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시각에서 분단을 바라보다. 연극 <빛의 제국>

"우리는 예술가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판사가 아니다."
화려한 미장센의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극 <빛의 제국>을 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노지시엘 연출은 17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에 감히 한국역사에 대해 알려준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고, 역사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싶지도 않다. 인간적이고 진실된 시각을 찾아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작품이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서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빛의 제국>은 김영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한불 공동제작으로 진행된다. 이 작품은 20년 전 남파됐지만 10년째 잊혀진 스파이 기영이 급작스러운 귀환 명령을 받으며 펼쳐지는 하루를 다룬다.

좌:<빛의 제국> 연출가 노지시엘 / 우: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윤철

국립극단은 작품성 있는 한국 소설을 희곡화 하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고, 다양한 후보군 중에서 소설 ‘빛의 제국’을 그 시작으로 삼았다. ‘빛의 제국’이 불어로 번역되어 많은 프랑스인에게 소개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남북 분단을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에 대해 “분단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우리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되려 너무 익숙해서 새롭게, 그리고 통찰력 있게 바라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분단의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없을까’ 싶어 이 작품을 올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희곡화 할 소설을 선택하는 과정도 함께 했던 노지시엘 연출은 출연할 배우들도 직접 골랐다. 기영 역을 맡은 지현준 배우는 2014년 화가 이중섭 역을 맡았던 연극 <길 떠나는 가족>으로, 마리 역의 문소리 배우는 <오아시스>, <박하사탕> 등의 영화를 통해 접한 후 함께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문소리는 2010년 연극 <광부화가들>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다. “다친 줄도, 아픈 줄도 몰랐는데 무대에 와서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느낌이다. 내가 인간 자체에 대해 이만큼 차가워져 있었구나, 라는 걸 느끼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 있는 것 같다.”며 영화와는 다른 무대만의 매력을 밝혔다.

지현준 역시 “중년이 시작됐다. 몸도 변하고 정신도 변하는 이 때 시엘이 형을 만나서 진심으로 좋다. 노지시엘 연출님이라 배우들끼리 시엘이 형이라 부른다. 내가 잊고 있었던 연극과 연기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어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연극 <빛의 제국>은 오는 3월 4일부터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후 5월에는 노지시엘 연출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에 오른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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