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콕토 흑백영화에 라이브 오페라... 현대음악 거장 필립 글래스 <미녀와 야수>로 내한
작성일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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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주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며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단연 쉼 없는 5시간 짜리 공연, 연출가 로버트 윌슨과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협업 무대로 대사 없이 음악과 배우들의 등퇴장, 영상 등으로 펼쳐진 <해변의 아인슈타인>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영화 <쿤둔> <트루먼쇼> <디 아워스> <일루셔니스트> 등을 통해 대중적 명성도 높다. 여기에 다양한 심포니, 오페라를 작곡하는 등 새로운 장르와 음악의 접목을 시도하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치는 예술가. 스스로는 '반복 구조의 음악을 쓰는 작곡가'로 수식되길 원하지만,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불리며 현대 음악사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에 이의가 없는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로 한국을 찾았다.
올해 나이 여든이지만 여전히 왕성한 창작활동과 공연을 전 세계에서 이어오고 있는 필립 글래스를 22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2003년 이후 13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그는 "그때와 많은 것이 변했다. 크고 현대적이며 아름다운 도시"로 서울을 이야기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세세한 답변을 통해 <미녀와 야수>와 그 밖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이어 나갔다.
흑백 오페라를 라이브로 보는 듯한 작품 <미녀와 야수>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1994년 작이다. 시인이자 화가,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 천재적 감각을 발휘했던 장 콕토 감독의 1946년 작 영화에서 모든 소리를 제거한 후, 필립 글래스가 배우들의 대사에 맞게 새로운 오페라 음악을 덧입힌 작품이다. 공연은 흑백 영화 상영과 함께 라이브 연주와 성악가들의 노래가 동시에 펼쳐진다. 흑백 오페라를 라이브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미녀와 야수>는 장 콕토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의 영화에 자신의 음악을 더해 만든 '장 콕토 3부작 오페라' 시리즈 중에 하나다.
"장 콕토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인 천재다. 훌륭한 이야기꾼이기도 한데, 사랑, 삶, 죽음 등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표현해 놀랍게 작품 안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들을 접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이런 작품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오페라 형식으로 <미녀와 야수>를 풀고 싶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통해 대사들을 파악했고, 영화를 30개의 장면으로 나누었다. 2분 안팎의 각 장면들마다, 장면 속 단어에 맞는 멜로디를 만들어 배치했다. 그 음들이 영화 속 배우들의 입 모양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두고 "이렇게 흥미롭고 쉽고 논리적인 방식을 나 이전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작품은 두 존재의 액팅이 동시에 펼쳐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스크린이고, 하나는 성악가들이 한다. 이런 시도가 처음이라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몰랐고, 실제로 초반엔 관객들이 작품을 못 알아차리기도 했다. 공연 말미에 가서 관객들은 영화와 음악을 일치해서 보는 듯하다. 파리 초연 때 반응은 무척 싸늘했는데 10년이 지난 후에야 세계 각국에서 초청을 받고 그때 프랑스 사람들도 이 작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미지 장르와 음악의 결합, 배우고 즐기는 중
어렸을 때 레코드점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도우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해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장 콕토 뿐 아니라 로버트 윌슨, 데이비드 보위 등 현대 예술가들과 장르를 초월해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디 앨런, 마틴 스콜세지 등 "유능하고 재능 있는 감독과 작곡가들을 만나 작업하는 것이 큰 자극이 된다."는 그는 한국의 박찬욱 감독과 영화 <스토커>의 음악 작곡으로 연을 맺기도 했다.
