건덕. 한 순간의 선택으로 각기 조금은 다른 길을 걷게 된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바로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이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명환이 "대학에 떨어지기 위해 일부러 대입 시험을 망쳤다는 두 선수의 일화를 6, 7년 전 쯤 접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것처럼, 이 작품은 청소년 야구계를 주름잡던 양대 산맥 두 선수가 실업팀과 대학팀으로 각각 진출하면서 엇갈리게 되는 모습을 중심으로 한다.
김건덕 역을 맡은 안재영
"개인적으로도 너무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세상 사람들에게 너무나 듣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위로의 말을 글로 썼다."는 김 연출은 그래서 이 작품의 특징으로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점"이라 말했다.
"내가 듣고 싶은 얘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너무 거추장스럽게 이것저것 갖다 거창하게 포장하고 싶진 않아요. 단지 살냄새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인간 감성을 푹 찌르고 들어가는 부분이 몇몇 있어서 '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배우들이 잘 표현해 주고 있어요. (웃음)"
김명환 연출
김 연출은 캐릭터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인 김건덕을 직접 만났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야구를 그만 두셨던 7년 동안은 정말 힘이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부산에서 리틀야구단 감독님으로 계시고 결혼도 하시고 득남도 하셨어요. 뭔가 인생의 전환점이 와서 아주 행복하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 만으로도 (김건덕이) 우리 작품을 지지해 주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건덕과 이승엽의 일화는 실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김건덕과 그의 아버지 사이의 모습에는 김 연출과 자신의 아버지 모습을 녹여내었다. 하지만 김건덕이 "대본을 읽고 가슴이 울렁울렁했을 정도로 나와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고 했으니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진심 어린 이야기로 이번 무대를 지켜보면 좋을 듯 하다.
뱃사람이었던 김건덕의 아버지
작곡가 박기영
우리에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전해왔던 그룹 동물원의 멤버이기도 한 박기영을 이번 작품의 작곡가로 만나는 것도 반갑다. 작곡가 박기영과 김명환 연출의 협업은 <완득이>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김 연출이 완성한 대본을 처음으로 보여준 이 역시 박기영 작곡가였을 정도로 둘의 신뢰는 탄탄해 보였는데, 여기에 "호흡까지 최고"라 박 작곡가가 덧붙인다.
"정말 신기하게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붙이면 되는 글이었어요. 제가 처음부터 가사 작업을 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그런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들이 있어서 음악 역시 다채롭게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신기할 정도로 정말 호흡이 잘 맞아요."
젊은 작곡가인 주영민과 함께 곡을 써 내려간 그는 "삶을 고민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정서들이 잘 느껴져서 음악 작업을 하면서도 더 신뢰가 갔다."고 말한다.
"이승엽 선수는 영웅이잖아요. 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인물 모두 그렇게 초인적인 캐릭터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평범하고 나약하고 변덕도 많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이죠. 초반엔 그런 인간의 다양한 일상사를 느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중반부터는 야구 경기 등에 맞는 굵은 음악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섬세한 부분을, 또 함께 작업한 젊은 친구는 자신의 강한 색깔을 잘 표현했는데 두 가지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게 잘 결합되었다고 생각해요."
2014년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이기도 한 이 작품의 정식 개막을 앞두고, 본 공연 모습을 궁금해할 관객들을 위해 제작진들이 꼽은 '놓치면 더더욱 아쉬울 장면들'.
"무대의 상상력으로 역동적인 야구장 안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캐스터의 말로써 공이 던져지고 상황이 펼쳐지는 오프닝 장면을 보시면 '이들이 야구라는 소재를 이렇게 해석했구나'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은 김 연출의 추천이고, "김건덕의 모든 상황들이 좌절되는 '9회말 2아웃'이라는 중반 이후의 장면이 있는데 아마도 작품 속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될 것 같고 그래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건 박기영 작곡가의 말이다.
오프닝 장면
두 캐스터(최석진, 손성민)들의 화려한 입담을 맛볼 수 있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라는 제목이 야구를 소재로 한 이번 작품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김명환 연출은 '다중우주론'을 빌어 제목을 설명했다.
"지금 내가 힘들어도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또다른 나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나'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광속보다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생각의 속도'라고 한다. 생각을 바꾸고 나니 힘이 나고 행복한 모습을 좇아가게 되었다."
