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위한 신념의 처절한 충돌, 양손프로젝트 신작 <폭스파인더>

반짝이기도 하지만 무서운 젊은 집단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그 탄탄함이, 그 깊음이, 텍스트의 무대화 방식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한참은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반성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토록 치열하게 부딪히며 탄생한 또 한 편의 무대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출가 박지혜와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으로 구성된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의 신작 <폭스파인더>이다.

<폭스파인더>는 영국의 극작가 다운 킹의 작품으로, 여우를 자연재해와 전염병의 온상인 공포스러운 존재로 믿고 있는 와중에 폭우, 병충해가 끊이지 않던 농장으로 여우 수색 조사원인 '폭스파인더'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작품이다. 폭스파인더의 등장으로 불안에 떨기 시작하는 농장 부부, 그리고 서로 불신하기 시작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저마다의 욕망과 신념이 부딪혀 위태로움은 더해진다. 2011년 핀보로 씨어터(Finborough Theatre)에서 초연 후 그 해 여러 공연상 작가, 작품상을 휩쓸었으며 2013년 영국국립극장재단(Royal National Theatre Foundation) 작가상 수상작으로도 꼽혔다.

그간 <오셀로> <죽음과 소녀> <새빨간 얼굴> <마음의 오류> 등 소설 등 원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참신한 무대 작품들을 선보여온 양손프로젝트가 배우 최희진을 더하여 이번 무대 역시 원 대본을 기본으로 새로운 해체와 구성을 이루어 내고자 했다.

지난 12일 언론에 일부 공개된 <폭스파인더>에서 가장 먼저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건, 은밀하고 날카로운 주황 조명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대로 관객들의 집중을 유도하는 빛의 쓰임은 공연에서 드물지 않은 광경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주황빛이 일부 장면이 아닌 공연 전체에 유지되고 있는 것은 남다른 시도일 것이다.


텅 빈 무대 위에 긴 간이 나무 의자 두, 세 개로 만들어지는 공간과 인간 관계, 대립, 긴장 등 예사롭지 않은 무대 디자인은 여신동이 담당했다. 아들의 사고사, 끊이지 않는 폭우, 자연재해 등으로 농장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길까 두려운 부부의 모습과 다섯 살 때부터 기관에서 훈련 받아 온 열 아홉 살 폭스파인더의 기계적이며 비정상적인 태도 등이 부딪힐 때마다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연출을 맡은 박지혜는 "인류는 생존을 위해 수많은 믿음을 쌓아가고 있으며, 그 믿음은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사회 속 시민으로 끊임없이 상속되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믿음이 나를 공격해올 때 나는 어떤 무기를 꺼내게 될까, <폭스파인더>는 각기 다른 믿음을 가진 네 명의 인물이 펼치는 절박한 생존기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인물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또 무대 위에 등장하지도 않는 '여우'라는 공포의 존재, 이를 두려워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자신의 생을 위해 처절하게 사투하는가. 연극 <폭스파인더>는 13일부터 2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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