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현과 함께 하는 마지막 수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모리의 따뜻한 면모를 웃음으로 많이 표현하려고 한다. 들여다볼수록 더 깊이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 배우로서 아주 행복하다.”

지난 3일, 개막 하루 전 진행된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프레스 리허설을 끝내고 모리 역의 노주현이 전한 소감이다. 1976년 <죄와 벌> 등에 출연한 이후 40여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된 그는 “연극이야말로 배우예술이기 때문에 배우들은 항상 연극 무대를 동경한다. 큰 무대에 서본 적은 있지만 소극장 무대는 처음이라 이 공간에서 주고받는 호흡이 정말 새로웠다.”며 오랜만의 연극 출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4일 막을 올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스포츠 기자 미치 앨봄이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대학시절 은사 모리 슈와츠를 찾아가 매주 화요일마다 특별한 인생수업을 받는 이야기를 담았다. 1997년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 이 연극은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프로그램 ‘싹 큐브(SAC CUBE) 2015’의 첫 번째 작품이다.

그간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온 노주현은 이번 연극에서 주인공 모리를 맡았다. 모리는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인생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유머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노주현은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죽음이 곧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죽어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죽음이라는 테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에서 처음엔 다른 2인극 출연 제의를 했는데, 작품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바꾸자고 했다. 잘 만들어지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영어 대본의 번역본을 먼저 읽고 예술의전당 측에 이 작품을 제의했다는 노주현은 “희곡에서 병의 진전상태가 애매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점점 쇠락해가는 모리의 신체와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루게릭병 환자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고 전했다.


이날 전막 시연은 미치의 대학시절 장면에서부터 시작했다. 졸업식 날 모리 교수에게 꼭 다시 연락하겠다고 약속한 미치는 바쁜 일상에 치여 그 약속을 잊은 채 살아가고, 스포츠 기자로 일하던 어느 날 TV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모리를 보고 그를 찾아간다. 모리는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를 반기면서도 달라진 제자의 모습에 우려를 표하고, “네가 다시 눈물을 흘리게 해주겠다.”며 매주 화요일마다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깨우쳐주는 수업을 해나간다.

노주현은 미치 앨봄 역의 오민석과 호흡을 주고받으며 점점 건강이 악화되면서도 유머와 애정을 잃지 않는 모리를 따스하게 표현했다. 나이 들고 죽어가는 인생의 모든 과정을 긍정하며 슬픔과 기쁨, 눈물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솔직한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노주현과 함께 원캐스팅으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오민석은 “연습하는 동안 노주현 선배님이 정말 열심히 하셨다. 고기와 술도 많이 사주셨다.”고 웃으며 “이 작품이 내게도 정말 좋은 가르침을 줬다. 무대 위에서 정말 마음을 열고 인생의 멘토로서 선배님을 대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오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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