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30주년 이윤택 "한국사회 야만적, 개판에는 깽판으로 맞설 것"
작성일2016.02.15
조회수6,024
100석이 채 안 되는 게릴라극장 안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는 연희단거리패의 기자간담회 자리. 한국 연극사의 '문화게릴라'로 불리며 전통과 현시대를 아우르는 전방위 활동을 펼쳐온 이윤택은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요 근래 검열 등으로 나에 대한 거론 있었으나 난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기에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제대로 말하려고 작정하고 나왔다."
지난해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전 검열 논란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된 이윤택은, 자신이 쓴 <꽃을 바치는 시간>이 심의위원들에게 100점을 받아 희곡 분야 1위에 오르고도 지원기금 분야에서 탈락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했다.
연극을 연극답지 못하게 하는 적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연극인들, 세속화된 사회
이날 이윤택은 딱 잘라 "더 이상 연극을 좌우 이데올로기로 묶지 마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공연을 자축의 의미로 공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는 "연극이 연극답게 못하게 하는 적이 누구인지, 지금 우리 연극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심각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현 한국 연극에 대한 문제점을 '정치적 언급에 연극 등장', '메이저 극장으로만 쏠리는 연극들', '편수는 늘지만 여전히 볼만한 연극이 없는 것' 등을 들며 "연극에 담론이 사라지고 잡설만 많아진 오늘날"을 개탄했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연극이 하지 않는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 그 담론을 연극이 해야 한다. 연극인들이 진정한 게릴라가 되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연극이 연극답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세속화'를 꼽으며 "콘텐츠, 브랜드, 프로젝트 등의 이름으로 짬뽕도, 자장면도 아닌 것들이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 융합의 미학과 원리도 안 만들어진 세상에서의 융합은 진정한 융합이 아니다. 연극이 미적 가치를 갖추기 전에 콘텐츠가 된다면, 이는 훗날 거대한 쓰레기로 남을 것"이라는 게 이윤택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윤택은 김수영의 시를 들어 '적은 나 자신에게 있다'며 이 모든 지적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대한 반성, 무책임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세상에 나서야 한다. 나부터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연희단거리패는 연극의 본령인 소극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욱이 그는 극단 목화가 지난해 3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하려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신청을 했지만 탈락이 되었던 것,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더해줬던 극단76단이 올해 40주년을 맞았지만, 단원도 없이 기국서 대표가 육체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 등을 거론하며 "한국 사회가 이렇게 야만적일 수가 있는가"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와 극단에 대한 오늘날의 현실이 이렇다. 우리가 살아왔던 삶에 대한 자존심의 문제다. 이젠 제대로 싸워 맞장 뜰 것이다. 개판에는 깽판으로 가야 한다. 나름대로 거칠고 또 격조 있게, 연극 세속화에 대한 저항을 소극장에서 시작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 결심,
순수예술 지원금은 급감, 지원의 대부분 '문화콘텐츠, 융합'으로 가고 있어
지원금 매달리지 말고 '가난한 연극' 다시 하자
지난 12일 게릴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방바닥 긁는 남자>는 그 '깽판'의 첫 타자다. <원전유서>의 김지훈이 쓴 이 작품은 2011년 공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 신인 연출상(고 이윤주), 무대미술상(이윤택)을 받은 작품으로 방바닥에만 붙어 사는 누룽지 같은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허상과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
이외에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연희단거리패는 게릴라극장에서 이윤택 연극의 <벚꽃동산>, 김소희 출연, 연출의 <오이디푸스>, 사무엘 베케트 작, 이윤택 연출의 <앤드 게임>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이윤택 신작 <꽃을 바치는 시간>과 <길 떠나는 가족> <햄릿>도 준비되어 있으며, 황선택, 오세현, 김지훈 등 젊은 연극인들의 무대 '젊은 연출가전'과 극단 골목길 박근형과 극단76의 기획전도 만날 수 있다.