김건덕 역은 안재영이, 이승엽 역은 김영철이 맡는다. 김건덕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여인, 윤호정 역으로 김민주가 등장한다. 신으로부터 재능과 불행을 동시에 받은 주인공이 행복을 향해 '빛의 속도로' 돌진할 것 같은 뭉클하고 기운찬 모습이 예상되는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1월 31일부터 2월 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열 아홉 살 천재 야구소년 이승엽, 김건덕. 한 순간의 선택으로 각기 조금은 다른 길을 걷게 된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바로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이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명환이 "대학에 떨어지기 위해 일부러 대입 시험을 망쳤다는 두 선수의 일화를 6, 7년 전 쯤 접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것처럼, 이 작품은 청소년 야구계를 주름잡던 양대 산맥 두 선수가 실업팀과 대학팀으로 각각 진출하면서 엇갈리게 되는 모습을 중심으로 한다.
김건덕 역을 맡은 안재영
"개인적으로도 너무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세상 사람들에게 너무나 듣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위로의 말을 글로 썼다."는 김 연출은 그래서 이 작품의 특징으로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점"이라 말했다.
"내가 듣고 싶은 얘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너무 거추장스럽게 이것저것 갖다 거창하게 포장하고 싶진 않아요. 단지 살냄새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인간 감성을 푹 찌르고 들어가는 부분이 몇몇 있어서 '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배우들이 잘 표현해 주고 있어요. (웃음)"
김명환 연출
김 연출은 캐릭터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인 김건덕을 직접 만났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야구를 그만 두셨던 7년 동안은 정말 힘이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부산에서 리틀야구단 감독님으로 계시고 결혼도 하시고 득남도 하셨어요. 뭔가 인생의 전환점이 와서 아주 행복하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 만으로도 (김건덕이) 우리 작품을 지지해 주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건덕과 이승엽의 일화는 실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김건덕과 그의 아버지 사이의 모습에는 김 연출과 자신의 아버지 모습을 녹여내었다. 하지만 김건덕이 "대본을 읽고 가슴이 울렁울렁했을 정도로 나와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고 했으니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진심 어린 이야기로 이번 무대를 지켜보면 좋을 듯 하다.
뱃사람이었던 김건덕의 아버지
작곡가 박기영
우리에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전해왔던 그룹 동물원의 멤버이기도 한 박기영을 이번 작품의 작곡가로 만나는 것도 반갑다. 작곡가 박기영과 김명환 연출의 협업은 <완득이>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김 연출이 완성한 대본을 처음으로 보여준 이 역시 박기영 작곡가였을 정도로 둘의 신뢰는 탄탄해 보였는데, 여기에 "호흡까지 최고"라 박 작곡가가 덧붙인다.
"정말 신기하게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붙이면 되는 글이었어요. 제가 처음부터 가사 작업을 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그런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들이 있어서 음악 역시 다채롭게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신기할 정도로 정말 호흡이 잘 맞아요."
젊은 작곡가인 주영민과 함께 곡을 써 내려간 그는 "삶을 고민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정서들이 잘 느껴져서 음악 작업을 하면서도 더 신뢰가 갔다."고 말한다.
"이승엽 선수는 영웅이잖아요. 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인물 모두 그렇게 초인적인 캐릭터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평범하고 나약하고 변덕도 많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이죠. 초반엔 그런 인간의 다양한 일상사를 느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중반부터는 야구 경기 등에 맞는 굵은 음악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섬세한 부분을, 또 함께 작업한 젊은 친구는 자신의 강한 색깔을 잘 표현했는데 두 가지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게 잘 결합되었다고 생각해요."
2014년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이기도 한 이 작품의 정식 개막을 앞두고, 본 공연 모습을 궁금해할 관객들을 위해 제작진들이 꼽은 '놓치면 더더욱 아쉬울 장면들'.
"무대의 상상력으로 역동적인 야구장 안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캐스터의 말로써 공이 던져지고 상황이 펼쳐지는 오프닝 장면을 보시면 '이들이 야구라는 소재를 이렇게 해석했구나'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은 김 연출의 추천이고, "김건덕의 모든 상황들이 좌절되는 '9회말 2아웃'이라는 중반 이후의 장면이 있는데 아마도 작품 속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될 것 같고 그래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건 박기영 작곡가의 말이다.
오프닝 장면
두 캐스터(최석진, 손성민)들의 화려한 입담을 맛볼 수 있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라는 제목이 야구를 소재로 한 이번 작품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김명환 연출은 '다중우주론'을 빌어 제목을 설명했다.
"지금 내가 힘들어도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또다른 나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나'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광속보다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생각의 속도'라고 한다. 생각을 바꾸고 나니 힘이 나고 행복한 모습을 좇아가게 되었다."
김건덕 역은 안재영이, 이승엽 역은 김영철이 맡는다. 김건덕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여인, 윤호정 역으로 김민주가 등장한다. 신으로부터 재능과 불행을 동시에 받은 주인공이 행복을 향해 '빛의 속도로' 돌진할 것 같은 뭉클하고 기운찬 모습이 예상되는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1월 31일부터 2월 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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