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약자로 쓰인 아이돌 그룹 이름은 종종 세대 구분의 지표가 되곤 한다. 90년대에는 H.O.T를 핫으로 읽을 경우 구세대로 분류되었고, 2000년대 후반에는 SS501을 ‘에스에스’가 아닌 ‘더블에스’로 읽을 줄 알아야 신세대로 인정받았다.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SS501의 멤버들도 나이를 먹었다. 7년 만에 더블 에스301로 돌아온 허영생, 김규종, 김형준은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선 세 멤버를 보면서 ‘세월무상’이나 ‘추억의 가수’와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추억에 호소하는 왕년의 아이돌로 치부되기엔 더블에스 301은 아직 너무 에너지가 넘치고 세련된 그룹이었다. 열 번째로 열린 인터파크 월요쇼케이스의 주인공 더블에스 301을 지난 15일 만나고 왔다.
그동안 군복무와 개인 활동을 이어 왔던 허영생, 김규종, 김형준이 더블에스 301이란 이름으로 돌아왔다. 군복무 중인 김현중, 박정민이 빠졌지만 SS501은 영원히 하나라는 의미를 담아 앨범 타이틀은 ‘Eternal 5(영원한 다섯)’이다. 그동안 멤버들을 심리적으로 가장 괴롭게 만든 것은 ‘사실상 해체 아니냐’는 대중과 언론의 싸늘한 인식이었다.
“공백 기간 동안 저희끼리 뭉치자는 얘기는 많이 했지만 실현이 어려워서 마음 아팠어요. 그래서 꼭 컴백해서 SS501이 해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죠. 오랜만에 팀으로 활동하니 예전보다 멤버들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져요. 그래서 전보다 서로 더 배려하고 챙겨주게 됐습니다.”(허영생)
“따라다따 오늘도 그대가 떠나질 않아 아임 유어 맨”
이날 월요쇼케이스에서 더블에스 301은 새 앨범 수록곡 5곡 중 3곡의 라이브 무대를 최초로 선보였다. 타이틀곡 ‘PAIN(페인)’에는 지난 2008년에 인기를 끌었던 후크송 ‘U R MAN(유어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수없이 반복되는 후렴구 ‘So pain(소 페인) 우울한 뚜뚜루루루’는 트로트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한국적인 멜로디와 결합해 ‘유어맨’만큼 강력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히트곡 ‘유어맨’의 스타일을 유지할 지, 아니면 요즘 가요계 트렌드에 맞는 곡을 내놓을 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작곡가님이 ‘유어맨’과 같은 곡 스타일은 아무나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블에스 301만의 색깔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면서 ‘PAIN’을 타이틀곡으로 정하게 됐습니다.”(김규종)
함께 선보인 발라드 곡 ‘21그램’은 허영생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곡이다.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과학계 가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곡은 7년 전보다 이들이 가창력 면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발라드 곡 ‘바빠서 미안해’에는 오랜 시간 기다려 준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4월부터 남미, 유럽, 동남아 등 20개국 월드투어를 시작해요. 오랜만에 컴백했는데 국내 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담은 곡이에요.”(김형준)
새 앨범의 차트순위에 대한 기대치를 묻자 멤버들은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세 멤버가 함께한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활동을 즐기고 싶다는 공통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음원순위나 음악방송 순위도 높았으면 좋겠다며 1위 공약까지 내걸었다.
“솔직히 20위권 안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음원차트든 방송이든 1위를 하면 월드투어를 떠나기 전에 무료공연을 열어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요.”(김형준)
월요쇼케이스가 열린 서울 합정동 롯데카드 아트센터의 400여석 자리는 취재진과 팬들로 가득 차 그들의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10대였던 팬들도 이제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오빠’ 앞에서는 예전만큼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다. 팬들의 열렬한 호응 덕에 더블에스 301은 긴장하는 기색 없이 매끄럽게 쇼케이스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노래, 춤 실력은 물론 외모와 팀워크까지 그 어느 부분에서도 ‘올드함’은 찾아볼 수 없었던 더블에스 301은 오는 3월 19일과 20일 양일간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