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의 실험이 망했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개막

"감동 보단 웃음,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다."
정태영 연출의 설명은 간결했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의 연극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일본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이니 두말할 것도 없겠다. 지난해 3월 일본 동경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현재 한국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5월 1일 막을 올린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의 유명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와 제목이 비슷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 내면을 선과 악으로 분리하려는 지킬 박사의 실험 이야기를 주 소재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전개는 엉뚱하다.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과학자로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신약 발표회장에서 깜짝 속임수를 쓰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주변인들의 변신으로 지킬 박사가 오히려 진땀을 빼고야 만다.


<웃음의 대학> <그와 그녀의 목요일> 등에 출연한 정웅인과 2009년 <사랑의 헛수고> 이후 6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최원영이 주인공 지킬 박사 역을 번갈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작품의 전막을 보여준 이들은 탄탄한 대본이 무엇보다 강력한 작품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미디 작품이 좋으려면 경계선을 적절히 지켜야 한다. 미타니 코키 작품은 애드립을 많이 하지 않고 원 대본 그대로 해야 좋은 작품으로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정웅인)


자신의 첫 연극 무대 역시 동숭아트센터였다며 남다른 소회를 풀어낸 최원영은 "체력적으로 무척 힘든 작품이지만, 무대에서 흘리는 땀 만큼이나 (배우가) 가져가는 희열이 있다."고 말하며 "자기 암시로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 모습이 현실상을 반영하는 것 같아 인상 깊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여자판 '지킬앤하이드'라 불리는 작품인 만큼 유일한 여자 배우인 신의정은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 역을 동시에 맡아 무대 위를 활보하며,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병에 걸린 것 같다는 후기도 봤다."는 빅터 역 이시훈의 슬랩스틱 역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하다. 지킬 박사의 조수이자 극중 인물들을 좌지우지하는 폴 역은 서현철과 박동욱이 맡아 극의 중심을 탄탄히 잡고 있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제목의 비밀은 공연 말미에 밝혀진다. 공연은 오는 7월 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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