상업 작품에 참여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영화와 음악 장르가 상업적으로만 치중되지 않을까 고민"한다는 그는 "공식화된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작업 방식을 찾는데 집중하며 영화뿐 아니라 연극, 영상, 댄스 등 다양한 형식의 이미지와 콜라보 작업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주어진 작품에 대해 작곡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가능한데, 나는 그간 여러 작업들을 통해 이를 겪어왔고, 어떤 것을 봤을 때 받는 영감이 큰 도움이 된다. 여전히 나는 다양한 음악에 관심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 필립 글래스 앙상블의 연주와 4명의 성악가들이 함께하는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3월 22일과 23일 이틀간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이뿐이 아니다. 영화 <쿤둔> <트루먼쇼> <디 아워스> <일루셔니스트> 등을 통해 대중적 명성도 높다. 여기에 다양한 심포니, 오페라를 작곡하는 등 새로운 장르와 음악의 접목을 시도하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치는 예술가. 스스로는 '반복 구조의 음악을 쓰는 작곡가'로 수식되길 원하지만,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불리며 현대 음악사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에 이의가 없는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로 한국을 찾았다.
올해 나이 여든이지만 여전히 왕성한 창작활동과 공연을 전 세계에서 이어오고 있는 필립 글래스를 22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2003년 이후 13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그는 "그때와 많은 것이 변했다. 크고 현대적이며 아름다운 도시"로 서울을 이야기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세세한 답변을 통해 <미녀와 야수>와 그 밖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이어 나갔다.
흑백 오페라를 라이브로 보는 듯한 작품 <미녀와 야수>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1994년 작이다. 시인이자 화가,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 천재적 감각을 발휘했던 장 콕토 감독의 1946년 작 영화에서 모든 소리를 제거한 후, 필립 글래스가 배우들의 대사에 맞게 새로운 오페라 음악을 덧입힌 작품이다. 공연은 흑백 영화 상영과 함께 라이브 연주와 성악가들의 노래가 동시에 펼쳐진다. 흑백 오페라를 라이브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미녀와 야수>는 장 콕토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의 영화에 자신의 음악을 더해 만든 '장 콕토 3부작 오페라' 시리즈 중에 하나다.
"장 콕토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인 천재다. 훌륭한 이야기꾼이기도 한데, 사랑, 삶, 죽음 등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표현해 놀랍게 작품 안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들을 접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이런 작품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오페라 형식으로 <미녀와 야수>를 풀고 싶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통해 대사들을 파악했고, 영화를 30개의 장면으로 나누었다. 2분 안팎의 각 장면들마다, 장면 속 단어에 맞는 멜로디를 만들어 배치했다. 그 음들이 영화 속 배우들의 입 모양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두고 "이렇게 흥미롭고 쉽고 논리적인 방식을 나 이전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작품은 두 존재의 액팅이 동시에 펼쳐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스크린이고, 하나는 성악가들이 한다. 이런 시도가 처음이라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몰랐고, 실제로 초반엔 관객들이 작품을 못 알아차리기도 했다. 공연 말미에 가서 관객들은 영화와 음악을 일치해서 보는 듯하다. 파리 초연 때 반응은 무척 싸늘했는데 10년이 지난 후에야 세계 각국에서 초청을 받고 그때 프랑스 사람들도 이 작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미지 장르와 음악의 결합, 배우고 즐기는 중
어렸을 때 레코드점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도우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해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장 콕토 뿐 아니라 로버트 윌슨, 데이비드 보위 등 현대 예술가들과 장르를 초월해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디 앨런, 마틴 스콜세지 등 "유능하고 재능 있는 감독과 작곡가들을 만나 작업하는 것이 큰 자극이 된다."는 그는 한국의 박찬욱 감독과 영화 <스토커>의 음악 작곡으로 연을 맺기도 했다.
상업 작품에 참여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영화와 음악 장르가 상업적으로만 치중되지 않을까 고민"한다는 그는 "공식화된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작업 방식을 찾는데 집중하며 영화뿐 아니라 연극, 영상, 댄스 등 다양한 형식의 이미지와 콜라보 작업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주어진 작품에 대해 작곡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가능한데, 나는 그간 여러 작업들을 통해 이를 겪어왔고, 어떤 것을 봤을 때 받는 영감이 큰 도움이 된다. 여전히 나는 다양한 음악에 관심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 필립 글래스 앙상블의 연주와 4명의 성악가들이 함께하는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3월 22일과 23일 이틀간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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