1986년 7월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출발한 연희단거리패는 이윤택을 중심으로 전통과 동시대, 중앙과 주변, 지역과 해외 등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현재는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밀양 우리극연구소에서는 60여 명의 단원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신체와 연기를 단련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성균관대학교 부근 비워있던 불 탄 집을 구매해 개조한 '연희단거리패 30 스튜디오'를 개설해 금, 토, 일요일만 공연하는 연희단거리패 레퍼토리 극장으로 활용하며, 젊은 연출가들의 발표 장소, 워크숍, 연습실 등 연극에 대한 종합적인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지난해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전 검열 논란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된 이윤택은, 자신이 쓴 <꽃을 바치는 시간>이 심의위원들에게 100점을 받아 희곡 분야 1위에 오르고도 지원기금 분야에서 탈락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했다.
연극을 연극답지 못하게 하는 적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연극인들, 세속화된 사회
이날 이윤택은 딱 잘라 "더 이상 연극을 좌우 이데올로기로 묶지 마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공연을 자축의 의미로 공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는 "연극이 연극답게 못하게 하는 적이 누구인지, 지금 우리 연극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심각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현 한국 연극에 대한 문제점을 '정치적 언급에 연극 등장', '메이저 극장으로만 쏠리는 연극들', '편수는 늘지만 여전히 볼만한 연극이 없는 것' 등을 들며 "연극에 담론이 사라지고 잡설만 많아진 오늘날"을 개탄했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연극이 하지 않는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 그 담론을 연극이 해야 한다. 연극인들이 진정한 게릴라가 되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연극이 연극답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세속화'를 꼽으며 "콘텐츠, 브랜드, 프로젝트 등의 이름으로 짬뽕도, 자장면도 아닌 것들이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 융합의 미학과 원리도 안 만들어진 세상에서의 융합은 진정한 융합이 아니다. 연극이 미적 가치를 갖추기 전에 콘텐츠가 된다면, 이는 훗날 거대한 쓰레기로 남을 것"이라는 게 이윤택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윤택은 김수영의 시를 들어 '적은 나 자신에게 있다'며 이 모든 지적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대한 반성, 무책임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세상에 나서야 한다. 나부터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연희단거리패는 연극의 본령인 소극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욱이 그는 극단 목화가 지난해 3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하려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신청을 했지만 탈락이 되었던 것,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더해줬던 극단76단이 올해 40주년을 맞았지만, 단원도 없이 기국서 대표가 육체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 등을 거론하며 "한국 사회가 이렇게 야만적일 수가 있는가"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와 극단에 대한 오늘날의 현실이 이렇다. 우리가 살아왔던 삶에 대한 자존심의 문제다. 이젠 제대로 싸워 맞장 뜰 것이다. 개판에는 깽판으로 가야 한다. 나름대로 거칠고 또 격조 있게, 연극 세속화에 대한 저항을 소극장에서 시작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 결심,
순수예술 지원금은 급감, 지원의 대부분 '문화콘텐츠, 융합'으로 가고 있어
지원금 매달리지 말고 '가난한 연극' 다시 하자
지난 12일 게릴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방바닥 긁는 남자>는 그 '깽판'의 첫 타자다. <원전유서>의 김지훈이 쓴 이 작품은 2011년 공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 신인 연출상(고 이윤주), 무대미술상(이윤택)을 받은 작품으로 방바닥에만 붙어 사는 누룽지 같은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허상과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
이외에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연희단거리패는 게릴라극장에서 이윤택 연극의 <벚꽃동산>, 김소희 출연, 연출의 <오이디푸스>, 사무엘 베케트 작, 이윤택 연출의 <앤드 게임>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이윤택 신작 <꽃을 바치는 시간>과 <길 떠나는 가족> <햄릿>도 준비되어 있으며, 황선택, 오세현, 김지훈 등 젊은 연극인들의 무대 '젊은 연출가전'과 극단 골목길 박근형과 극단76의 기획전도 만날 수 있다.
1986년 7월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출발한 연희단거리패는 이윤택을 중심으로 전통과 동시대, 중앙과 주변, 지역과 해외 등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현재는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밀양 우리극연구소에서는 60여 명의 단원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신체와 연기를 단련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성균관대학교 부근 비워있던 불 탄 집을 구매해 개조한 '연희단거리패 30 스튜디오'를 개설해 금, 토, 일요일만 공연하는 연희단거리패 레퍼토리 극장으로 활용하며, 젊은 연출가들의 발표 장소, 워크숍, 연습실 등 연극에 대한 종합적인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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