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림·나문희 연기 기대…연극 <잘자요, 엄마> 제작발표회

“그간 약 50편의 작품 제작에 관여했는데, 연기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 작품을 꼽겠다. 그동안 많이 봤는데도 이번 공연이 또 기대된다.”

연극 <잘자요, 엄마> 제작에 나선 배우 조재현의 말이다. 조재현이 이끄는 수현재컴퍼니는 지난 18일 제작발표회를 열고 2008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 연극의 주역을 소개했다.

<잘자요, 엄마>는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후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자살하려는 딸, 그리고 그녀와 처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이다. 국내에서는 1987년 배우 윤여정이 번역하고 김수현 작가가 각색해 처음 무대에 올렸고, 초연멤버 김용림, 윤석화를 비롯해 나문희, 박정자, 손숙, 오지혜, 황정민 등이 거쳐가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조재현

이번 공연에서 ‘연기 보는 재미’를 십분 살려낼 배우들은 엄마 델마 역의 김용림, 나문희와 딸 제씨 역의 이지하, 염혜란이다. 연출은 <바람직한 청소년><일곱집매> 등에서 섬세하고 탄탄한 무대를 만들어온 문삼화가 맡았다. 네 명의 배우와 문삼화 연출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잘자요, 엄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처음 조재현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더니 '언제까지 TV 드라마만 출연하실 거냐'고 하더라. 그 질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출연을 결심했다. TV드라마 촬영이나 살림에 지쳐있다가도 무대에 서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생기는 걸 보면 천상 배우 팔자인가보다.”

김용림은 오랜만에 서게 된 무대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림의 연극 출연은 약 10년 만이고, <잘자요, 엄마> 출연은 초연 이후 28년 만이다. “딸과 엄마는 가장 가까이서 서로를 관찰하고 비판하는 사이다. 이 연극이 실제 삶에서 느끼는 모녀간의 애증과 애정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좋았다.”는 그녀는 “TV에선 한복 입은 근엄한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용림, 나문희

2008년 이 연극에 출연했던 나문희는 7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공연하면서 가끔씩 상대방의 소리가 잘 안 들릴 때가 있는데, 이번엔 딸의 소리가 지난번보다 더 잘 들린다.”며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전했다. <친정엄마><황금연못> 등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나문희는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이 필요한 일이지만 자꾸 훈련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어느 순간 발이 땅에 붙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나문희는 이어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서 몇 번이고 앵콜을 하고 싶다.”고 <잘자요, 엄마>에 대한 애정을 표하며 “살다 보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각자 고민이 있고 살기 힘든 순간이 온다. 정상적인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 요즘 이 시대에 관객 분들이 함께 공연을 보며 울고 웃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공연에서는 자살이라는 소재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껴 거기 매여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설정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작품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간 것 같다.”고 말한 문삼화 연출은 김용림, 나문희의 연기에 대해 “두 배우가 가진 색깔과 아우라가 너무 다르다.”며 본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문삼화, 이지하, 염혜란

딸 제씨 역을 맡은 이지하와 염혜란도 각기 출연소감을 밝혔다. “여자 선배님들과 하는 2인극은 처음인데, 선배님들 표정만 봐도 바로 바로 감정이 나오는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이지하는 “제씨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반영된 인물이다. 젊은 관객들도 고통, 좌절 때문에 너무 힘들 때 공연을 보러 오시면 위로를 받고 가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현이 “연극하는 후배들 중에 ‘물건이다’ ‘괴물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 중 하나”라고 소개한 염혜란은 “극중 제씨가 엄마와 환하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 그녀가 자살을 결심하기 전에 그런 시간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관객들도 공연을 보시고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부모님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 조재현은 “상황을 지켜보고 고비가 안 지나가면 극장에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해 감기 증상이나 열이 있는 관객이 있는지 진단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연은 오는 7월 3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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