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상상하는 즐거움 <맨 끝줄 소년> 연습현장

새로운 이야기의 의미와 그 너머를 상상하는 일. 소설에 푹 빠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소설 읽기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인지를. 여기 학생이 써낸 작문 과제에 푹 빠진 문학교사가 있다. 그는 소년의 글에 감탄하며 읽고, 상상한다.

예술의전당 ‘SAC CUBE: Premiere’ 의 일환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연극 <맨 끝줄 소년>은 1965년 생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으로, 흥미로운 제목 그대로 교실 맨 끝줄에 앉아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 클라우디오가 주인공이다. 클라우디오가 써낸 소설 같은 작문 과제에는 같은 반 친구인 라파 가족에 대한 수상한 관찰과 욕망이 담겨 있다. 문학교사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글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고 소년의 재능을 점점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 작품은 먼저 국내에서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영화 <인 더 하우스>란 제목으로 개봉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 연출이 지휘하는 이번 공연은 그가 소개하는 후안 마요르가의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보이는 맨 끝줄을 선택한 소년, 클라우디오는 지난해 <에쿠우스>에서 30대의 나이로 불안한 소년 알런 역을 소화해낸 전박찬이, 문학교사 헤르만 역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박윤희가, 극 중 헤르만 교사의 부인이자 큐레이터로 등장하는 후아나 역은 <잘자요, 엄마>의 염혜란이 맡았다. 이들을 비롯하여 극단 코끼리만보와 백수광부의 대표 배우인 백익남과 김현영이 라파의 부모로 분하며, 유승락은 그들의 아들 라파로 참여한다.


기자가 참관한 지난 20일, 김동현 연출과 전체배우들은 책을 완독하는 것처럼 대본을 꼼꼼히 분석하며 장면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헤르만과 그의 아내 후아나는 클라우디오가 써낸 글의 내용을 언급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에게 글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클라우디오가 관찰하고 있는 라파 가족의 일상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연극은 시간의 흐름, 장소의 일관성 없이 허구와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펼쳐지고, 각각 장면들은 책상의 위치와 책상 위의 스탠드를 켜고 끄는 것으로 전환되어 표현이 된다.

특히 이날 빵, 뽕, 하하 등 뜻을 알 수 없는 밝고 고운 소리들이 연습실을 울렸다. 낭랑한 목소리의 끝을 따라가보니, 코러스를 맡은 배우들이 대본을 펼친 채 몸과 입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매 공연마다 라이브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할 예정이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주인공 클라우디오의 글쓰기라고 설명한 김동현 연출은 “소년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나가다, 어느 순간 자기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되죠. 내가 글의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공연은 11월 10일부터 12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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