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마지막 무대, 강수진&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오네긴>

“발레리나로서 한국 무대에 서는 건 마지막이다. 준비는 잘 된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작별을 고했다. 그녀는 오는 6~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그리고 내년 독일에서 펼쳐지는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발레리나로서는 더 이상 무대에 서지 않을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앞둔 강수진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 소회를 밝혔다.

1986년 19세의 나이에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발탁됐던 강수진은 올해로 입단 3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말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내정돼 화제에 올랐던 그녀는 그 즈음부터 은퇴를 고려했다고. “그 전까지는 은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예술감독 직책을 받아들일 때부터 은퇴를 고려했다. 작품에 대한 존경심이 크기 때문에 그 작품을 100퍼센트 소화할 수 있을 능력이 있을 때 그만두고 싶었다.”는 그녀는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고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며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이 이상의 작품은 없다” <오네긴>
강수진이 은퇴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에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적인 음악을 더한 <오네긴>으로,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이자 강수진을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발레리나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1996년 처음 이 작품에서 타티아나를 맡았고, 국내에서는 2004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이 공연을 선보였던 강수진은 “내게는 마지막 작품으로 이 이상의 작품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 타티아나를 맡은 순간부터 이 역할과 사랑에 빠졌다. 어떤 작품은 어느 순간이 되면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오네긴>은 하면 할수록 더 가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 스타일에 맞고 나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오네긴>을 은퇴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슈투트가르트의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과 오네긴 역할로 강수진과 호흡을 맞출 캐나다 출신의 발레리노 제이슨 레일리도 함께 참석했다. 리드 앤더슨은 “강수진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이고, 그와 더불어 엄청난 훈련을 해내는 발레리나다. 그녀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무용수이며, 너무나 추상적인 발레를 하면서도 그것을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무용수다.”라며 강수진을 극찬했다.


(왼쪽부터)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 강수진, 제이슨 레일리

지난 20년간 강수진과 함께 해온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은 내년 독일 공연을 끝으로 강수진을 떠나보내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강수진이 서류상으로 나를 떠난다고 해서 정말로 떠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고전발레의 예술 형식을 세계에 알리고자 함께 노력해왔다. 앞으로 그녀가 어디에 있든 슈투트가르트에서 배운 것들을 다른 무용수들에게 전해줄 것이고, 그녀의 활동소식을 나도 듣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 강수진을 향한 깊은 믿음과 애정을 표했다.

“끝이지만 시작” 국립발레단에서의 활약도 기대


“지난 20년간 리드 앤더슨 감독이 발레단을 이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이번에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서 일을 시작하면서도 그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 예술감독으로서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을 즐기고 있다.”

발레리나로서는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지만, 강수진은 “끝이지만 동시에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예술감독으로서 갖고 있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직책을 수행하며 공연을 준비하느라 하루에 2시간 잠을 자며 바쁘게 살고 있다는 그녀는 은퇴 후 후배 무용수들의 양성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후배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그들이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강수진이 앞으로 만들어갈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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