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땀과 노력으로 빚어낸 감동, <유도소년>이 다시 왔다

지난해 첫 무대에 올라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극단 간다의 연극 <유도소년>이 다시 돌아왔다. 박해수, 임철수, 김호진 등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한 <유도소년> 제작진은 지난 12일 언론을 대상으로 작품의 전막을 공개했다.

박경찬·이재준 작가가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머더발라드><번지점프를 하다>의 이재준이 연출한 <유도소년>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유도, 복싱,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때 유망한 유도선수였으나 슬럼프에 빠진 경찬이 유도부 후배들과 전국대회에 출전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왜 유도를 시작했는지, 눈앞에 놓인 목표에 열중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모습이 90년대 풍경 속에서 펼쳐진다.

홍우진, 차용학, 박성훈 등 초연 멤버들과 박해수 등 새 멤버들은 이날 장면을 나눠 번갈아 공연을 선보였다. 쉼 없이 땀 흘리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준비하는 극중 인물들의 모습은 초연과 변함없이 진한 감동을 전했고, 경찬과 주위 인물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경찬의 해외파 후배 요셉의 엉뚱한 행동들이 자아내는 ‘깨알 웃음’도 여전했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 만큼, 재연을 준비해온 제작진과 배우들은 연습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작품 시연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준 연출은 “이 공연 자체가 초심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가 그런 마음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초연보다 더 욕심을 부린 부분이 있고, 그만큼 배우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초연 당시 우리들이 지금 살아가며 느끼는 힘든 점들과 고민을 작품에 담자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진정성이 재미나 즐거움에 가려지지 않고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특히 경찬이 민욱, 화영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하나씩 느끼고 배워나가는 과정을 어떻게 잘 그려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실제 유도선수였던 자신의 고교시절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낸 박경찬 작가는 <유도소년>의 인기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근 방송 및 영화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복고열풍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극중 경찬과 같은 세대가 지금 30대 초중반이 되어 문화 소비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유도소년>도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 외에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열심히 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점이 이 공연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같다. 이 작품이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는 분들에게 많은 희망과 위로를 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유도소년> 무대에 오르는 초연 멤버들은 연습 및 공연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가며 톡톡히 고생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재연에 나서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경찬 역을 맡은 홍우진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보신 공연이 <유도소년>인데, 즐겁고 행복하게 이 공연을 보셨다. 그 추억 때문에 이번 공연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고, 민욱 역의 차용학은 “지난 번에 잘 전달하지 못했던 것들을 좀 더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리깡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머리를 다 밀어버렸다.”며 웃음을 자아낸 경찬 역 박훈은 새로 들어온 멤버들에 대해 “덕분에 분위기가 더 활기차게 변하고, 공연도 더 풍성하고 다이나믹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초연 후 드라마 <미생>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태구 역 조현식은 “드라마는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는데 연극은 정해진 시간에 무대에 오른다는 점과 배우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공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도 소감을 밝혔다. “처음에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무대에서 후배들과 같이 땀 흘리며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출연 계기를 이야기한 경찬 역 박해수는 “고등학생을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옷에 ‘전북체고’라고 써 있어서 믿고 가고 있다.”고 말했고, 오의식, 박정민과 함께 요셉 역을 맡은 임철수는 “이렇게 아플지 몰랐다.”는 말로 그간의 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오디션에서 유도복을 입고, 원서도 사투리로 써서 내 태구 역에 낙점됐다는 신예 신창주는 “오디션에서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풋풋한 각오를 전했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서정주 무술감독을 비롯해 이흥덕 유도체육관 관장, 장용호 국제체육관 관장 등 배우들에게 유도와 복싱 등을 훈련시킨 이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배우들에 대해 “정말 열심히 했다. 누가 봐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같다. 고생했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배우들의 정직한 땀과 노력이 빚어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유도소년>은 오는 5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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