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마술·해킹…인간의 모든 '모험' 영역 다룬다, 두산인문극장

"알파고의 친구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보니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이 필요하다. 현실에 갇혀있는 상상력을 확장하기 위해 '모험'을 화두로 꺼냈다. 모험은 두려운 것이지만, 그 두려움을 뒤로 하고 멀리 나아간 사람들만이 새로운 세상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새로운 세상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2013년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데이터까지'를 시작으로 2014년 '불신시대', 2015년 '예외'라는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연, 전시, 영화, 강연을 선보였던 '두산인문극장'이 올해는 '모험'을 주제로 펼쳐진다. 강석란 두산아트센터 예술감독은 '두산인문극장 2016: 모험' 개막을 앞두고 지난 21일 개최한 제작발표회에서 올해의 주제를 '모험'으로 결정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 두산인문극장에서 다룰 '모험'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그 영역은 낯선 여행지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감정이기도 하고, 우주이기도 하며, 때로는 해킹, 로봇, 하우스 푸어 등 현대인이 당장 직면한 고민스런 화두이기도 하다. 이 같은 다양한 모험의 영역을 두산인문극장은 세 편의 공연과 한 편의 전시, 열 개의 강연, 세 편의 영화로 담아냈다.


현대인이 마주한 낯선 모험의 지점, 공연&전시

가장 먼저 펼쳐지는 공연은 마술을 통해 모험을 시도하는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3.25~4.2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다. 일루셔니스트 EG(이은결)가 구성과 연출을 맡아 피사체를 촬영해 이미지로 만드는 '시네마토그래피'를 마술적 관점으로 다뤘던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마술사인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업을 재해석한다. 멜리에스의 과거와 EG가 움직이는 무대 위 현실이 연결되며 또 다른 '현실 영화'가 탄생할 예정이다. "멜리에스가 시간을 편집하고 가공해 인간의 시간성을 초월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다면,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미디어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떠한 시선과 태도를 가지고 사회와 관계 맺고 사유할 수 있을까?"가 EG가 이 작품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이다.

이어지는 연극 <게임>(4.12~5.15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은 하우스 푸어를 다룬다. <수탉들의 싸움><러브 러브 러브>를 쓴 영국 극작가 마이크 버틀렛의 최신작으로, 자신들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조건으로 멋지고 아늑한 집에 들어간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남편 애슐리 역을 맡은 배우 전박찬은 "바라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사람 사이의 끔찍함이 많은 이들의 공감과 고민을 이끌어내길 바란다."는 말로 오늘의 시대상을 다룬 날카로운 작품이 펼쳐질 것을 예고했다.

세 번째 공연은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5.24~6.25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다. 이 연극은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이목을 끈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의 탄생과정을 다룬다. 컴퓨터 해킹을 정치적, 사회적 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핵티비스트(Hacktivist)를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묻기 위해서다.

연출을 맡은 윤한솔은 "우리는 '정의의 사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면서도 정작 정의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정의'가 이 시대와 불화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불화의 지점이 이번 인문극장의 주제와 맞닿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시 <삼키기 힘든>(4.13~5.21 두산갤러리)의 경우 일상에서의 작은 모험을 다룬다. 림배지희, 박광수, 이혜인, 조혜정&김숙현 등 4개팀이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에서 시도하는 모험을 형상화할 예정이다. 맹지영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거대한 모험도 있지만 개인이 일상에서 겪는 작은 모험도 있다. 관객들이 모험이라는 주제와 맞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와 <게임><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는 인터파크 티켓과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며, 전시 <삼키기 힘든>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인류의 모험 역사 총망라…강연&영화

강연은 총 10개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험을 둘러싼 인류의 다양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오지 탐험가로 유명한 다카노 히데유키의 '왜 나는 계속 탐험하는가'(4.11)를 시작으로 박상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의 '미지의 공간과 모험?인간은 어디로 가는가'(4.18), <과학동아> 윤신영 편집장의 '최초의 인류는 모험을 했을까'(4.25),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의 '진화 이론을 만든 탐험'(5.2), 이두갑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의 '낭만주의적 모험과 자연의 정복 그리고 근대세계'(5.9) 강연이 진행된다.

이어 정인철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의 '상상, 모험과 지도'(5.16),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의 '모험하는 로봇, 방황하는 인간'(5.23), 김용대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의 '만물에 대한 해킹: 인터넷 시대의 모험'(5.30), 이관수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의 '몸의 모험, 마음의 팽창: 우주 탐험'(6.6),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의 '식민지에서의 모험과 인문학적 상상력-두 지식인 이야기'(6.13)가 열린다.


영화는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에서 발굴된 쇼베 동굴 탐험을 그린 <잊혀진 꿈의 동굴>(4.25)과 단돈 80만원을 들고 유럽으로 출발한 20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5.2), 야생에서의 삶을 그린 <인투 더 와일드>(5.9) 등 세 편이다. 강연 및 영화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되며,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강연과 영화 프로그램을 구성한 두산아트센터 박찬종 제너럴 매니저는 "재작년 '불신시대'라는 주제로 인문극장을 진행한 후 세월호 사건이 터져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느 나라나 문화를 막론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종종 너무 잔인한데, 인문극장이 자꾸 어두운 주제만 다루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모험’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여기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관객들에게 한 가지 정도는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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