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 그것만 빼앗지 마˝ <로빈훗> 프레스콜 현장

로빈훗 역을 맡은 이건명은 "작품 속에 담긴 세금 등의 이야기가 오늘날의 모습과 이렇게 맞아떨어질 줄은 몰랐다. 일부러 시대상을 반영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언제나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왕용범 연출은 "1천년 전 이야기가 지금과 너무 닮아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별히 정치적인 성향이 담긴 작품이라기 보다는 인심(人心) 뮤지컬, 관객들의 마음과 같이 공연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작품의 장점 같다."라고 설명한 뮤지컬 <로빈훗>이 지난 1월 23일 개막했다.

잉글랜드 민담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인 로빈훗이 뜻을 같이하는 무리들과 함께 불의에 맞서며 정의를 실천하는 모습을 담은 <로빈훗>은 2005년 독일 초연작으로 연출가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등 국내 제작진들이 재창작 과정을 거쳐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로빈 록슬리가 동료 길버트에게 배신당한 후 도망자 신세가 되는 과정과 새로운 이름 '로빈훗'을 얻은 후 셔우드 숲 일당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모습, 그리고 왕위 찬탈을 시도하는 존 왕자와 노팅엄 영주의 폭정에 대항하는 활약 등 <로빈훗>의 주요 장면이 공개되었다.

이날 열연을 펼친 로빈훗 역의 이건명은 "칼싸움 장면이 간단해 보이지만 많이 위험하고 칼 자체가 무거워 힘이 든다."며 기본기부터 다져 싸움의 '합'을 맞추기 위한 오랜 연습 과정이 무엇보다 힘들었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요즘 시점에 어디서든 누군가 정의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로빈훗>이 영등포를 맡을 테니 누군가가 또 다른 지역에서 정의와 희망을 외쳐주면 좋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이었다.


적통 왕위 계승자인 필립 왕세자 역의 박성환, 규현, 양요섭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규현과 요섭은 입을 모아 "우리도 더 이상 그렇게 어리지 않다."고 말해 선배 배우들의 야유와 웃음을 동시에 사는 모습도 보였다. "성 안에서 대접만 받고 산 필립이 얼마나 철없고 한심할까 생각했고, 그걸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규현은 과거 <삼총사>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던 엄기준을 두고 "이번에는 아버지 같은 역으로 만나 어색하다."고 말해 엄기준을 비롯해 함께 자리한 배우들이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로빈훗의 연인이었지만 권력을 따라 길버트의 아내가 되는 마리안 역의 서지영과 김아선은 "다른 사람을 향해 떠나지만 마음 속에 남아있는 로빈훗 등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는 복잡미묘한 여자의 마음을 마리안이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이날 다른 일정이 있어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한 유준상은 작품 속 마지막 대사를 읊조리며 "<로빈훗>을 계속하는 한 많은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날 서영주는 왕위를 갖기 위해 발버둥치는 존 왕자 역을 광기 어리면서도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표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으며, 길버트 역의 박진우, 조순창의 활약 역시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밖에 필립 왕세자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조이 역의 김여진, 다나, 필립 왕자의 충신 그레고리 역의 홍경수 등이 출연하는 <로빈훗>은 3월 2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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